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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1년째 계속되는 포토마스크 품귀가 불러온 도미노 현상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 속 신제품 개발 수요는 늘면서 공급 부족 시스템 반도체 육성 강조하지만 포토마스크 전량 외산업체에 의존 포토마스크 없어 라인 가동중단도 다반사…​팹리스업계에 치명타

2022-11-16     강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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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팹리스 기업 A사는 올해 상반기 해외 파운드리 기업 B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해지했다. 포토마스크를 들여오는데 무려 4개월이나 걸린다는 통보 때문이었다. A사는 B사와 1년 넘게 진행하던 신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포토마스크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파운드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A사 관계자는 “포토마스크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도 포토마스크 납기일이 늦춰지면서 전반적으로 팹리스들이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포토마스크 품귀 현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포토마스크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팹리스 등 관련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포토마스크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이어서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포토마스크 공급 부족 현상이 국내 팹리스들 신제품 개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없어서 못 구한다는 포토마스크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트로닉스·토판·다이니폰프린팅(DNP) 등 주요 포토마스크 공급 업체들은 최근 국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 기업에게 10~20% 이상의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토마스크 공급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요자인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들은 납기일만 정확히 맞춰달라고 호소할 정도”라며 “평소보다 2배, 길게는 4~5배 이상 납기가 늦어지면서 주요 팹리스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꼭 필요한 부품이다. 포토마스크란 고순도 석영(쿼츠)을 가공해 만든 기판 위에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상화해 새겨 놓은 것을 말한다. 사진 원판인 필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필수품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포토마스크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는 크게 레이저와 ‘이빔(Ebeam) 장비로 구분된다. 이빔 장비는 대체로 고사양, 레이저는 저사양이다. 현재 이빔 장비에 적용되는 포토마스크는 납품까지 1~1.5개월 이상 소요된다. 과거 1~2주 만에 납품되던 것을 감안하면 3~4배 늘었다. 레이저 장비에 적용되는 포토마스크 역시 평소 납기일은 일주일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2주 이상 지체되고 있다.

◆ 포토마스크 품귀 이유? 전기차·IoT 등 신제품 개발 수요 늘어

포토마스크는 팹리스가 마스크 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해 파운드리에 제공하거나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비용을 지불하고 파운드리가 구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자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대부분 보안상 이유로 대부분 포토마스크를 외주업체에서 공급받는다. 결국 포토마스크 공급 부족은 시스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포토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일단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내에서 차량용 반도체나 AI, IoT 등 신규 반도체 개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IT 기기 외에도 전기차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역설적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포토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전방 세트 사업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파운드리 가동률은 공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80~90% 수준으로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100% 유지되면 신제품을 시험 가동하기 어렵다. 기존 주문 물량만 생산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 신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덩달아 포토마스크 수요가 늘어난다. 역설적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포토마스크가 귀해지고 있다. 

◆ 공급량 늘리기도 어려워…신규 설비 구축에 수백억원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량이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 현재 포토마스크 공급 빅3 기업은 미국 포트로닉스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토판 등이다. 일본 호야와 대만 TMC 등도 포토마스크를 납품하고 있다. 모두 해외 기업이다.

포토마스크 생산 장비는 한 대 수백억 원에 달할 만큼 비싸다. 포토마스크 제조기업들이 당장 공급량을 늘리긴 부담스럽다. 게다가 장비를 도입하고자 해도 지금 주문하면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장비를 구입할 수도 없을뿐더러 장비 자체가 워낙 고가다. 마스크 업체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레거시 공정, 특히 130~65나노의 경우 단종된 장비들이 나오고 있어 부품 확보가 쉽지 않으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편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토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덩달아 포토마스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마스크 원판 역시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쿼츠를 기본으로 한 마스크 원판은 일본 호야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 신에츠, 미국 울코트, 국내에는 에스엔에스텍이 마스크 원판을 만들고 있다. EUV 등 하이엔드 제품은 호야 등 일본업체가 기술경쟁력이 높지만 국내 에스앤에스텍 역시 조금씩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추세다. ​

◆ 앞으로 영향은? 라인 중단에 신제품 개발도 지연

문제는 앞으로다. 포토마스크 품귀현상은 여러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토마스크를 찾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당분간 해법도 없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이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만큼 포토마스크 품귀현상은 내년 혹은 내후년, 나아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포토마스크 품귀현상은 공정 지연과 파운드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포토마스크 가격이 10~20% 상승하면 고스란히 팹리스나 파운드리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근 일부 파운드리 공장에서는 포토마스크가 없어 로트(Lot·웨이퍼 투입 묶음 단위, 25장의 웨이퍼 한 묶음)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은 공정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신제품 개발에 영향을 준다.

최근 현대차그룹이나 삼성전자 등은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포토마스크 공급 부족 현상은 이 같은 대기업의 반도체 신제품 개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향후 파운드리 투자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마스크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 공급 업체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없으면 마스크 수급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신규 칩을 개발하려는 팹리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포토마스크 때문에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포토마스크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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