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없어서 못 구한다'는 펠리클....왜?

원재료 상승에 가격 오르고 품귀 현상까지 국내 유일 공급업체 에프에스티 수출 물량 급증 중국 팹리스 증가로 수요 늘어나는데 공급 제한

2023-12-05     강승태 기자
Arf, Krf 공정에 사용되는 펠리클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펠리클 가격이 기존 대비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다. 중국 팹리스 증가와 함께 신규 반도체 개발 수요가 늘고 일부 펠리클 업체의 공급이 여러 이유로 제한되면서 펠리클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펠리클은 에프에스티만 생산하고 있으며 EUV 공정에 들어가는 펠리클은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이 개발 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펠리클을 생산하고 있는 에프에스티의 올해 팰리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팰리클은 빛으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반복해서 찍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회로가 그려진 포토마스크의 오염을 막기 위한 일종의 덮개다. 펠리클을 사용하면 포토마스크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토마스크 교체 주기를 줄여 공정비용 절감과 생산성 강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펠리클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에프에스티가 유일하다. 그동안 에프에스티의 펠리클 매출은 내수 시장에 집중됐다. 지난해만 해도 펠리클 수출 비중은 30% 수준이었지만 최근 품귀현상과 함께 해외 고객사 요청이 늘면서 올해 4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펠리클이 수요 대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맞다”며 “일부 원재료를 생산하는 공장 폐쇄로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고 일본에서도 업체 간 합병 등의 영향으로 로우앤드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공급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펠리클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반도체를 개발하고자 하는 신규 업체가 늘었다. 현재 중국 내 팹리스 기업 숫자는 2800개가 넘는다. 이 중 500개 이상의 기업이 최근 1년 내에 새롭게 만들어졌다. 팹리스 숫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토마스크가 귀해진다. 포토마스크가 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포토마스크를 보호할 수 있는 펠리클 수요도 늘어난다. 즉,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팹리스 증가→신제품 개발 확대→포토마스크 수요 증가→펠리클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품질 및 각종 환경안전 규제 등 영향으로 일부 업체의 생산이 중단되는 등 전반적인 공급이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올해 초 3M 벨기에 공장이 폐쇄되면서 관련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도 공급 감소와 펠리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 펠리클 업체들은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EUV 펠리클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첨단 EUV 공정에 들어가는 펠리클은 기존 펠리클과 구조가 아예 다르다. 결국 수요는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줄면서 펠리클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펠리클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에프에스티는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증설을 결정해도 공장을 짓기까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펠리클 수급에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결국 내년 말까진 반도체 경기와 상관없이 펠리클 품귀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펠리클이나 블랭크마스크와 같은 제품은 오히려 수요 대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수급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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