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ISSCC 2023] SK하이닉스 300단 이상 V낸드, 삼성전자 8K DDI 등 주목
반도체 설계 올림픽 ISSCC 2023 프리뷰 한국 채택 논문 수, 중국에게 뒤진 3위 메모리와 센서 분야는 한국이 여전히 강세 아날로그, 전력관리 분야 연구 아쉬워
2022-11-21 강승태 기자
◆ 한국 논문 수 32건, 중국에 뒤진 3위
이번 학회에는 아날로그, 데이터 컨버터, 디지털 아키텍처·시스템, 디지털 서킷, IMMD, RF(무선주파수), 무선, 유선, 메모리 등 여러 분야에서 총 629건의 논문이 제출됐다. 최종 심사를 거쳐 채택된 논문은 총 198건이다. 한국의 경우 총 32건의 논문이 채택됐다. 중국(59건)과 미국(42건)에 이어 3위다. 지난 학회보다 9건이 적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지금까지 논문 숫자에서 한 번도 한국을 이기지 못한 중국이 처음으로 한국을 제쳤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던 중국인 석학들이 귀국해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며 “논문 숫자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머신러닝이나 프로세서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약진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총 8건의 논문으로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됐다. 다만 ISSCC 2022에서 16건의 논문이 선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숫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카이스트 역시 마카오대, 중국 칭화대 등 중화권 대학들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이 밖에 UNIST(3개), SK하이닉스(2개), DGIST(2개), 서울대학교(2개), 고려대학교(2개), POSTECH(2개), 한양대학교(1개), 광운대학교(1개), 연세대학교(1개) 등의 논문이 이번에 채택됐다.◆ 전력반도체·디지털변환기 점점 뒤처지는 한국
ISSCC 2023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전력반도체다. 분과별 논문 채택 현황을 보면 전력반도체(Power Management) 가 전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가장 높았다. 그만큼 업계나 학계에서 전력관리칩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이름을 찾아볼 순 없었다. 제민규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주목 받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 전달 장치 등 연구가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와 공정 기술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는 대만과 마카오, 중국 등 중화권 학교가 강세를 보였다. 데이터 변환기(DC) 분야 역시 중국 약진이 두드러졌다. 데이터 변환기는 특정 신호를 다른 형식으로 변환할 때 쓰이는 장치로 통신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loT) 분야에 쓰인다. DC 분야에서 채택된 15편 논문 중 한국 논문은 하나도 없었다. 이종우 삼성전자 시스템 LSI 상무는 “올해 채택된 DC 분과 논문 15편 중 한국 논문은 1편도 없는 반면 중국 논문은 7편, 대만 논문은 4편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며 “이 분야는 1등을 제외한 나머지 2, 3등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란 점에서 우리도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MD와 미디어텍 고성능 프로세서 눈길
디지털 아키텍쳐&시스템(DAS)와 같은 분야는 전통적으로 해외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DAS 분야에서는 AMD나 미디어텍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 4나노와 5나노를 기반으로 한 최신 프로세서들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AMD는 5나노 핀펫 공정을 활용해 5.7GHz로 동작 가능한 8코어 ‘Zen4’를 발표한다. 미디어텍은 4나노 핀펫 공정 기반의 5G 모바일 SOC를 선보인다. 총 7개의 논문이 채택된 디지털 프로세서 분야에서 한국은 카이스트에서 모바일 기기 내 메타버스를 위한 3D-Nerf 프로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지훈 이화여대 교수는 “고성능 프로세서, 모바일 AP, 오토모티브, 에너지하베스팅에 기반한 다양한 IoT 시스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4나노, 5나노와 같은 최신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3D 스태킹, 다이렉트 본딩과 같은 패키징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결과물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신러닝·AI 분야는 CNN·SNN 접목 기술 두각
머신러닝(ML) 및 AI 분과에서는 ML·AI 워크로드에 대한 요구 사항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이 요구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반도체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컴퓨팅인메모리(CIM) 기술, 합성곱신경망(CNN)과 인공두뇌를 구현하는 스파이킹 신경망(SNN) 기술 등을 연구 중이다. 기업들이 선보인 논문 중에는 테슬라의 7나노 기반 ML 트레이닝 프로세서, 엔비디아의 7나노 그레이스 슈퍼칩 등이 내년 초 구체적으로 소개될 예정다. 국내 학계에서는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의 CNN과 SNN 기반 기술, 전동석 서울대 교수의 실시간 스피치 강화 프로세서 등이 주목 받았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CNN과 SNN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살리기 위한 ‘C-DNN(Complementary Deep Neural Network)’ 프로세서는 새로운 개념의 아이디어”라며 “현재 많이 활용되는 CNN 기술에 더해 저전력 장점이 있는 SNN을 접목해 머신러닝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IMMD 분과 여전히 한국 강세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등을 다루는 IMMD 분과는 여전히 한국이 강세를 보였다. 올해 채택한 논문 18편 중 한국은 이미지센서 2편, 디스플레이 및 유저 인터페이스 3편, 바이오메디컬 시스템 분야 4편이 채택됐다. 삼성전자의 ‘쿼드 픽셀 구조 50메가 CMOS 이미지센서’와 ‘차세대 8K TV와 게이밍 모니터를 위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등에 대한 논문이 눈길을 끌었다.◆ 메모리 SK하이닉스 300단 이상 V낸드 주목
메모리 분과 논문 채택 비중은 전체 11%로 전력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메모리는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이 강한 분야다. 이번 ISSCC 2023에도 국내 업체들의 높은 연구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고집적 낸드플래시를 위한 300층 이상의 적층 기술을 소개한다. 흔히 업계에서 얘기하는 300단 이상 V낸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이미 200단 이상 V낸드를 상용화 했다. 낸드는 고용량의 데이터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수준이 기술력의 척도로 평가 받는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스케일링에 대비한 보안성과 신뢰성을 향상하는 D램 기술,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터페이스 기술들이 소개됐다. SRAM CIM 관련 논문도 9편이나 채택됐다. 다만 이 분야에서 채택된 한국 논문은 없었다. 김동균 SK하이닉스 펠로우는 “메모리 분야에서 최근 연구 트렌드로 여겨지는 기계학습과 인공지능(AI) 관련 캐시 메모리(SRAM) 중국·대만 대학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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