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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반도체 중요성 설파한 서울대 석좌교수 "인력부족,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 풀어야"

[한국반도체공학회-디일렉 공동기획] '반도체 미래를 그리다' 릴레이 인터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정덕균 교수

2022-07-12     한주엽 기자

지난해 5월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울대학교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아 전문가 2인을 만났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종호)이 됐다.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또 다른 인물은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시스템반도체 기업 실리콘이미지를 창업한 인물로 업계에선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상용화한 DVI 기술은 HDMI로 발전해 각종 디스플레이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정 교수의 전문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이다. 알만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대표 등 산업계에 포진한 제자들도 다수여서 이들 기업의 인력 부족 애로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교육부 등 관련 부처가 목숨 걸고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정 교수로부터 들었던 브리핑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정 교수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여당 주도 반도체특위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 "(정원 규제 철폐 관련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대학 중심으로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구체적 교육 방법론에 대해 이스라엘 탈피오트 프로그램(Talpiot Program)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슈퍼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이 바로 탈피오트 프로그램이라며 한국에도 이런 식의 '우열반'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정덕균 교수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Q. 요즘 반도체 분야 어떻다고 보나?

정덕균

"격변기다. 코로나19 이후 갑자기 수요가 폭발했고, 이것이 굉장한 혼란으로 다가왔다. 반도체는 장치 산업인데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갑자기 늘릴 수가 없다. 공급과 수요 차이가 2%만 벌어져도 상당한 가격 변동이 생긴다."

※편집자 주) 코로나19에 따른 각국 봉쇄로 미리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말하자면 '가짜수요'에 끌려왔다는 것이다. 지금 전방산업(TV, 휴대폰, PC 등) 수요를 보니 생각보다 좋지 않다. 오히려 나쁘다. 그래서 쌓아놓은 부품 재고를 소진하는 조정기에 돌입했다는 의견도 있다.

Q.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대만도 이런 움직임이 강하다.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하면 실제로 육성이 되나?

"물론 당연히 그렇게 (육성을) 해야 된다. 정부가 인프라 등에 투자하면 리턴은 분명하게 나오게 돼 있다. 그래서 대만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어떤 형태로든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있으니, 그간 시스템반도체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정부 지원 없이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Q. 작년에 이미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해서 전략 산업 육성법 이런 것들이 나왔다.

"우리나라에 경쟁력 있게 육성해야 하는 이런 산업분야가 꼭 반도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배터리나 바이오 산업 이런 것도 함께 들어갔다. 반도체 입장에선 물 탔다는 기분이랄까."

Q. 여당 반도체 특위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특별히 반도체만 혜택을 본다거나 지원을 받는 것이 부족하다. 이번에는 하여튼 진짜 반도체에 대해서만 인력양성 등 여러 지원 방안을 포괄적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해보자라는 취지로 특위가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Q. 여당으로만 구성된 특위라서 앞으로 여러 가지 조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여당 위주로 구성돼 있으나 위원장은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이 맡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에서도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Q. 다른 산업군에선 반발이 생길 수도 있겠다. "왜 반도체만 지원하느냐"는 식의 얘기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분야, 이런 분야부터 먼저 경쟁력을 더 강화해놓고 그 다음에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닌가 저는 생각한다.

Q. 반도체 분야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우수 인력이 결국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에 재미있는 통계를 하나 봤다. OECD 33개국 젊은이들, 그러니까 청년 경쟁력을 평가해본 것이었다. 

언어, 수리, 문제해결 능력 3가지 역량을 본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역량이 한 중간쯤 되는 것으로 나왔다. 하위 1% 청년들 역량은 33개국 중에 아주 좋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상위권 1% 능력을 가진 이들로만 보면 33개국 중에 거의 하위권이었다. 교육이 평준화되면서 전반으로 OECD 평균까지 갔는데 초엘리트 1% 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Q. 왜 그런 것이라고 보나?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대부분이 호모지니어스, 즉 균일한 교육을 하고 모든 졸업생이 다 비슷비슷한 성적을 내고,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졸업하게 돼 있다. A 학교와 B 학교간 커리큘럼이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우수하다. 그러나 특출한 학생이 졸업하는, 특출한 학생을 양성하는 이런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

