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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 한국 시스템반도체 스타기업을 키울 전략은...

'반도체 석학'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반도체 인재 양성 허브,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장 창업기업과 투자자 간 네트워크 구축, 스타 팹리스 배출 목표

2022-10-12     강승태 기자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목숨 걸고 추진하라.”

반도체 인재 확보는 현 정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반도체 산업은 경제의 영역을 넘어 정치, 안보와 직결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반도체 산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각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민·관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다. 한마디로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은 바로 인재 확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내에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센터장도 직접 맡고 있다. 이 센터는 서울대 안에 흩어져 있는 반도체 연구 및 교육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총괄조직이다.

센터 설립 목적은 분명하다. 반도체 인재 양성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며 대학에서 교육한 인재가 실제 현장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창업기업과 투자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스타 반도체 기업' 탄생을 돕는 것이 목표다. 

Q. 현재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장을 맡고 있다. 언제부터 맡고 있나? 

“센터가 생긴 지 2년 됐다.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직접 센터장을 맡고 있다.”

Q. 이전에는 산기평(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PD도 했다. PD는 시스템반도체와 관련된 R&D 과제를 기획하는 자리인가?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R&D 자금을 갖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R&D 중 어떤 과제가 필요할지를 정해 지원하고,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Q. 과거에는 시스템IC 2010, 시스템IC 2015와 같은 과제가 있었다. 시스템IC 2010의 경우 굉장히 성공적인 R&D 사업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맞다.”

Q. 그땐 정부 지원이 많았던 것인가? 

“시스템IC 2010 때 지원이 많았다. 시스템IC 2015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시스템반도체에 지원을 많이 했었다.” 

Q.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나?

“시스템IC 2015 사업이 끝난 후 한동안 시스템반도체만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중단됐다. 다만 원천기술 개발사업과 같이 모든 분야에 지원되는 사업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고 이전 대비 많이 줄긴 했다. 1~2년 전부터 지능형 반도체 사업이 생기고 작년에는 프로세싱 메모리 사업(PIM, Processing In Memory) 등으로 반도체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Q. 그때 지원이 많이 줄어든 것이 지금 힘든 것과 연관이 있나? 

“그때 지원이 줄어든 것도 조금 영향이 있긴 하다. 아무래도 기업들도 좀 힘들고 학교도 연구비가 줄었다. 하여튼 시스템반도체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서 아직까진 힘든 것 같다.”

Q.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지원받아 관련 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처음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각종 R&D 자금과 함께 IP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ARM IP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ARM과 협력해서 ARM IP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밖에 EDA 툴 사용이나 MPW(Multi-Porject Wafer)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해 지원하고 있다.” 

Q. MPW는 언제부터 한 것인가?

“최근이다.”

Q.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삼성전자 총수와 팹리스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기부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협력해 MPW를 지원한다. 중기부가 기업을 고를 때 센터가 직접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Q. 중기부에서 ‘빅3’로 선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산업이 있다. 시스템반도체, 전기차, 그리고 바이오다. 시스템반도체 쪽은 센터에서 도맡고 있는데 중기부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빅3 사업은 현재 3년 됐는데 매년 자금을 지원해 준다. 지원 규모는 매년 조금씩 다르다. 센터가 사용하는 금액도 있고 ARM에 지불하는 것도 있다. 구조가 약간 복잡하다.” 

Q. 그렇게 지원받는 기업이 현재까지 몇 개 정도 되나?

“64개사다.”

Q.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부터 신생 기업까지 포함돼 있겠다. 지원 기업은 다 공개돼 있나? 

“공개돼 있다.”

Q. R&D 자금은 기업당 얼마 정도 받는가?

“기업 실적에 따라 약간의 차별은 두는데, 기업당 평균 1억5000만원 정도다.”

Q. 그 안에 들어간 기업 중 규모가 좀 큰 기업도 있다. 그렇다면 주로 스타트업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나? 아니면 동일하게 지원받는 것인가?

“비슷하게 받는다. 약간 차별화 되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Q. 평균 1억5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1년 동안 받는 것인가?

“1년에 1억5000만원씩 2년간 받는다.”

