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 게딱지 키토산 첨가하면 항균 기능성도”

【과기정통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릴레이 인터뷰】 광범위 병원체 장기지속형 항균/항바이러스 친환경 고분자 복합 소재 개발 과제 총괄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

2023-07-26     한주엽 기자

《편집자 주》 디일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주요 개발 과제 책임자와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 사업을 나노 기술과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일렉은 연구 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해당 기술이 왜 필요하지, 왜 개발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SKC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기술은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팀)로부터 사 온 것이다. 오동엽 박사 팀이 개발한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기술은 세계적 화학 회사 바스프의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 대비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 박사팀은 최근 과기정통부 개발 사업을 통해 해당 기술에 항균, 항바이러스 기능을 첨가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키토산을 나노 구조화해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표면에 고르게 얹는 것이 연구개발의 방향성이다. 
한국화학연구원

Q. 소속이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로 돼 있다. 전공 분야가 화학인가?

“전공은 화학이다. 지금은 폐기 후 자연에서 미생물에 분해되는 플라스틱, 이른바 ‘생분해 플라스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Q. 플라스틱 분해가 안 되나?

“분해 안 된다. 분해되는 데 보통 500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 하면 복잡한 것을 생각하던데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사과를 밖에 던져두면 부패한다. 이건 미생물이 자기 살기 위해 몸에서 효소 내뿜고 그거를 녹여서 먹고 사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식품이 부패하듯이 부패 가능한 화학 구조를 가진 플라스틱을 만들면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게 되는거다.”

Q. 기존에는 미생물이 못 먹는 것으로 만들었나보다.

“그렇다. 보통 우리가 아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그렇게 미생물이 먹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물론 그게 또 장점이기도 하다. 어떤 제품을 수십년 동안 보관해도 썩지 않으니깐.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었는데, (자연환경적으로) 그 문제가 우리에게 다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Q. 플라스틱은 뭘로 만드나?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석유화학 물질이다. 원유를 분별 증류하면 휘발유, 가스 등 연료를 얻게 되는데 그 가운데 특정 물질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고분자를 만들면 그게 플라스틱이 된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안경도, 안경알도, 물티슈도, 마스크도 모두 플라스틱이다.”

Q. 생각보다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엄청 크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플라스틱은 위생적이다. 예전에는 주사기를 세척해서 썼는데 지금은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나. 의사들도 장갑 한 번 쓰고 버리고. 코로나19 이후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예년보다 1.5배 정도 늘었다. 마스크도 매일 쓰고 버리니깐.”

Q. 플라스틱을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려면 무엇을 추가해야 하나? 아니면 아예 재료가 변경돼야 하는 것인가?

“재료 구조를 바꿔야 한다. 기존에 있는 플라스틱은 안 되고 다른 화학식을 가진 플라스틱을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설비로는 바로 안 된다. 특정 공정에서 장비를 많이 바꿔야 한다.”

Q. 이번에 나노 및 소재 분야 기술개발사업에서 ‘광범위 병원체 장기지속형 항바이러스/항균 친환경 고분자 복합 소재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이름이 좀 길다.(웃음)”

Q. 항균이면서도 친환경인 고분자 복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인가?

“코로나19 이후로 항균·항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그런 상품이 인기도 있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UV 광을 조사해 균을 죽이는 그런 장비가 많이 팔린 것으로 안다. 엘리베이터에 구리 이온 향균필름도, 공기 청정기 필터에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그런 소재를 적용한 제품도 많이 나왔다. 우리가 개발하려는 건 일회용품 위주로 항바이러스 능력을 가진 고분자 소재, 즉 플라스틱이다. 장갑, 식품 포장재, 사람들이 많이 만지는 과자 봉지 이런 것들에 항균 항바이러스 기능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이오(부패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플라스틱은 값싸고 많은 곳에서 두루두루 이용돼야 한다고 본다.”

Q. 우리 손에도 지금 다 세균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소재 위에는 균이나 바이러스가 기생을 못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손소독제가 대표적인 항균·항바이러스 물질인데 일회성이다. 알코올이 세포벽이라든지 바이러스의 껍질들을 터트려서 죽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건 일회성이라서 한 번 쓸 때 몇 분 정도 좋아지는 것이다. 값 싸면서 지속성이 오래가는, 아까 말한 UV를 조사하는 장비라든지 구리 이온을 붙인 항균 필름은 지속성은 높지만 모든 제품에 사용하기는 어렵다.”