Q. 그런 것 만들어놨다가 다 없애려 하지 않았나? 

"아무튼 그 통계를 보면서 '아 우리나라의 약점이 이거구나', '교육 시스템 약점이 이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객관적으로 중국 인구가 우리 보다 28배 많다. 중국 고등학생이 선호하는 학과는 공대다. 기계과·소프트웨어·전자공학, 물론 반도체도 포함돼 있다. 인구는 28배 많고 선호하는 과목이 공대다. 우리나라는 의대를 가장 선호하지 않나.

Q.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니까?

"중국은 의대가 과 중에서 7~8번째라고 한다. 많은 공대생이 있고, 중국은 아직 헝그리 정신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우리가 인력을 어떻게 양성해야 하느냐. 아주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 탈피오트 프로그램(Talpiot Program)이다.

이스라엘 인구는 800만명 정도다. 이집트, 시리아, 근처에 이란까지 적대 국가가 많다. 이들 적대국 인구를 합치면 수억명 될 거다. 그 틈새에서 작은 나라가 어떻게 살아남고 우수한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었을까. 바로 탈피오트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중 성적이 우수하면서 순발력이나 창의력이 있는 학생 약 70~80명을 선발해서 대학 교육을 시키고 군대는 장교로 갈음할 수 있게 하고 그 다음으로는 국방 연구에 투입한다. 

총 9년 정도를 그런 과정을 거쳐 졸업하게 되는데, 졸업자들 대부분이 창업을 하게 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인구별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이스라엘일 것이다. 모빌아이 같은 회사도 이스라엘 회사다."

Q. 그 회사 인텔이 인수했다.

"모빌아이를 조 단위 거액을 들여 인수했는데 그 회사가 바로 탈피오트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였다. 국방과학 분야에선 아이언 돔(Iron Dome)이라는 것이 있다. 로켓포 같은 것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미국 방위산업 쪽에서도 다 안 된다고 하던 것을 탈피오트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1명의 엘리트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걸 나타내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Q. 찬반을 떠나 지금 우열반 이런 걸 만들겠다 하면 반대 여론도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영어 잘하는 학생은 영어 우수반으로 가고, 그렇다고 그 학생이 반드시 과학을 잘하는 건 아니다. 개인별로 능력에 맞춰 커리큘럼을 짜면 된다. 자기 학과목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엘리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엘리트라고 반드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

Q. 실리콘이미지라는 회사를 창업했었다.

"1984년부터 89년까지 UC버클리에서 박사 과정을 했다. 거기서 데이비드 리라는 재미교포를 만났다. 기술, 경영 쪽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분과 손발을 맞춰 공동 창업을 했다. 창업할 땐 아이템이 중요하다. 비타민을 만들면 성공하기 힘들다. 비타민은 건강에는 좋지만 안 먹어도 되는 것이다. 반면에 아스피린은 아프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당시에 아스피린 같은 것을 만들었다. 

90년대 초반은 평판 디스플레이가 최초로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데이터는 모두 디지털 데이터다. 데이터 출력부터 화면에 뿌려주는 단까지 모두 디지털로 가면 가장 좋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대역폭(Bandwidth)을 감당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없었다. 그래서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하고 다시 디지털로 바꾸는 그런 불편한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화질 손상이 생겼다. 화면이 뿌옇거나 뭉개지거나. 그래서 디지털로 곧바로 전송을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갖고 개발에 들어갔다.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하려면 대역폭을 확보해야만 했었다. 당시 공정이 0.35미크론 정도였는데 그걸로는 100MHz 정도의 대역폭 밖에 못 만들어냈다. 필요했던 게 650~800MHz 대역폭이었다. 당시 우리는 오버샘플링이라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해서 0.35미크론 공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Q. 0.35 마이크론(um)이면 지금 나노 기준으로 말하면 350나노인거다.

"꽤나 공정 과거 기술이다. 아무튼 우리는 상용화에 성공했고 지금 PC에서 주로 쓰는 DVI((Digital Visual Interface)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Q. 처음에 이제 그걸 만든 회사가 실리콘이미지인가?

