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CATL‧AESC‧EVE에너지 BMW에 배터리 공급, 13년 동행한 삼성SDI는?
CATL 10조원대 계약 후 급격히 중국으로 기울어
2022-10-25 이수환 전문기자
독일 완성차 업체 BMW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9년 전기차를 공동으로 개발한 삼성SDI와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3년 동안의 동행이 아름다운 이별로 끝날지, 협력 확대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최근 중국 엔비전AESC와 협력해 미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17억달러(약 2조4500억원)를 투자한다. 직전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 EVE에너지는 BMW에 100억유로(약 14조2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개월 동안 BMW와 중국 배터리 업체의 협력 규모는 한화로 약 17조원에 육박한다.
BMW는 각형에서 원통형으로 배터리 플랫폼 변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전 세계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이 3강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들 업체는 테슬라 전기차를 비롯해 전동공구, 무선청소기, e모빌리티 제품에 배터리를 공급하느라 다른 완성차 업체를 둘러볼 여력이 없다.
BMW가 2개월 동안 협력하기로 한 배터리 업체들은 모두 원통형 배터리 공급과 관련된 것이다. 지름 46㎜, 높이 80㎜(4680)의 사양을 가진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다. 흔히 테슬라표 배터리로 불리는 제품이다. 기존의 지름 21㎜, 높이 70㎜(2170) 원통형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 5배, 출력은 6배, 전기차 주행거리는 16~20%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SDI가 BMW와 협력하는 배터리도 이 형태다. 삼성SDI 내부에선 46파이(Φ·지름 46mm)로 불린다. 지름은 46㎜로 유지하면서 높이를 95㎜, 120㎜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니켈 함량 9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고 에너지 밀도는 모듈 기준으로 520와트시리터(Wh/L)다. 5세대(젠5) 각형 배터리 셀의 78% 수준이다.
현재 삼성SDI는 천안에 46파이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다. 1기가와트시(GWh) 수준이며 분당 생산속도(PPM)가 20PPM이다. 낮은 속도로 배터리를 만들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양산 투자를 진행한다.
다만 삼성SDI는 중국 배터리 업체처럼 BMW만을 위한 별도의 공장을 짓는 투자는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ATL과 EVE에너지는 각각 연산 20기가와트시(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BMW에 공급하기 위해 중국과 유럽에 두 개의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2018년 이후 BMW는 배터리의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우면서 중국 업체를 중용해 왔다"면서 "각형에서 원통형으로 플랫폼을 바꾸면서 삼성SDI로는 만족할만한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shulee@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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