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년 '폴더블 진입장벽' 더 두텁게...애플과의 격차 좁힐 수 있을까 

[막오른 이재용의 뉴삼성] ② 애플 추격은 성공할 수 있을까? 폴더블폰, 삼성전자 프리미엄폰의 차별화 폼팩터이자 탈출구 "애플 아이폰→삼성 폴더블폰 바꾼 국내 20~30대, 기존 3~4배" 애플과의 프리미엄폰 ASP 가격 격차 좁힐 지는 여전히 미지수

2022-11-01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
[편집자 주]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가 막을 올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 이후 2363일만에 이뤄진 경영승계다. 승계까지 늦춰진 기간은 삼성의 경영 공백기였다. 이건희라는 거목의 부재(不在)에 삼성은 한없이 무기력했다. 사업은 정체됐고 조직은 흔들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이재용 회장의 취임일성은 적확한 진단이다. 

창업보다 어려운 게 수성(守城)이라 했다. 이건희 회장은 수성을 넘어 제2 창업으로 삼성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이재용 회장은 수성, 나아가 제3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갓 출발선에 선 '이재용의 뉴삼성'을 향한 전망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안팎의 위기가 겹겹이 쌓여 있어서다. 주력사업 경쟁력도 뚜렷하게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디일렉》은 이재용 시대를 맞은 삼성의 주요 사업별 경쟁력과 극복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시작한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의 점유율은 21%로 애플(19%)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프리미엄폰(판매가 400달러 이상) 시장만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프리미엄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59%, 삼성이 19%였다. 이같은 격차는 ASP(평균판매가격)의 차이로 나타난다. 삼성의 ASP는 애플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의 신무기는 '폴더블폰'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폴더블폰은 삼성전자의 차별화 폼팩터이자 탈출구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 폴더블폰 신제품 생산량을 올해보다 6% 높은 1040만대로 잡았다. 폴더블폰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무게와 두께를 줄일 기술개발을 강화할 것도 협력사들에 특별 주문했다.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전에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폴더블폰 시장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 지, 그때까지 애플과의 ASP 격차를 좁힐 수 있을 지 여부다. 

◆ 애플이 넘보지 못할 '폴더블 진입장벽' 만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달 셋째주 협력사 대상 경영설명회에서 폴더블폰 전략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이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폼팩터 혁신을 통한 기술우위 전략과 함께 해결과제도 주문했다. 수년 안에 폴더블 시장에 진출할 애플에 앞서 폴더블 제품 선도업체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설명회에 반영됐다. 당시 경영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CAGR) 80% 성장하고, 애플은 2024년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한국 시장에서 20~30대 애플 아이폰 사용자의 삼성 폴더블폰 유입이 기존의 3~4배"라며 "한번 폴더블폰 시장에 유입된 소비자의 90%는 다음에도 폴더블폰을 선택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아직은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틈새시장 제품이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앞으로 성장성이 크며 애플까지 진입하면 폴더블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내 20~30대 아이폰 사용자가 삼성 폴더블폰으로 바꾼 사례가 많다고 강조한 것은 최근 삼성 스마트폰이 젊은 소비자층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시장 평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에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 협력사들에 폴더블 개선과제 '특별주문'도 내려

이날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한 극복과제도 협력사들에 주문했다. 대표적인 과제는 △두께·무게 저감 및 내구성 강화 △화면주름 개선 및 S펜 내장 △갤럭시S급에 못 미치는 카메라 성능 개선 △휴대폰 분리(상하 또는 좌우)에 따른 방열 문제 해결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6.3mm인 Z폴드4 두께를 더 얇게 만들고, 진동모터 진동력을 더 강화하며, 좀 더 가벼운 소재로 무게를 줄일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들 과제 상당수는 서로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했던 갤럭시Z폴드4의 S펜 내장을 백지화한 것이나, 고사양 카메라 모듈을 폴더블폰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제품 두께·무게와 직결된다. 고사양 하드웨어를 탑재하면 무게 상승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Z폴드4 무게는 263그램으로 Z폴드 시리즈 중 가장 가볍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올해 모델인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의 프로 모델(206그램), 프로맥스 모델(240그램)보다는 여전히 무겁다. 이처럼 무게와 제품 사양의 절충은 폴더블폰 만의 차별화된 사용자경험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경영설명회에서는 소프트웨어 개선도 강조됐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는 기존 휴대폰 수준 품질 내구성이 목표"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구글과 협력한 4대 3 비율에 맞는 소프트웨어 강화"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보급형 스마트폰에도 적용 중인 홀 디스플레이를 애플이 뒤늦게 올해 아이폰14 프로 라인업에 처음 적용하면서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을 구현하자 또 한번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부각됐다.

◆ 애플과의 프리미엄폰 격차 좁힐 수 있을까

이같은 폴더블 선점전략이 얼마나 주효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때까지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실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은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2019년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와해된 뒤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건 애플이다. 2019년 당시 업계에선 업체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을 삼성전자는 3억대, 애플은 2억대로 봤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는 2억6000만~2억7000만대, 애플은 2억3000만~2억4000만대를 기본값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면서 플래그십 제품 판매도 줄었지만, 애플은 연간 아이폰 출하량이 늘면서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도 커졌다. 아이폰은 중가로 분류되는 SE 모델을 빼면 하반기 신제품은 모두 플래그십 제품으로 분류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 갤럭시의 ASP는 383달러였는데, 애플 아이폰 ASP는 이보다 576달러 높은 959달러였다. 두 업체의 ASP 격차는 지난 2020년 2분기 457달러, 2021년 2분기 564달러에서 올 2분기에는 576달러로 벌어졌다. 지난 2분기 601달러 이상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상위 10개 모델에 애플 아이폰은 6개, 삼성 갤럭시는 4개가 포함됐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4개로 같지만, 애플이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폴더블 IT 제품 출시시기는 빨라야 2025년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애플이 2025년 폴더블 시장에 진입한다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2~3년 안에 폴더블 시장에서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강화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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