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FC-BGA 추가투자 발표는 내년에나
"후발주자이고 기존 고객사 없어 투자 천천히 늘릴 것" 전망
2월 발표한 4130억원 투자는 FC-BGA 틈새시장만 노릴 수준
LG이노텍, 이르면 내년부터 PC의 CPU용 FC-BGA 양산 기대
2022-09-27 이기종 기자
LG이노텍의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추가투자 발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이 지난 2월 발표한 4130억원 투자로는 삼성전기 등과 경쟁하기 어려워 추가투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LG이노텍이 FC-BGA 후발주자이고, 당장 고객사 합작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관측이다. FC-BGA 공급부족이 2024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서둘러 추가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과, 투자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추가투자 발표는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월 신사업인 FC-BGA에 2024년 4월까지 413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모바일에서 서버·PC, 통신·네트워크, 디지털 TV, 차량 등으로 기판 사업 분야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C-BGA 중에서도 서버와 차량용 제품은 고부가 제품이어서 업계에선 LG이노텍의 추가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4130억원은 FC-BGA에서도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틈새시장만 노릴 수 있는 수준으로, LG이노텍이 장기적으로 삼성전기 등과 FC-BGA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 발표보다 두 달 앞선 지난해 12월 삼성전기는 FC-BGA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투자계획이 추가되면서 삼성전기의 FC-BGA 누적 투자발표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3분기도 말에 접어들면서 LG이노텍이 올해 안에 FC-BGA 추가투자를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LG이노텍에 FC-BGA가 신사업이란 점과, 아직 FC-BGA 양산라인, 대형 고객사가 없다는 점 등은 지난 2월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이후에도 FC-BGA 공급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도 있다.
또 이제껏 조 단위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기와 이비덴, 신코덴키 등과 LG이노텍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비덴 등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020년 이후 회사별로 조 단위 FC-BGA 투자를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사의 합작투자 영향도 있었다. FC-BGA 공급부족 장기화가 예상되자 인텔 등 반도체 업체가 FC-BGA 물량을 장기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기판 업체와 함께 투자했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FC-BGA에 합작투자할 고객사가 없는 LG이노텍으로선 자체 재원만으로 조 단위 FC-BGA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반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도 LG이노텍이 FC-BGA 투자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지속으로 노광장비 등 일부 핵심장비 리드타임(장비 발주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LG이노텍이 선제 투자해야 장비를 일찍 확보하고 생산능력을 늘려 대형 고객사와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광장비와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합착기(라미네이터) 등 핵심장비는 리드타임이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같으면 6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코로나19 지속이 악영향을 미쳤다.
LG이노텍은 이르면 내년부터 FC-BGA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KPCA쇼 2022에서 LG이노텍은 디지털 TV에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세로 약 35mm 크기 FC-BGA를 공개했다. LG이노텍은 이 제품을 비롯해 PC의 CPU용 FC-BGA 등을 우선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이 양산 첫해 월 100억원 수준 FC-BGA 매출을 올리면 LG그룹을 상대로 추가투자를 설득하기 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올해 2월 LG이노텍이 밝힌 FC-BGA 투자규모 4130억원은 당시로부터 1년여 전인 지난해 상반기 업계에선 예측한 LG이노텍의 FC-BGA 투자규모 '4000억~5000억원 이상'의 하단에 가까웠다. FC-BGA 투자 발표보다 한달 앞서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 사업에 1조원 이상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어서 신사업인 FC-BGA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기가 지난해 말부터 발표한 FC-BGA 누적 투자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국내 또다른 반도체 기판 업체 대덕전자는 4000억원, 코리아써키트는 2000억원을 FC-BGA에 투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