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0년 만에 삼성전자 회장 승진…책임경영 강화
'뉴삼성' 구축 속도…M&A·신사업 등 행보 주목
이재용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2022-10-27 강승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달면서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가 개막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앞서 1987년 12월 45세에 회장직에 오른 이건희 회장보다는 9년 정도 나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삼성전자가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려면 회장 취임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올해 54세인 이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경영관리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업을 마친 뒤 2001년 이 회장은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고,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같은 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풀려났으나 작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작년 8월 가석방된 그는 형기가 종료된 뒤에도 5년 동안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으나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모든 제한이 풀렸다.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찾았다.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누라와 자식 다 빼고 모두 다 바꿔라”로 유명한 부친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뉴삼성’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식 조직으로 복원될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 회장의 취임사를 별도로 내지 않았다. 다만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밝힌 이 회장의 소회와 각오를 임직원에게 공유했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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