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활발한 미·중 팹리스 스타트업…한국 여전히 '잠잠'
미·중 반도체 스타트업, 지난해 4분기 적극적인 투자 유치 행보
중국 투자 유치 비중 50% 육박…팹리스 수도 지속 성장
한국은 단 한 건의 투자 유치에 그쳐
2023-01-06 장경윤 기자
지난해 4분기 진행된 반도체 설계 관련 스타트업의 투자가 대부분 미국과 중국 업체에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견조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성공적인 투자 유치의 뒷받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투자 유치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중국 소재의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및 EDA(전자설계자동화) 관련 스타트업은 지난해 말에도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갔다.
미국 및 중국은 전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의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68%, 중국은 9%를 기록했다. 한국은 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팹리스 업계의 선두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반도체 기금 조성, 세제 혜택 등으로 팹리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팹리스 업체 수는 근 몇년간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팹리스 업체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43개로 집계됐다. 2019년 1780개에서 2020년 2218개, 2021년 2810개, 2022년 3243개로 연간 수백개의 업체가 설립된 셈이다. 매출 규모 역시 2019년 3084억 위안에서 2022년 5345억 위안으로 70%가량 증가했다.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스타트업 규모 자체가 크기도 하고, 반도체와 관련해 IP에서부터 패키징에 이르는 전 생태계에 막강한 지원책을 펼치다 보니 신생 팹리스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실패 사례도 많지만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 매체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이 집계하는 스타트업 관련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칩 디자인, AI반도체, EDA 세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 수는 약 35건이다. 이 중 중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수는 18건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미국이 11건으로 그 다음을, 나머지 국가가 총 6건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분기에 투자를 유치한 중국 스타트업 '무어쓰레드(Moore Threads)'는 시리즈B 단계에서만 2억145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삼성의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로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은 세미파이브가 1300억원 규모로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 2020년 설립된 무어쓰레드는 자체 개발한 아키텍처로 HPC(고성능컴퓨팅)용 GPU를 설계하는 회사다.
반면 해당 분기 투자 유치를 진행한 한국 기업은 '바움' 한 곳이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바움은 반도체의 소모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EDA 툴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지난해 말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팹리스 관련 지원책이 지속 도입되고는 있으나, 아직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인력 부족과 시스템반도체 관련 생태계 구축의 미흡, 최근 거시경제의 악화로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 시장 등이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성장의 가장 큰 난항으로 꼽힌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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