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쇄신 나선 SK하이닉스...팀 조직 20~30% 축소, 30·40 팀장 전진배치
과도하게 세분화된 전사 팀 조직 통폐합 작업 단행
팀장 20~30% 줄이고 3040 젊은 리더 전면 포진
반도체 한파 위기 극복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
2022-12-27 강승태 기자
SK하이닉스가 팀 조직을 효율화하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팀 조직 통폐합을 통해 팀장 숫자를 20~30% 줄였다. 1980년 전후에 태어난 직원들을 대거 팀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반도체 침체기(다운턴)를 맞아 젊은 인력을 전면에 포진시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팀장 조직을 20~30% 축소하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원을 대거 팀장으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HR 조직에서 각 부서별로 쿼터를 정해 팀장 조직 숫자를 줄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며 “기존에는 한 부서가 5개 팀으로 운영되었다면 이를 4개 팀으로 줄이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고 말했다.
또 팀장급 직원에 대한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나이가 많은 고참이나 수석급 팀장을 팀원으로 내리고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출신 젊은 직원을 대거 팀장으로 발탁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명예퇴직을 특정 연차 이상 직원에게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 2년과 자녀 교육비 등을 제공하며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를 수용한 직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팀장 숫자를 줄이는 등 전반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적자가 1조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가 마지막이다.
무려 10년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0월부터 ‘다운턴TF’를 구성하고 단기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른 반도체 기업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속적인 반도체 수요 부진을 반영해 현재 4만8000명의 임직원을 내년 10% 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전체 직원을 줄이는 대신 팀장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서 반도체 불황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 젊은 직원들을 팀장에 전면 배치해 조직 자체를 젊고 역동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차세대 임원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감산에 나서는 등 불황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당분간 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부적인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 공지를 통해 임원·리더 관련 예산을 축소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활동비나 업무추진비 등 임원 예산 50%, 팀장 예산을 30% 각각 줄이기로 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