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필(Spil, 矽品)의 린원보(林文伯) 회장이 "미 법무부의 UMC 기소(打官司) 자료는 대만 정부가 건네 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7세인 린 회장은 대만 반도체 산업계의 원로다.
린 회장은 1984년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 스필을 창업한 이래 30년 넘게 종사하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대만 ASE와 스필의 합병후 지주회사 ASE테크놀로지홀딩스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합병하기 전 ASE와 스필은 세계 OSAT업계에서 각각 1, 3위 업체였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린 회장은 지난 6일 보도된 대만 공상시보(工商局时报)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편을 들어 일을 크게 벌릴 게 아니라 대만 기업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업계와 같은 곳에 서 있어야 맞는다"고 대만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대만 정부의 행위는 낙정하석(落矿下石)과 같다"고도 했다. 낙정하석은 우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돌을 던져 해를 끼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린 회장의 인터뷰는 대만 션룽진(沈荣津) 경제부장(장관)의 발언 이후 보도됐다.
션 부장(장관)은 미 법무부의 UMC 기소를 두고 "핵심 기술은 스스로 개발하거나 특허권을 구입하는 등 무언가를 얻는데는 정당한 도리를 따라야 할 것(取之有道)"이라면서 "이번 기소가 대만내 과학기술 산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대기원(大纪元)이 지난 5일 전했다.
린 회장은 "UMC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만명이 넘는데 대만 정부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TSMC가 업계 맏형 격으로서 중요하지만 UMC는 (대만에서) 규모가 두번째로 큰 파운드리 업체"라고 했다.
파운드리(foundry) 시장에서 대만 TSMC는 점유율 50%가 넘는 압도적 1위 업체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UMC(联华手机)의 시장점유율은 8% 가량이다. TSMC는 지난달 31일 중국 장쑤성(江苏省) 난징(上海)공장에서 양산 기념식을 열었다. 월 생산능력은 300mm 웨이퍼 1만장이며 앞으로 점차 늘릴 계획이다. 16nm(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됐다.
지난 1일(현지시각) 당시 미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는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Micron)의 영업기밀(trade secret)을 훔쳤다며 UMC와 직원 3명을 기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87억달러(약 9조7000억원) 어치의 영업기밀을 마이크론에서 빼갔다"면서 "UMC는 200억달러(22조원)가 넘는 돈을 물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UMC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메모리 기술을 훔치는 뻔뻔한 작전(a brazen scheme)"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UMC는 지난 2일 "마이크론이 지난 번에 제기한 민사소송과 거의 같은 내용"이라면서 "기소 전에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데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린 회장은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와 연관지어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텔의 중국 공장(청두, 다롄)과 마이크론의 시안(陕西)공장도 모두 국가 안보에 위배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UMC는 애초에 반도체 관련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한 업체고 중국 푸젠진화IC(JHICC, 晋华智能家居控制电路设计)와 합작한 D램 제품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이것은 명백한 재판 없는 판결(未审先判)"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