Q. UV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고, 엘리베이터에는 항균 필름을 동그랗게 오려서 붙여놓던데 그건 바이러스를 죽이는게 아닌가?

“그것도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다.”

Q. 그런 필름류에 바이러스 균이 닿았을 때 죽는 이유는 뭔가?

“여러 가지 메커니즘과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안 붙게 하는 방법이 있다. 붙지 않고 공기에 의해 날아가게 두는 것이다. 이렇게 표면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세포벽의 어떤 부분을 공격해서 죽이는 방법이 있다. 손 소독제로 쓰이는 알코올이라던지, 과산화수소라던지 이런 것을 쓰면 직접 산화 방식으로 죽이는 것이다. 킬링 메커니즘이 강하면 독성이 또 강해진다. 약하면 균이 살아있을거고. 또한 휘발성인 알코올을 쓰면 단기간이 되는 거다. 휘발성이 좋을수록 확산이 잘 되기 때문에 주변 킬링 효과가 좋다. 휘발이 안 되는 물질은 상대적으로 항균, 항바이러스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것들을 잘 조합해서 우리 과제 제목도 그렇듯 장기 지속성을 가지면서도 내구성 그러니까 몇 번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시간이 좀 오래 지속되는 그런 걸 만들려고 한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물질은 키토산이다. 키토산이 항균, 항바이러스 능력을 가진다는 얘기는 한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Q. 게 껍질? 

“맞다. 그걸 소재화하는거다. 키토산을 나노 섬유나 나노 입자화해서 장기 지속성을 가지면서도 킬링 능력이 좋게 하는거다. 그리고 기재는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하려 하는거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에다 항균, 항바이러스 물질을 첨가해서 우리가 두루두루 쓰는 값 싼 마스크나 몇 백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그런 것에도 항균, 항바이러스 기능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Q. 지금 말한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여러 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나?

“그렇다. 세계적인 화학회사 중 하나인 바스프(BASF)라는 독일 회사가 생분해 플라스틱 선두 주자다. 미국에는 네이처웍스(NatureWorks)라는 곳에서 PLA(Poly Lactic Acid:폴리유산)라는 것을 만든다. 옥수수 플라스틱이라서 시중에 볼 수 있는 바로 그 제품을 네이처웍스가 만든다.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중국에서는 일회용품을 생분해 플라스틱이 아니면 못 쓰게 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대중국 무역 수출을 위해 지금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Q. 일반 플라스틱을 못 쓰니까?

“우리나라 대기업, 그러니까 LG, SK, 롯데, 코오롱, CJ 등이 (중국 수출용 제품에는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거나 이미 준비를 마쳐서 수출을 하려하는 것이 있다. 빠진 회사는 죄송하다.”

Q. 중국에서 일반 플라스틱을 못 쓰니까 그걸 대체하는 그런 소재를 도입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공산당이 금지하고 있다.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만 쓰게 돼 있기 때문이다.”

Q.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을 가진 국내 회사는 어디가 있나?

“국내에서도 내로라 하는 화학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우리 팀이 SKC에 기술 이전을 했다. 바스프 소재보다 약간 더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기술이다.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라는 소재가 바스프에서 만든 건데, 우리가 개발한 건 New PBAT라고 부른다. PBAT를 좀 더 질기게 만들고 생분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소재를 만들어서 SKC에 기술을 이전했다.”

Q. 그것은 언론보도가 이뤄진 것인가?

“이미 공식 발표됐고, 많은 주식 관련 채널에서도 애널리스트분들이 (SKC의) 저희 기술을 얘기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Q. 그 기술이전은 배타적인 기술이전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사 갈 수 있나?

“SKC가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Q. 분해되는 플라스틱과 분해가 안 되는 기존 플라스틱을 생산할 때 가격 차이가 있나?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2~3배 비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천연 바이오 물질 혹은 석유 물질로 만들 수 있다. 천연 물질은 당연히 곡물 위주로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원자재 자체가 가격이 비싸다. 석유로 만드는 물질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지금 플라스틱은 과거와 비교해 엄청 싸졌다. 공장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가격이 싸진거다. 지금 생분해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라서 가격은 비쌀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비중이 10% 이상을 넘어서면 가격은 많이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

Q. 분해되는 플라스틱과 기존 플라스틱, 사람들이 쓰기에는 어떤가? 차이를 느낄 수 있나?

“생분해된다는 말은 물질이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비닐봉지 이런 거 재고를 10년 쌓아놔도 괜찮았었다. 생분해 플라스틱 시대가 오면 그런 건 아마 어려워질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인간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쓰면 너무 편하지만(환경을 파괴하니).  그래서 기계적 강도를 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연구팀이 SKC에 강조했던 내용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Q. 독일 바스트 제품보다 질기다(내구성이 강하다)? 