Q. ARM IP의 경우 CPU나 GPU 코어 혹은 중간에 여러 기타 코어 IP를 공짜로 쓰는 것인가? 나중에 출하가 되면 그때부터 추가 로열티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인가? 

“ARM 코어와 주변 장치 IP를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나중에 양산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별도 로열티를 내야 한다.”

Q. 기존에는 양산 전 개발용 IP도 별도 라이센스 비용을 내야 하는데 지금은 서울대와 협력해서 그런 지원을 받는 것인가?

“그렇다. 예전에는 ARM IP를 사용하려면 그때부터 상당한 비용을 내야 해 (기업들이) 부담스러웠다.”

Q. EDA 툴은 어떤가?

“센터는 시놉시스하고 케이던스 EDA 툴을 지원받았다. 관련 기업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Q. EDA 툴은 어떤 제품을 다루느냐에 따라 좀 차이는 있겠지만 꽤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 돈이 많이 든다. 센터가 중기부로부터 지원받아 EDA 기업과 계약해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소속된 팹리스 기업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현재까지 64개 기업이 지원받았다고 했다. 올해 만약 선정됐으면 지원을 몇 년 동안 받는 것인가? 이전에 지원 받은 기업은 어떻게 되나? 

“한 번 선정되면 2년 동안 지원한다. 2년 전 1차로 50개 기업을 선정했고 올해 14개를 새로 뽑았다. 2년 전에 선정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끝났다.”

Q. 그럼 2년 동안 R&D 자금 3억원에 ARM IP와 EDA 툴까지 더하면 기업당 약 5억~6억원 지원하는 셈인가? 

“기업들이 잘만 활용하면 그것(금액)도 넘는다. EDA 툴만 해도 기업에서 직접 구매하려면 툴 하나당 몇억원씩 줘야 한다.”

Q. 시스템반도체 지원사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되는 것인가? 아니면 올해까지로 끝나는 것인가?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중기부와 논의 중이다. 내년에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Q. 그럼 내년에도 신규로 여러 기업이 들어올 수 있겠다. 

“내년 예산이 정해지는 범위 내에서 들어올 것 같다.”

Q. 예산은 언제 정해지는가?

“지금 한창 얘기가 진행 중이다.”

Q. 정리하자면 첫 해에 50개 기업이 지원받았고 1년 지난 뒤에 올해 14개사를 새로 선정했으며, 내년부터는 매년 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뜻인가? 

“내년에도 하려고 계획 중이다.”

Q. 생각보다 기업이 많다. 64개 기업 중 상장사도 포함되어 있는가?

“상장사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할 때 상장하지 않았는데 지금 상장한 기업은 좀 있다. 대부분 신생 기업이다. 하여튼 최근 창업한 기업이 상당히 많이 있다.”

Q.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창업하려면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안다. 여러 가지 IP 툴 비용이 상당해 창업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요즘 창업을 많이 하는 분위기인가? 

“한동안 창업이 별로 없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그랬다. 2015년 이후 조금씩 창업하는 기업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벤처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당히 많은 기업이 창업했다. 센터도 생각보다 창업 기업이 많아서 놀랐다.”

Q. MPW는 이미 한번 시작했나? 아니면 지금 준비 중인가? 

“일단 5개 기업을 선정했다.”

Q. 선정은 언제 했나? 어떤 기업들인가?

“선정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딥엑스, 세미브레인, 스카이칩스, 지엘에스, 라온텍 이렇게 5개 기업이 선정됐다.”

Q. 신청한 기업은 많았을 것 같다.

“많이 신청했다.”

Q. MPW 역시 한번 하려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지 않나?

“적어도 몇억원은 필요하다. 공정에 따라 몇십억원 드는 것도 있다.”

Q. MPW는 웨이퍼 하나로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1개 고객사의 여러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인 것으로 안다.

“기업이 단독으로 칩을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함께 모여 공동으로 칩을 만들고 난 후 각자 자기 칩을 가져가서 테스트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칩 시제품 만들 때 드는 가격을 낮출 수 있다.”

Q. 말하자면 웨이퍼 1장을 1개 기업 혼자서 시제품을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드니 일종의 공동구매를 하는 것 같다. 보통 그렇게 해주지 않는데 어쨌든 삼성전자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삼성전자에서도 파운드리를 많이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그런 기회에 중기부와 장관이 적극적으로 삼성전자와 협의해서 여러 기회가 생긴 것 같다.”

