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보릿고개 접어든 메모리반도체 장비사들
2022-10-12 장현민 PD
<자막원문>
진행 : 디일렉 한주엽 대표
출연 : 레드일렉 이종준 심사역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모시고 얘기 나누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장비사 보릿고개 진입」. 제가 굳이 전체 반도체 장비사라고 얘기 않고 메모리 반도체 장비사라고 특정한 이유는 내년도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시설투자가 많이 줄어들 것 같아서입니다. 애초에 SK하이닉스 같은 경우는 연간 한 10조원대 정도 사이로 전체 시설투자를 했죠. 그런데 10조원대 정도 되는 시설투자 금액 안에는 설비를 사들이는 돈이 있고, 건물을 짓는 인프라 투자 금액이 섞여 있는 금액인데요. 통상적으로 금액 비율이 높은 것은 설비투자죠.
“그렇죠. 반도체 장비라는 게 워낙 고가의 장비들이기 때문이죠.”
-고가 장비들이 많고 일부 저가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몇십억원씩 하는 장비들이니까 그런 것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내년에 투자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마이크론 같은 경우에 얼마 전에 분기 실적 발표를 했죠. 여기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우선 기존 공장 생산량이 아니고 장비 구매 비용, 그러니까 생산량 증가를 야기하는 새로운 장비 캐파의 증설은 삭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023 회계연도에 자본지출(설비투자액)을 30%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를 했어요. 전년도 대비 줄이겠다는 얘기인 건데요.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다 같이 하는데,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같은 곳은 낸드플래시만 하죠. 요카이치 공장 등 플래시메모리 공장의 생산을 10월부터 30%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메모리 회사들이 뭐랄까요. 공식적으로 생산량을 줄인다는 감산 발표를 공공연하게 하는 게 요즘 참 신기해요.
“이게 좀 어렵죠. 왜냐하면 미국 같은 경우는 마이크론이 있지요. 다른 시선으로 봤을 때는 약간의 담합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담합이 성립하려면 서로 뭔가를 주고받거나 만나거나 해야 하는데요. 옛날에 2000년대 초반 정도에는 그런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국 교도소에서 살다 나오신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관계자분들도 좀 있으신데, 그 이후로는 절대로 그렇게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공중(외부)에 날리는 거죠. “우리 30% 감축할 거야”, “우리 설비투자 적게 할 거야” 이렇게요. 한국 기업들은 그런 얘기 잘 안 하죠. 아주 원론적으로 “내년도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정도로 얘기합니다. 확 와닿지 않게요.
“자주 하는 얘기죠.”
-뉘앙스로만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지금 일단 공식적으로 얘기 나온 걸 또 하나 전해드리자면 어제입니까 엊그제입니까 미국에서 삼성 반도체 행사를 하면서 메모리 사업부에 있는 고위 임원께서 감산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우리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고 해서 큰 따옴표로 얘기가 나왔어요. 저희가 들은 얘기로도 삼성은 기존 설비에서는 그냥 계속 만들어서 찍고 일단 설비투자 자체도 지금은 아주 그렇게 많이 줄이고 있는 형편은 아니라는 식으로 들었거든요. 왜? 어차피 원래 이 사이클대로 사이클이 떨어지면 투자 줄이고, 또 시장 좋아지면 또 투자를 늘리고 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에요. 과거에는 불황 때 더 투자를 늘린다고 했는데요. 사실 그러다 다 망했던 시기가 2008년, 2000년대 초반 이랬던 때인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텀 때 설비투자를 줄이면 다음 업텀 가면 또 급하게 설비를 채워 넣으려면 또 사재기해야 되고 기다려야 되니까 지금 그냥 평평하게 조금씩 사놓고 적절하게 우리가 지금 투자를 해서 슬로우하게 조금 올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라는 아직까지는 그런 기조인 것 같습니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게 원래 사이클을 딱 사계절을 보듯이 명확하게 탔었는데, 그게 최근 몇년 동안은 이게 과연 사계절이 있는 것이냐 싶습니다.”
-없죠. 이제는 지금 사실 공급업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요. 그리고 공중에 이렇게 날리면서 우리는 올해 비트그로스(Bit Growth)가 20%, 20%면 굉장히 낮은 숫자거든요. D램 같은 경우는 그러니까 옛날에 2006~2007년에 100% 이렇게 올라서 생산이 2배로 늘어났던 적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랑 비교해 보면 지금 굉장히 보수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업계가 정리가 되면서요.
“그래서 삼성전자도 1등을 또 그렇게 할 수도 있었던 것 같고요. 전략상으로...”
