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실리콘웨이퍼 수급량 감소 논의…웨이퍼 업계 '노심초사'

반도체 기업들, 작년 4분기부터 웨이퍼 수급량 감축 논의 웨이퍼 제조업체에도 의사 전달…감소폭 상당할 수 있어

2023-01-10     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소자업체가 지난해 말부터 웨이퍼 수급량을 당초 계획 대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올해 실리콘 웨이퍼 업계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소자업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실리콘 웨이퍼 수급량을 당초 계획했던 물량 대비 줄이는 방안을 웨이퍼 제조업체와 조율 중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실리콘을 성장시켜 만든 단결정 기둥을 얇게 잘라 만든 원판이다. 반도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소재이지만, 동시에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전세계 5개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일본 신에츠와 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국내 SK실트론, 독일 실트로닉 등이다. 이들 업체가 공급하는 웨이퍼는 근 2년간 공급난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된 뒤에도 이러한 웨이퍼 공급난은 지속돼왔다. 웨이퍼가 반도체 후방산업에 속하는 소재인 만큼 전방산업의 변동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늦게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0~60%가량 감소한 데 비해, 웨이퍼 제조업체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웨이퍼 산업의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적은 수량의 웨이퍼를 수급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사안은 웨이퍼 수급량의 '감소폭'이다. 통상 웨이퍼 공급은 대규모의 장기 계약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일정 기간 물량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그 범위가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현재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웨이퍼 제조업체에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감소폭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이들 소자업체가 올해 초부터 향후 시황을 고려해 미리 관련 사안을 검토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반도체 전방산업의 시황이 웨이퍼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9개월 뒤 부터로 알려져 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시점이 지난해 3분기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웨이퍼 업계에 영향이 나타난 셈이다. 웨이퍼 제조업체도 향후 공급 물량이 줄어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내 웨이퍼 제조업체인 SK실트론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구체적인 계약 진행 상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지금의 반도체 시황을 고려한 선제적인 대응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146억 제곱인치로 전년 대비 0.6%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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