Q. MPW는 정기적으로 계속할 계획인가?

“MPW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마침 삼성전자와 협상이 잘 돼 이번에 시작하게 됐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내년에도 계속 프로그램을 가져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Q. 64개 기업이란 숫자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내년에도 새로 선정한다고 하면 기존 했던 기업은 다시 선정되지 않을 테니 이번에 탈락한 기업이 내년에도 지원하는 식으로 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탈락한 기업이 많다. 경쟁률이 약 3대1, 4대1 정도로 꽤 높았다.”

Q. 선정 기준이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산업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일단 전문가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한 다음, 기업이 과제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Q. 심사위원은 총 몇명인가. 심사위원은 노출되면 안 되는 것인가? 

“약 6~7명 정도 있다. 노출은 안 된다. 반도체 전문가들을 모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Q. 센터에서 이런 과제를 진행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좋은 기업이 많이 탄생하면 좋겠다. 그동안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어렵다는 얘기가 참 많았다.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대기업을 제외하면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 얘기할 만한 곳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는다. 왜 그렇다고 보나? 

“시스템반도체가 어렵긴 하지만 그게 꼭 한국만 어렵다기보다는 시스템반도체 자체를 미국이 거의 잡고 있다. 나머지 나라들은 다 비슷한 상황이다. 크게 보면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기에는 기술 장벽이 높다. 그래서 기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해서 따라잡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그 분야에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후발주자로서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 두 번째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시스템반도체는 결국 인력 장사다. 고급 인력을 많이 모아 기술을 개발해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 인구수를 봤을 때 연구소에 나오는 관련된 인력 수가 시스템반도체를 하기에 충분한 인력인지 고민할 부분이다.”

Q. 무슨 의미인가? 5000만명 정도의 인구 중 시스템반도체 쪽에 고급 인력이 나오는 비율이 낮다는 뜻인가? 

“그렇다. 숫자가 적다. 우리나라는 많은 산업이 발전했다.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도 있다. 그 외에도 굉장히 발달한 산업이 많다. 5000만명 인구에서 나오는 인력이 여러 산업으로 나눠 배치되는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양성되는 인력의 숫자가 적다. 절대적으로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기엔 좀 적다고 생각한다.”

Q. 그렇게 인력이 없나?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들도 인력이 없어서 지금 거의 인력확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다.”

Q.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정부에서 하던 대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좀 풀어서 그쪽에 많이 받고 해도 시간은 걸린다. 그동안은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인력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인력 양성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기존에 다른 전공을 하는 그런 학생을 재교육시키는 방법이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을 반도체 쪽으로 데리고 와서 교육하면 2~3년 안에 일부 배출할 수 있다.”

Q. 2015년 이후 시스템반도체 정부 신규 R&D 과제 등의 자금이 끊기면서 대학에 돈이 흘러가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는 것인가?

“대학원 연구비가 줄어 대학원생 배출 인력이 좀 줄어든 영향도 있긴 하다.”

Q. 말하자면 석·박사급 정도가 고급 인력 아닌가? 줄었다는 사실은 팩트인가? 

“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학부에서 전자공학 정원이 너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대만 해도 2001년 입학 정원이 약 300명 가까이 됐다. 지금은 절반 수준인 약 150명이다. 2001년과 비교해 반도체 산업 규모는 훨씬 커졌다. 그런데 지금 입학 정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문제다.”

Q.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서) 높은 기술장벽과 인력 부족 문제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설계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파운드리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팹리스들이 많이 사용하는 파운드리가 65나노에서 28나노 정도다. 한국 파운드리 기업은 선단 공정 14나노 아래로 잘하거나 아니면 130나노 이상 공정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팹리스가 주로 원하는 28나노에서 65나노 사이 공정은 여전히 부족하다.”

Q.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어떤가?

