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늄 전구체 춘추전국시대 열릴까? 내년 2월 특허심판에 쏠린 눈

버슘이 제기한 하프늄 전구체 특허무효심판 내년 2월 결론 현재 삼성전자는 아데카, SK하이닉스는 SK트리켐이 공급 버슘 승소하면 국내 3000억 규모 하프늄 전구체 시장 개편

2022-12-28     강승태 기자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현 머크)가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를 상대로 제기한 ‘하프늄(Hf) 전구체(프리커서) 특허 무효심판’ 결과에 반도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허심판 결과에 따라 국내 하프늄 전구체 산업은 물론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특허심판원이 버슘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약 3000억원 규모의 하프늄 전구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2월 버슘이 국내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하프늄 전구체 특허 무효 심판’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버슘이 무효를 주장한 TCLC 특허는 ‘하프늄계 화합물, 하프늄계 박막형성재료 및 하프늄계박막형성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구체는 화학 반응으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용매 형태 물질을 말한다. D램용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 전구체는 D램 핵심 요소인 커패시터 위에 원자층 단위로 얇게 증착된다. D램은 커패시터에 전하 저장유무로 0과 1을 판별한다. 선폭이 좁아질수록 커패시터 간 간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율이 높은 하이케이 물질을 증착해야 한다.  하프늄은 D램 커패시터나 메탈게이트 끝에 절연막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하이케이 재료다. 종전에는 지르코늄(Zr) 계열이 많이 쓰였으나 최근 미세공정이 고도화되면서 하프늄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프늄 전구체 시장은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구매할 하프늄 전구체 물량은 금액 기준으로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기된 이번 특허 무효 심판은 그 결과에 따라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하프늄 전구체를 전량 아데카코리아로부터 공급받는다. 아데카코리아는 지난 1991년 동부한농화학⋅정밀화학과 일본 아사히덴카공업⋅닛쇼이와이가 합작해 설립한 ‘한농아데카’의 후신이다. 2000년대 초 당시 동부그룹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금은 일본 아데카가 전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됐다. 삼성전자는 아데카코리아와 2023년까지 하프늄 전구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트리켐이 레이크머티리얼즈, 유피케미칼 등으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 재가공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한다. SK트리켐은 SK머티리얼즈와 하프늄 전구체 원천특허를 보유한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SK트리켐은 TCLC로부터 받은 특허 실시권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에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하고 있다. 즉, 아데카코리아와 SK트리켐이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프늄 전구체 공급을 주도하는 구조다.  특허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특허심판원이 버슘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다. 일본 TCLC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무효 심판 판결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하프늄 전구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다. 버슘코리아, 즉 머크는 지난 8월 메카로 전구체사업부를 인수했다. 메카로는 하프늄 전구체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무효 심판을 계기로 버슘은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꾸준히 하프늄 전구체 공급망 이원화를 추진했다. 버슘이 승소할 경우 레이크머트리얼즈가 SK트리켐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해 SK하이닉스에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또한 아데카코리아 외에 버슘, 디엔에프 등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TCLC 특허가 인정받는 경우다. 특허심판원이 TCLC 손을 들어주며 특허를 인정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단 SK하이닉스는 기존대로 SK트리켐을 통해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삼성전자다. TCLC 특허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만큼 아데카코리아는 TCLC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SK트리켐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특허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세번째로 가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TCLC가 버슘에 라이선스를 주고 화해에 나설 가능성이다. 끝까지 특허 방어에 나서다가 무효 심판이라도 나온다면 버슘 외 다른 기업에게도 특허가 오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TCLC 특허는 2026년 11월까지 유효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허심판원 결정에 따라 양측은 일반 재판과 마찬가지로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2심)을, 대법원에 상고심(3심)을 제기할 수 있다. 2~3심까지 진행되면 최소 2~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특허심판은 외형상 버슘(머크)과 TCLC의 공방이지만, SK트리켐을 시작으로 레이크머티리얼즈, 유피케미칼, 디엔에프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심판 결과에 따라 국내 하프늄 전구체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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