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D의 W-OLED 채용계획 아직 불투명
"TV 업황 악화로 내년 TV 시장 전망 아직 어렵다" 풀이
카타르 월드컵 끝나고 연말께 채용 여부 구체화 전망
삼성전자-LGD, W-OLED 공급협상은 여전히 진행 추정
2022-09-19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W-OLED를 채용한 TV를 내년에 출시할 지 여부는 연말은 돼야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밀고 있는 미니 LED TV 출하량은 2년 연속 목표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 라인업을 확대하기에는 최근 TV 시장 업황이 너무 나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에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용한 OLED TV를 출시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W-OLED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물량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지난해 이맘때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W-OLED를 채용한 TV를 150만대, 삼성디스플레이 퀀텀닷(QD)-OLED를 채용한 TV를 50만대 출시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했다. 하지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W-OLED를 적용한 TV를 출시할 가능성은 사라졌고, 삼성전자는 QD-OLED를 채용한 TV를 해외 시장에 제한적으로 출시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W-OLED 구매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TV 시장 업황 악화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TV 시장은 지난해보다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 올해 삼성전자도 TV 출하량이 4000만대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패널 재고 소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당장 LG디스플레이의 W-OLED 대량 구매를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에 W-OLED 물량과 함께 다년 계약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사업계획도 불투명한 삼성전자가 섣불리 구매 계약을 체결하긴 어렵다.
현재로선 삼성전자의 내년 OLED TV 라인업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말까지 기존 Q1(QD-OLED) 라인 생산능력을 30% 확대할 계획이지만 삼성전자가 확보할 수 있는 TV용 QD-OLED 패널은 100만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인 '네오 QLED'를 최상위 라인업에 놓고 TV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네오 QLED TV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출시한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다. LCD 패널에 QD 시트를 적용한 QLED TV 시리즈에 미니 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명암비 등을 개선한 제품이다.
하지만 네오 QLED TV 출하량은 2년 연속 기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6월 삼성전자 네오 QLED TV 출하량 전망치를 연초 300만~350만대에서 300만대로 낮춘 바 있다. 최근 국내 업계에선 200만대 중반도 힘들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네오 QLED TV 출하량 100만대 초반은 회사 목표는 물론 시장 기대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로선 프리미엄 시장에서 네오 QLED TV 성적이 시원찮지만, TV 업황이 나빠서 W-OLED TV 라인업 추가 등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LCD 패널 가격 하락세도 삼성전자가 W-OLED TV 출시를 서두르지 않는 요인이다. LCD 패널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OLED TV 출하량이 늘었지만, 최근 LCD 패널 가격 하락과 함께 OLED TV 출하량 전망치도 줄어들고 있다.
변화 열쇠는 내년 TV 시장 전망이 쥐고 있다. 내년 TV 시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삼성전자가 W-OLED TV 출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통상 다음해 사업계획은 11월께 확정하지만, 올해는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연말은 돼야 삼성전자의 내년 TV 사업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이는 대형 LCD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양측에 W-OLED 공급 협상 기회는 언제든 열려있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W-OLED 구매를 조건으로 현재 삼성전자와 LG그룹이 진행 중인 특허 라이선스 협상 등은 모두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이맘때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구매할 W-OLED 물량과 함께, 삼성전자가 W-OLED와 QD-OLED를 적용한 OLED TV 라인업 이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업계 관심사였다. 그만큼 공급 기대감이 높았다. 물량은 적지만 QD-OLED를 W-OLED보다 상위 라인업에 놓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요소였다. 하지만 지난 5월을 지나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W-OLED를 적용한 TV를 출시할 가능성은 없어졌고, 삼성전자는 QD-OLED를 적용한 TV를 '삼성 OLED TV'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