"1995년 1월 1일 창업했고, 2년 정도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서울대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여기 오면서 풀타임이 아닌 어드바이저로 일을 했다. 창업 4년 뒤인 99년에 실리콘이미지는 나스닥 상장까지 갔다. 저는 지금은 그 회사 일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Q. 좋은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다. 

"당시 미국 콘퍼런스에서 페이퍼를 내고 발표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던 시대였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했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제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Q. 반도체 분야는 스타트업 진입 장벽이 꽤나 높다. 

"제가 창업했던 90년대 초반에는 칩 생산 비용이 이렇게 높지 않았다. 몇 만 달러 수준이었다. 실패해도 다시, 다시, 다시 했었는데 지금은 굉장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 번 실패하면 부담이 엄청나다."

Q. 어느 정도인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육박한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다. 특히 요즘 뜨거운 인공지능(AI) 분야에선 (엔비디아 등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Q. 실패하면 큰 부담이겠다. 

"한 번 실패하면, 실패 원인을 찾고 수정하고 해야 하는데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른바 타임투마켓을 놓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100억원 손해가 났다라고 하면 주변의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그 보다 서너배는 더 많은 손해가 났다고 봐야 한다." 

Q. 너무 어려워 보인다. 

"아마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은 굉장히 어려울거다."

Q. 한국에선 허리라고 말할 수 있는 레거시 공정(45~120나노 사이) 파운드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 파운드리라면 삼성이 대표적인데, 삼성은 그런 것보다 7나노, 5나노, 3나노 같은 선단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고성능이 필요치 않은 공정은 삼성이 지원을 크게 하고 있진 않다. 퀄컴, 엔비디아, AMD 같은 기업이 써야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으니 그쪽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Q. 최근에 중기부 장관과 삼성 총수가 얘기해서 MPW 셔틀도 태워주겠다는 식의 발표도 나온 것 같던데. 

"글세, 삼성 입장에선 이익이 보장돼야 할텐데, 40, 65, 90나노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Q. 그러나 그런 공정으로 칩을 설계하는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도 있을텐데, 그런 곳들은 다 해외로 나가야 되지 않나. 

"그런 서비스를 잘 하는 곳이 대만의 TSMC나 UMC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술 노드에 대해서 지원이 잘 되지 않고 있다."

Q. 삼성처럼 돈 되는 쪽으로만 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이쪽(생태계)를 좀 더 키워야 하는 것인지.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영업이익이 높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 인력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제한된 인력으로 기술 개발을 한다면 당연히 5나노, 3나노 같은 도전적인 분야로 가야한다."

Q. 요즘 한국이 대만 따라잡는다고, 대만은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하는 식으로 파운드리 쪽 얘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한국과 대만의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보나?

"TSMC는 수십 년 동안 그 사업을 해 왔다. 현재는 1등으로서 굉장히 견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 같다. 삼성은 조금 늦었지만 90나노 65나노 이런거 신경 덜 쓰고 아주 선단 공정으로만 가고 있다.

선단 공정에서 경쟁하겠다, 이런 전략인 것 같다. 삼성의 경영진이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 요인도 있을테고. 나는 이런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왜? 

"앞서나가면 한 세대 전 공정은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7나노, 5나노는 시간이 흐르면 구 공정이 된다. 지금 28나노 공정 시장이 크다고 그쪽에 집중하는 것 보단 장기적으로 선단 공정으로 역량을 집중하는게 좋지 않겠나. 40나노도 처음 나올 땐 첨단이었다."

Q. 로 테크를 챙길 여유가 없으니 선단 공정부터 먼저 잡아놓고 쭉 간다는 의미인 것 같다. 팹리스 입장에서 볼 땐 어떤가. 

"우리 연구실도 설계를 주로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 관계를 많이 갖고 있다. 우리도 파운드리에 칩 제작 의뢰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Q. 주로 어디에 의뢰하나?

"TSMC의 40나노, 60나노, 65나노 이런 공정으로 1년에 한 2~3번 정도 제작을 한다. 그리고 삼성은 우리 쪽으로 지원을 많이 해줘서 28나노 공정도 1년에 1~2번씩 쓰고 있다."