“그렇다.”

Q. 거기에 키토산 나노 분말 같은걸 첨가하면.

“항균성까지 부여하려 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그 물질에 바이러스가 붙으면 죽는건가?

“죽는거다.”

Q. 그 물질만 갖다 넣으면 되는 것인가?

“키토산의 항균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걸 어디 섞으려면 나노 크기로 특정 모양으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연구 방향이 될 것이다.”

Q. 키토산은 어디서 사오나?

“우린 아직 연구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시약을 사온다. 우리나라도 식품이나 영양제 업체들이 키토산을 많이 받아오고 있는데 만약 우리 기술이 양산까지 가려면 산업적으로 대량 수입을 해와 야 될 것이다. 사실 키토산은 폐기물에서 나온다. 중국이나 동남아가 많이 성장해서 사람들 입맛이 높아졌고 갑각류 소비량이 많아지고 쓰레기도 늘어났다. 양산하려면 그런걸 운송해 와서 가공하는 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할테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원료 수급 문제까진 고려하진 않고 있다.”

Q. 어딘가에서 키토산을 가져오면, 뭔가 분쇄를 하는 것인가? 나노화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화학적으로 쪼개고 나노 입자를 만드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Q. 그 입자 크기는 다 균일해야 하나?

“그렇다. 우리는 직경 20나노미터(㎚)의 나노 섬유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나노 섬유를 만들면 바이러스를 죽이는 특성이 좋아지고 내구성도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긴데 그런 게 있다.”

Q. 그런 시도는 우리나라 말고 다른 곳에서도 하고 있나?

“키토산 소재는 아시아 쪽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일본은 원래 키토산 연구 분야에서 강국이다. 항균, 항바이러스 분야는 일본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고 동남아에는 갑각류가 많다 보니까 원자재 생산하는 것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Q. 국내로만 본다면 어떤가?

“일단 저희가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키토산 학계 쪽에서는 영양이나 식품쪽으로는 많은 연구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저희처럼 소재를 하는 사람은 얼마 안 돼서 그분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키토산을 나노 섬유화시켜서 생분해 플라스틱에 섞는다, 이게 될지 안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5년 동안 해 봐야 한다.”

Q. 그것이 성공하면 그 소재는 어떤 시장에 적용할 수 있나?

“일단 마스크가 있다.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 배달 용기나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 항균 필름으로도 만들 수 있다. 사실 나는 구리가 장기 지속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손가락이 계속 닿다보면 손에 있는 기름 때가 묻을텐데. 그런거에 대한 영향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 아파트도 그걸 1년 내내 그대로 붙여놓고 있던데.”

Q. 먹는 음식 용기에다 이런 소재를 쓰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일단 음식에는 균을 다 죽이는 게 좋다. 그래서 끓여서 먹지 않나. 항생제가 발달해서 코로나19 펜데믹이 굉장히 생소한데, 역사적으로 거의 30~50년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균에 의해 죽어 나갔다.”

Q. 연구가 잘 되면 이 소재는 장기적으로 지속이 된다는 얘기인것인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게 몇 년은 아니고 기존에 했던 것보다 10배. 지금은 하루 이틀이면 끝날 걸 몇 개월이나 6개월 정도는 지속되게 하는 게 목표다.”

Q. 연구 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올해 시작해서 총 5년간이다.”

Q. 이 연구 핵심은 어쨌든 계속 섞어본다는 것이다?

“그렇다.”

Q. 섞어봐서 제대로 되는지 한번 테스트해 보고, 섞이긴 섞일 텐데 이게 효능이 있어야 되니까. 

“그렇다. 표면에서 많이 드러나야 되고. 사실 모든 화학 현상은 표면에서 일어난다. 표면 나노 입자가 얼마나 잘 정돈돼 있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