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진 삼성SDI...배터리 공격적 투자 장전

이재용 부회장-BMW 회동 결과물 관심↑ 원통형 배터리 투자 최적의 타이밍

2022-08-02     이수환 전문기자
2분기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SDI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조70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원통형 배터리 투자를 발표했고, 미국 신규 공장도 투자가 본격화된다. 지난해 기록한 2조원대 시설투자가 올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 시설투자가 지난해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증권가를 비롯해 업계 일각에선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비 설치가 이뤄지고 있는 헝가리 괴드 2공장과 함께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 말레이시아 원통형 배터리 투자 등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수주 후투자'로 진행되는 배터리 산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대형 고객사 발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비교했을 때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운용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급 기간과 함께 적정 수준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주를 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에 공급할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니켈, 코발트 등 소재 가격 연동 등을 고려해도 마진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익성만 봤던 건 아니고 원가 경쟁력이 없으면 장기전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며 "최근 원통형 배터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장기 공급, 수익성이 모두 만족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말레이시아를 원통형 배터리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생산할 배터리는 차세대 4680 규격(지름 46㎜, 높이 80㎜)을 활용한 제품이다. 구체적인 사양도 윤곽이 드러났다. 지름(46㎜)은 유지하면서 높이를 95㎜, 120㎜로 키울 계획이다. 이 원통형 배터리를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주요 고객사에 소개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회동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더 적은 수의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귀국 길에 "우리가 할 일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차별화된 기술을 강조한 바 있다. BMW는 전고체 배터리도 상당한 관심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삼성SDI는 수원 사업장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일명 S라인)을 준비 중이다. 삼성SDI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삼성SDI는 핵심 고객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확실한 수요를 근거로 시설투자를 결정하고 집행 중"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BMW를 비롯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 물꼬를 튼 덕분에 삼성SDI가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