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웨이퍼 '한 우물' 쎄닉, "2024년 8인치 웨이퍼 양산...내년 하반기 IPO 추진"

구갑렬 쎄닉 대표이사 인터뷰 국내 유일 6인치 SiC 웨이퍼 생산기술 자체 보유…8인치 제품 개발 추진 "궁극적 목표는 SiC 웨이퍼 생태계 전체 국산화…2024년 말 양산 목표" 내년 하반기 IPO로 시설투자 재원 확보 예정

2022-12-07     장경윤 기자
SiC 웨이퍼 전문 개발기업인 쎄닉이 6인치 웨이퍼에 이어 2024년 말 8인치 SiC 웨이퍼 양산을 추진한다. 나아가, 쎄닉은 웨이퍼 잉곳부터  가공·절단장비 등 SiC 웨이퍼 관련 모든 생산요소를 국산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쎄닉은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내년 하반기 IPO(기업공개)에 나설 계획이다. 구갑렬 쎄닉 대표는 최근 충남 천안 본사에서 《디일렉》과 만나 향후 성장전략 및 핵심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쎄닉은 SiC(탄화규소) 웨이퍼 전문 개발·생산 업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6인치(150mm) SiC 잉곳 웨이퍼 생산기술을 자체 보유 중이다. 8인치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SiC는 기존 Si(실리콘) 대비 고전압·고온 내구성, 전력 효율성 등이 높다. 덕분에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쎄닉의 역사는 구갑렬 대표가 지난 2004년 설립한 크리스밴드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크리스밴드는 2인치 SiC 웨이퍼를 개발해냈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0년 SKC에 인수됐다. 구갑렬 대표는 이곳에서 SiC 웨이퍼 기술팀장을 맡아 4인치 및 6인치 SiC 웨이퍼를 잇따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21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SKC로부터 SiC 웨이퍼 기술을 인수해 쎄닉을 설립하자, 연구개발을 함께 한 동료들과 합류했다.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SiC 웨이퍼 생태계 모두 국산화"

구갑렬 대표가 생각하는 쎄닉의 궁극적인 목표는 SiC 웨이퍼 관련 '모든' 서플라이 체인의 국산화다. SiC 웨이퍼에 대한 수요 및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으나, 이 웨이퍼를 만드는 장비나 소재는 모두 일본·독일 등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구갑렬 대표는 SiC 웨이퍼의 원료가 되는 분말부터 잉곳 성장, 웨이퍼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내 유수의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일례로 국내 협력사인 에스테크와 공동 개발한 8인치 SiC 웨이퍼 잉곳 화학기상전송(PVT) 성장 장비를 조만간 천안 공장에 들여올 예정이다. 구갑렬 대표는 "SiC 웨이퍼 잉곳 성장 외에도 향후 가공, 절단, 평가 등의 과정도 모두 국산설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어느 업체도 시도하지 않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내 SiC 웨이퍼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8인치 선제 투자로 회사 경쟁력 강화"

쎄닉은 천안 본사에 6인치 SiC 웨이퍼 생산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놨다. SKC에서 사용하던 설비를 올 1분기까지 이관하고, 3분기부터 국내외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쎄닉은 이를 통해 6인치 SiC 웨이퍼 생산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제 양산을 위한 투자는 6인치가 아닌 8인치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6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SiC 웨이퍼 시장이 향후 8인치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어느 시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4년 말이다. 이미 6인치 제품을 양산 중인 울프스피드, 코히어런트 등도 오는 2024~2025년 8인치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갑렬 대표는 "8인치 SiC웨이퍼 설비를 들여오면서 먼저 이를 통해 6인치 제품을 초도 양산하고, 향후 8인치 제품의 수요가 충분히 높아지는 상황에 따라 두 제품의 양산 비중을 조절하려고 한다"며 "두 제품 양산을 위한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고, 개발 및 양산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쎄닉은 SiC 웨이퍼 위에 GaN(질화갈륨)을 성장하는 GaN on SiC 웨이퍼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해당 웨이퍼는 민간 및 군용 RF(무선통신) 분야에서 특히 수요가 높은 소재로, 고부가가치 사업에 해당한다. 기존에 연구해 온 SiC 웨이퍼 분야와도 연관성이 있어,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쎄닉의 설명이다. 

◆ "투자 재원은 IPO로 확보…내년 하반기 상장 추진"

SiC 웨이퍼 양산을 위한 투자 재원은 IPO로 확보한다. 내년 상반기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하반기에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구갑렬 대표는 "IPO를 통해 연간 6만장 수준의 캐파를 갖춘 설비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연 700억~8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론 자금 확보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화학재료를 다뤄야하는 웨이퍼 공정 특성 상 공장 주변에서 용수를 끌어다 써야하며, 이후 폐수 처리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이렇듯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공장 설립에 대한 인허가를 받기가 매우 힘들다. 국내 곳곳에 반도체 관련 기업을 위한 산업단지가 조성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이 후방 산업을 위한 지원에 집중돼있다. 구갑렬 대표는 "소재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가 적다보니, 정부 지원도 업체 수가 많은 칩 개발 분야에만 몰리게 되는 점은 아쉽다"며 "국내 전력반도체 경쟁력을 온전히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균형있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쎄닉은 SiC 소재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

반도체 업계의 구인난은 여전하다. 특히 신생 업체, 비수도권 소재의 업체일수록 인력 수급 및 방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쎄닉의 엔지니어들은 이탈 없이 열정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SiC 웨이퍼를 개발한다는 자부심이 그 원동력이다. 구갑렬 대표 역시 SiC 소재 연구에만 약 20년의 시간을 투자해왔다. 구갑렬 대표는 "쎄닉은 아직 규모가 작은 신생 회사이지만, SiC 소재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자부한다"며 "직원 모두가 회사의 SiC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갑렬 대표는 이어 "자신만의 기술로 SiC 웨이퍼를 생산까지 해보겠다는 꿈을 꾸는 인재들이 쎄닉에 왔으면 한다"며 "더 나아가서는 쎄닉이 국내 학계가 SiC 소재를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SiC 웨이퍼 생태계를 공고히하는 방안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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