SK 계열 편입 예스파워테크닉스... SiC 전력칩 생산량 두 배 이상 확대
SK 전기차 생태계 중추 역할 맡을 듯
2022-06-30 한주엽 기자
SK 계열로 편입된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생산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한다. 2024년께 전기차용 SiC 모스펫(MOSFET)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최근 SK 계열로 편입된 직후 생산용량 확대를 위해 일본 협력사에 장비 발주를 냈다. 발주 금액 규모는 300억원을 초과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가 설치되면 전체 생산용량은 150mm(6인치) SiC 웨이퍼 투입 기준 월 2000매로 늘어난다. 새 설비 가동 시점은 내년 중반기로 잡혀 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포항에 100mm, 150mm 생산 인프라를 보유 중이다. 기존 인프라 생산용량은 150mm로 환산 월 800매 수준이었다. 회사는 생산고도화를 위해 포항 공장 설비를 뜯어 부산테크노파크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로 옮길 예정이다. 발주 낸 새 설비도 부산 사업장으로 들어간다.
전력반도체는 전압, 전류, 주파수 중 1개 이상을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전압을 높이거나 낮출 때,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바꿀 때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이 수행될 때는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게 돼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전류가 흐를 때 저항 성분에 의해 발생하는 도통(導通) 혹은 전도(傳導) 손실이다. 두 번째는 스위칭 손실이다.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OFF→ON), 혹은 흐르는 전류를 끊을 때(ON→OFF) 손실이 발생한다. 전류를 완전히 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손실로 보면 된다. 전력 손실은 열 에너지로 방출된다. 이 때문에 전력 반도체 부근에는 방열을 위한 냉각 장치가 탑재된다.
SiC는 실리콘 대비 절연 파괴 강도가 10배 가량 높다. 이 때문에 내압 절연 영역을 10분의 1로 얇게 만들어도 동일 고내압에 견딜 수 있다. 이는 곧 전류가 흐르는 간격이 짧아지고, 저항치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통 손실을 저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 대비 고속 스위칭이 가능하므로 이에 따른 손실도 최대 90%나 줄일 수 있다. 손실이 적어 냉각 장치도 보다 간소화할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탑재될 경우 에너지 효율을 10% 가까이 개선할 수 있어 최근 탑재량이 늘어나는 중이다.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에 SiC 전력반도체를 첫 도입한 후 현재 전체 전기차의 3분의 1이 SiC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이 시장은 유럽 ST마이크로, 독일 인피니언, 미국 울프스피드(구 크리), 일본 로옴, 미국 온세미컨덕터가 나열 순서대로 매출액 기준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iC 핵심 단위 공정과 일괄 공정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자체 제품 매출 외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 SiC 제품을 파운드리 서비스해주고 있다"면서 "2024~2025년경 자체 SiC 모스펫이 상용 전기차 고객사로 공급이 이뤄지면 상당한 수준의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K 계열 편입 이후 화학적 결합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책임졌던 정은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조만간 사명도 SK○○○로 변경할 예정이다. 올해까진 적자가 예상되나 내년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 목표다. SK는 상용 전기차 등에 예스파워테크닉스 SiC 전력반도체가 탑재되고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는 시점에 맞춰 상당한 가치로 기업공개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사업을 붙일 계획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주창하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의 일환이다. 예스파워가 SK 전기차 관련 생태계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