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TV용 대형 OLED 패널 개발 난항
캐논토키 증착장비 설계 마무리 후 다시 변경
2019-06-10 이종준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TV용 대형 OLED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 컨셉을 정확하게 못 잡고 있다"며 "유기물 증착장비 설계를 다 해놓았으나 최근 다시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증착장비 반입요청 시기를 당초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생산라인에서 쓸 유기물 증착장비는 일본 캐논토키가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2013년 레드·그린·블루(RGB) 발광 방식의 OLED TV를 출시했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같은 방식의 대형 OLED 사업을 접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TV용 대형 OLED는 블루(B) 발광 방식으로 알려졌다. RGB 서브 픽셀 구성시 레드와 그린은 퀀텀닷(QD) 빛발광(PL, Photoluminescence)을 이용하고, 블루는 유기발광을 그대로 쓰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른바 ‘QD-OLED’로 불리는 이 기술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블루 과잉’을 꼽고 있다. QD 빛발광은 블루 빛으로 컬러필터 속 퀀텀닷을 때려 원하는 색을 얻는데, 이때 입자와 입자 사이로 블루 빛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색순도를 높이려 퀀텀닷을 쓰는데, 오히려 색혼입이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L8공장 LCD 생산라인 일부를 TV용 대형 OLED 라인으로 우선 전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C프로젝트’라고 부른다. C프로젝트 집행 시기는 당초 올해 3분기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대형 OLED 생산라인의 핵심 장비인 증착장비의 입고 시기를 늦춤에 따라, C프로젝트 집행 역시 올해 말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TV용 대형 OLED는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말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이동훈 사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 및 투자 전략'을 주제로 심층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관련 신기술 개발과 경영지표 등에서 어려움을 겪자 최근 작은 소식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기술 양산성 뿐만 아니라 마케팅 포인트도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난제다. RGB 발광방식이 아니라면,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기 어렵다. 현재 알려진 QD-OLED 컨셉은 유기물로 발광하고 컬러필터로 빛을 거른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 WOLED의 발광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최근 몇년간 OLED는 번인(burn-in)현상 때문에 TV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왔었다. 유기물의 수명(특히 블루)이 다해서 발생하는 번인현상은 블루 유기물을 쓰는 한, 시기를 늦출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