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배터리 공장 입찰에 중국 업체 참여…국내 업계 비상
中항커커지 막판 입찰, 갑진‧원익과 3파전
미국과 FTA 맺은 국가 활용해 우회로 선택
2022-12-02 이수환 기자
SK온-포드 미국 배터리 합작사인 블루오벌SK가 중국 배터리 장비로 배터리를 만들 가능성이 열렸다. 현재 진행 중인 배터리 입찰에 중국 항커커지가 막판 참여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이달 내 나올 전망이다.
블루오벌SK 장비 입찰에 항커커지가 참여하면서 국내 업체인 갑진, 원익피앤이와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들 업체가 공급을 시도한 장비는 배터리 후공정인 포매이션(활성화), 배터리 셀 특성 평가에 필요한 싸이클러 공정용이다.
항커커지는 올해 초 있었던 SK온 헝가리 이반차, 중국 옌청 2공장용 후공정 장비를 모두 따낸 전력이 있다. 두 공장을 합쳐 7억3000만위안(약 1400억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두 공장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 각각 30기가와트시(GWh), 33GWh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가격이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중국 업체가 참여할 여지는 크지 않았다. 미중 무역 분쟁 때문이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도 중국 업체를 최대한 배제한 바 있다. 주요 장비는 한국, 독일, 일본 기업이 나눠 맡았다.
이 때문에 항커커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장비를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중국에서 직접 만든 배터리 장비를 대놓고 미국의 블루오벌SK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SK온이 항커커지 장비를 대거 채용한 건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성능 때문이었다"면서 "블루오벌SK의 경우 미국에 마련되는 배터리 공장이라 대놓고 중국 업체를 쓰기가 쉽지 않았는데, 입찰에 참여시킨 것은 그만큼 SK온이 중국 업체를 쓸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항커커지와 가격으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업체들은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장비를 공급할 의지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빡빡한 SK온 자금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항커커지의 입찰 자체가 부담이다. 중국 업체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려면 원가 이하로 장비를 공급해야 할 상황이다.
블루오벌SK의 투자와 양산 일정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이뤄진다. 테네시 공장의 설비‧장비 반입은 내년 9월부터, 시제품 생산은 2024년 2월부터다. 상업가동 시점은 2025년 8월이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shulee@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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