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프에이, 다잡은 노스볼트 배터리 장비 경쟁사에 뺏기나
후공정-물류 장비 공급 추진
원익피앤이, 中선도지능 막판 변수
2023-08-03 이수환 전문기자
에스에프에이가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거래를 준비 중이다. 배터리 후공정과 물류 관련 장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단가 조정 등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 노스볼트와의 배터리 장비 협상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노스볼트 후공정 장비는 원익피앤이가 오랫동안 공들인 사업"이라며 "베스테로스 파일럿 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바 있어서 양산 라인에 신규로 장비를 넣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에스에프에이가 우선 협상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최대 배터리 장비업체인 선도지능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에스에프에이보다 좋은 조건을 내걸며 노스볼트와 재협상 준비를 마쳤다. 이 회사는 노스볼트 양산 라인에 배터리 장비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 노스볼트는 선도지능 장비로 만든 배터리 품질과 생산성에 만족하지 못해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한화를 비롯해 엠플러스, 원익피앤이 등이 노스볼트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스에프에이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 눈앞에서 대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스볼트 양산 라인 규모를 고려했을 때 최소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액을 떠나 노스볼트라는 상징성이 높은 고객사를 놓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장비 공급 시 스웨덴 베스테로스에 마련된 연구·개발(R&D) 시설에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초기 배터리 장비를 공급했던 업체가 아니라면 모두 이쪽에 장비를 먼저 공급해야 한다. 이후 스웨덴 북동부에 있는 셸레프테오 공장의 양산 라인에 장비를 넣을 수 있다. 원익피앤이가 이 과정을 거쳤다.
현재 후공정 장비는 중국 선도지능 자회사인 타이탄(泰坦)이 담당하고 있다. 배터리 후공정은 포매이션(활성화) 장비가 담당한다. 배터리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 원하는 성능이 나올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보통 물류장비와 엮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온도, 전압, 전류 등을 일정하게 점검하기 위해 위치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선도지능이 에스에프에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건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사후지원이나 물류 장비 등의 지원을 덧붙였을 수 있다. 최근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 실력이 상당히 높게 올라왔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온 헝가리 신공장 후공정 장비는 중국 항커커지가 발주에 성공했다. 괜찮은 품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가 원익피앤이와 에스에프에이를 두고 고심했을 때 가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며 "선도지능 장비를 다시 고려한다는 것 만으로도 고도의 협상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