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미국의 對中 압박...중국 반도체기업들 美 장비 '몰아치기' 구매
높아지는 美 대중 압박 수위…中 반도체 업체들 공급망 우려 심화
"미국산 장비 구매 몰아쳐…대체재 구매 취소한 사례도 있어"
올 상반기 中 반도체장비 수입액 중 美가 20% 점유율 기록
2022-08-03 장경윤 기자
일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장비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장비 도입이 더는 불가능해지기 전에 미리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공급망 불안정성이 가중됨에 따라 미국산 장비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8년부터 자국의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에 반하거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 기업 및 기관과 거래를 제한하는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 주요 D램 제조업체인 JHICC도 해당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이들 중국 업체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로부터 10nm 이하의 선단 공정용 장비를 들여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7nm 이하 공정을 위한 핵심 장비인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도 중국에 수출될 수 없도록 제한을 걸고 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제조산업은 대부분 DUV(심자외선) 장비를 활용한 28nm 이상의 레거시 공정에 집중돼있어, 미국 제재의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미국의 제재 수위가 향후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 신뢰성이 높은 미국산 장비의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중국 업체들은 미국산 장비를 최대한 넉넉히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 중국 업체가 기존에 계획했던 대체재 구매를 취소하면서까지 미국산 장비를 들여놓은 사례도 이전에 있었다"며 "미국의 제재가 언제 강화될지 모르는 만큼 '장비를 살 수 있을 때 사자'는 마인드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미국산 장비를 정신없이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 이후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위와 같은 현상 때문에 예상만큼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전체 반도체 장비 수입 규모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현지 IT전문매체 'eeFocus'가 중국 관세청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입 데이터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규모는 총 188억4500만 달러다.
국가 별 비중은 일본이 48.83억 달러(26%)로 1위, 미국이 36.5억 달러(20%)로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7.43억 달러로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미국산 장비 수입액이 4% 감소하기는 했으나 일본이 6%, 한국이 25%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견조한 흐름이다.
이같은 중국 업체들의 미국산 장비 확보 노력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 상무부는 SMIC향 장비 수출 제한 범위를 기존 10nm에서 14nm로 강화하는 내용의 서신을 미국 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보낸 바 있다. 미국 의회가 엔티티 리스트에 중국의 또다른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YMTC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외에도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및 칩4 동맹 강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