-삼성은 워낙 메모리 생산도 잘하고 기술도 앞서 있고 또 그런 서플라이체인도 잘 돼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데요. 문제는 SK하이닉스 쪽 생태계입니다. 지금 다 아시다시피 전쟁도 나고 코로나19 때문에 락다운도 걸리고 해서 부품, 장비 수급하기가 되게 어렵습니다. 내년도에 시장이 이렇게 안 좋아질지, 지금 이렇게 안 좋아질지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올 상반기에, 4월 정도인 것으로 저희가 파악을 하고 있는데요. 이미 내년도 물량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내려줬다고 그래요. 예를 들어 “내년에 당신네들 회사의 장비가 10대가 필요하다 준비해야 된다”라는 식으로요. 왜? 장비 만들려면 부품을 사와야 되는데 부품도 미리 확보해놔야 조달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SK하이닉스 생태계에 있는 많은 장비 회사들이 부품 구매를 상당히 많이 해놨고 내년도 준비를 위해서 자본지출을 많이 해놓은 상태인데 최근에 전달한 가이드라인에서 대폭 축소되어 있는 이 숫자가 지금 왔다고 그래요. 그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지금 어차피 시장이 이렇게 안 좋아졌는데 내년에 장비 넣어서 더 만들어봤자 가격만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수정된 가이드라인을 9월에 전달했는데 이제 난리가 난 거죠. 대폭이라는 게 그럼 어느 정도 대폭이냐인데, 예를 들어 “10대 준비해”라고 했는데 어떤 업체에 따라서는 1~2대 정도 얘기한 곳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허리띠 졸라매는 시기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문제는 뭐냐하면 이미 4월에 준비하라고 얘기해 놓고 9월에 그게 뒤집힌 겁니다.
“이미 사 놓은 부품들이 문제겠네요.”
-이미 돈을 내놨죠. 부품을 사 놨는데 내년에 안 가져가면 창고에 넣어놔야 되니까 창고 비용 들죠. 또 현금이 다 유출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한해 적자 나더라도 갖고 있는 현금 가지고 버틸 수 있는데, 지금 버틸 여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내년에는 곡소리가 꽤 날 수 있겠다라는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영상을 찍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용이 되고 있는 것 같고요.
“어떻게 좀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하고 있죠? 지금 장비 회사들은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죠.
-웃으면 안 되는데. 하여튼 뭐 어떻게 합니까? 안 사주겠다고 하면 금융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이런 얘기도 일부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그냥 사 가야 되는 것이지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근데 안 사가고 그걸 금융지원을 해주면 이자 나가야 되죠. 창고 비용 어쨌든 나가야 되죠. 또 그 장비가 종국에 회사 팹으로 들어가면 다행인데 계속 밀리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재고로 보관하고 있다가 고장 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천재지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고요.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으니까 내년에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서 아예 계약을 PO(구매 주문서)를 받고 만들던지요.”
-그런데 구두 발주라는 것이 원래 공정법에 안 되게 돼 있는데요. 저도 깊숙하게 들어가서 장비나 부품의 발주 프로세스를 보니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안 주면 힘들어요. 제가 볼 때 PO(구매 주문서) 나오는 게 매출 분기 바로 전날 나올 때도 있고 일주일 전에 나올 때도 있고 전산으로 그렇게 뜨기 때문에 그거 받고 준비하면 리드타임이 너무 길어져요. 어느 정도의 협의를 통해서 준비를 많이 하고 덜하고 이런 온도 차이는 없으면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죠. 국내 대기업들이 잘하는 게 그런 공급망 관리 혹은 협력사 관리죠. 그런 걸 애초에 잘해서 자기네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비를 들여놓고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그런 건데요. 이게 또 어떨 때는 보면 해외의 어떤 장비사들 중에는 갑도 있죠.”
-갑과 같은 을이 있죠.
“갑 같은 을이 있는데, 그 장비는 우리가 필요없지만 또 들여와서 창고 혹은 라인에 넣어놓는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SCM(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보면 우리 회사의 이익으로만 본다면 최대한 재고를 적게 남기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닙니까? 부품 재고라든지 재공도 그렇고요. 내가 필요할 때만 바로 갖고 오라고 하면....밑에 있는 회사들은 약간 전가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도요타 같은 곳이 그런 걸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JIT(Just In Time, 적시생산) 방식이라고 해서, 회사 주변에 부품이 계속 이렇게 돌고 있고 필요할 때마다 달라고 하면 넣어주고 하는 것인데요. 도요타는 좋지만 밑에 있는 회사들은 엄청난 부담이죠. 나는 이미 마련해 놓고 언제 주문이 올지 모르지만 대기하고 있어야 되니까요. 아무튼 반도체 장비 시황은 올해 하반기부터 굉장히 안 좋아질 것 같다라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