Q. TSMC에 40나노, 65나노 이런 칩 맡기면 비용은 얼마나 드나? 

"3mmx3mm 또는 3mmx4mm 그 정도 사이즈 칩을 한 번 가져올 때마다 보통 한 8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Q. 그럼 칩이 몇 개나 나오나?

"칩의 개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한 200개 정도가 들어오면, 저희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측정하는 정도로 활용하는데, 그 정도 비용이 든다."

Q. 연구실에 학생들이 몇 명이나 있나?

"제가 내년 8월에 정년이다. 지금은 16명 정도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Q. 제자 중에 창업한 사람도 있나

"서너 명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더 많은데, 서너 명 정도라는 것은 규모가 크게 일을 하고 있는 제자들이 그 정도 된다는 것이다." 

Q. 인력 수급 문제는 많다고 하지 않나? 

"어떤 회사든 좋은 엔지니어 뽑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우리 연구실 학생 스카웃 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들이 있는 것 같다."

Q. 전체적인 (근로 가능 인력) 모수가 많이 줄어드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타국 인력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일하게 하는 건 어떤가?

"서울대학교에 처음 부임해 왔을 때 전자·전기, 계측, 제어 세 과가 합쳐졌는데 그때 정원이 기억으로는 295명이었다. 굉장히 많은 숫자였고, 교수들도 같은 강의를 3개씩이나 하고 대형 강의장에서도 했었다. 295명이라는 많은 인원이었으니 강의 부담도 컸었고. 

요즘은 대학원 중심 대학이라던지,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 등으로 우리 학부 정원이 지금 현재 한 15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산업이나 전반적인 전자 산업이 크게 성장했는데 오히려 배출 인력은, 서울대의 경우 반으로 줄어든 상태인 것이다. 대학원생 모집할 때도 학부생 숫자가 절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에 좋은 대학원생 뽑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Q. 학부 정원을 늘리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많은 논의가 필요한 거 아닌가?

"그렇다.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 때문에 다른 대학은 모르겠지만 서울대학교의 경우 우리 전기·정보공학부 또는 컴퓨터공학부 같은 데서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변칙적으로 나오는 방법이 반도체 계약학과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또는 중소기업이 돈을 내서 일시적으로 학과를 신설하는 것. 그리고 교육비는 회사가 지불한다. 이런 형태의 학과가 지금 연세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에 생기고 있다. 정원이 4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런 학과의 경우 학부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학원 진학이 아니라 그냥 회사로 곧바로 가게 된다." 

Q. 그게 계약 사항 아닌가?

"(학생들) 계약 세부 사항은 잘 모르지만 (기업과 대학의 계약 기간은) 6~7년 정도로 돼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연장되겠지만, 문제는 교수를 임용할 때다. 임용 기간이 정해져 있는 교수를 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시적 인력 조달을 빨리 해 주기 위한 반창고씩 처방이다."

Q. 설계 인력이 특히 모자란다고 하는데

"설계 인력은 시스템 통신 이론이나 AI 알고리듬, 무선주파수(RF) 소자나 회로 같은 것들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 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다고 반도체공학과를 만들면 그중에 아마 반 이상은 기존 전자공학과·전기공학과하고 중복될거다.

따라서 그런 것보단 아예 전기·전자의 정원을 그냥 서울대학교의 경우는 295명에서 150명 정도로 줄었으니까 뭐 그렇게까지는 이렇게 회복은 안되더라도 200명이나 250명 정도로만 늘려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 수도권 인구 정책이라는 큰 걸림돌 때문에 변칙적인 해결책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Q. 특위에서 그런 것 논의할 수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만약 논의된다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Q. 내년 정년 은퇴한 이후로는 다른 계획이 있나? 혹시 창업 계획이 있나? 

"30년 전에 창업이라는 것을 했지만 창업하려면 굉장한 열정과 희생이 따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아니다. 아마 대학원생 중 추진력, 열정 이런 것을 가진 학생이 있으면 그가 창업했을 때 도와주는 형태, 그런 게 제일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