“반도체를 사용하는 곳은 결국 시스템(세트) 기업이다. 우리나라 시스템 기업들은 너무 대규모, 대기업 위주다.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상대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우리나라에 대기업이 있다는 것이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입장에서는 유리한 면도 있지만 또 불리한 면도 많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를 들여온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만이나 중국, 홍콩은 세트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부품을 가져오기 어려우니 중소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많이 한다. 시장적인 측면에서도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Q. 결론적으로 인력 문제를 제외하면 기술, 인프라, 시장 세 가지 문제점을 얘기한 것 같다. 대안은 있을까?

“결국 정부에서 정책을 잘 정해 지원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인프라와 관련해선 일단 파운드리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지금 65나노, 45나노 파운드리를 정부가 지원해서 만들 수는 없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디자인서비스 등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SoC 플랫폼 같은 것을 공동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 플랫폼을 이용해 IP를 공동 개발하거나 IP 개발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또 이런 공동 플랫폼을 이용해 팹리스가 칩을 개발할 때 정부 지원으로 칩 개발 비용을 줄여주는 등 한국만의 독자적인 SoC 플랫폼을 만들어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파운드리를 만들 수는 없더라도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이에 있는 IP 같은 것을 지원해 줄 수 있진 않을까 생각한다.”

Q. 중간에 IP를 올릴 수 있는 뭔가를 두고 그 안에 한국에서 만든 IP가 됐던, 해외에서 만든 IP를 안에 넣어놓고 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것을 만들자는 생각인가? 

“그렇다. 국내 IP 지원 사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지원 사업을 보면 IP를 개발하는 데 지원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개발해도 검증이 안 되면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팹리스가 이런 IP를 갖다 쓰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공동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 IP를 갖다 붙여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기관에서 검증까지 하면 어쨌든 그 IP와 공동 플랫폼이 같이 동작하는 거니 팹리스에서 그것을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

Q. 그럼 기술이나 인프라적 부분들은 그것이 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기업을 보면 각자 플랫폼이 있다. 하지만 각자 회사만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공동 플랫폼을 만들어 힘을 합치자는 얘기다.”

Q. 공동 플랫폼 안에는 해외에 있는 IP는 물론 국내 IP를 넣을 수도 있겠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나 퀄리타스반도체 같은 기업은 여기에 팔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 팹리스는 이런 IP를 저렴하게 가져와 구성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도 있겠다. 

“일단 있는 걸로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되면 로열티를 IP 기업에게 지불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Q. 혹시 이런 사업을 센터 차기 사업으로 구상 중인가?

“이렇게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금 센터가 하는 작업에 포함될 수도 있고 별개로 갈 수도 있다.”

Q. 시장적인 측면에서는 어떤가? 한국 기업에만 팔면 생존이 어렵지 않을까? 

“시장적인 측면에서 우리 팹리스가 해외에서 마케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센터 같은 경우 수요 기업과 연결해 주는 행사도 많이 하고 있다. ‘상생 포럼’은 1년에 한 4번 정도 진행 중이다. 또 ‘파트너스 데이’라는 이름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해 국내 팹리스와 수요 기업을 연결하는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하고 싶은 것도 있다. 팹리스 기업이 처음에 칩을 만들면 그 안에 버그가 많다.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검증하는 단계만이라도 정부가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이 칩을 좀 활용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Q. 예를 들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정부 어떤 기관에서 직접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정부에서 수요 기업하고 연계해 수요 기업에서 이 칩이 나오면 ‘한 번 써달라’고 제안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 유사한 과제들은 지금도 있다.”

Q. 수요연계형 과제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PD를 할 때 그런 과제를 수행했다. 다만 그 과제들의 문제점은 반도체 기업의 지원이 주로 많이 가고 그 수요 기업에는 지원이 많지 않다. 때문에 수요 기업은 큰 책임감이 없다. 과제가 성공하지 않으면 반도체 기업이 다 책임을 질 뿐 수요기업은 책임이 없다. 때문에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대학교에 처음 만든 칩을 이용해 교육하는 방법이다. 수요기업 입장에서 처음 만든 칩을 활용하긴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면 학교에서는 약간의 버그가 있더라도 대학교가 100%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이 칩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 교수님들한테도 약간 지원해 팹리스 기업이 만든 반도체로 교육하면 그 과정을 통해 검증이 된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 역시 학생 때 써봤던 반도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대학교에 지원해 대학 자체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 팹리스가 만든 반도체를 어쨌든 여기저기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