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형 배터리 쓰던 美GM, '테슬라표 배터리'로 넘어가나

4680 원통형 배터리 공급 타진 LG엔솔과의 네 번째 합작 공장 대안으로

2023-01-25     이수환 기자
원통형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에 사용할 배터리를 파우치형에서 원통형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GM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했다. 배터리 규격 변경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네 번째 합작 공장 추진이 지지부진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내부적으로 원통형 배터리 도입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할 배터리를 포함해 향후 적용할 전기차 플랫폼은 원통형 배터리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름 46㎜, 높이 80㎜(4680) 사양을 가진, 흔히 '테슬라표 배터리'로 불리는 제품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원통형 금속 캔(CAN) 모양을 가진 제품을 말한다. BMW, 볼보,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원통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할 전망이다. 이들 업체가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한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다. 양극, 음극, 분리막을 돌돌 말아 원통형 캔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원통형은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와 비교해 셀(Cell)의 에너지 밀도가 낮다. 셀과 셀을 모듈이나 팩으로 구성했을 때 빈 공간이 발생해 그만큼 효율이 떨어진다. 같은 면적이라면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가 더 알뜰하게 공간을 활용한다. 에너지 밀도는 지름과 높이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양극, 음극, 분리막을 더한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jelly roll)을 오차 없이 돌돌 말기가 쉽지 않다. 폭과 높이가 길어진 젤리롤을 일정한 힘으로 말면서 어긋나지 않게 말아야 하는 것은 고난도 작업이다. 특히 4680 배터리는 탭(Tab)이 없는 탭리스(Tab-Less) 구조로 되어 있다. 탭은 에너지가 이동하는 통로다. 기존에는 젤리롤 양 끝에 얇은 금속 막대를 붙였다. 테슬라는 이 탭을 없앴다. 발열이 줄고 제조 공정이 간단해지지만, 젤리롤에 탭을 만들어야 하므로 활물질(양극재, 음극재)과 집전체(동박, 알루미늄박)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일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 기존 원통형 배터리(1865, 2170)보다 획기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성능이 높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GM이 원통형 배터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은 2022년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51달러로 2021년보다 7% 상승했다. 올해 배터리 팩 가격은 kWh당 15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서다. 원통형 배터리는 가장 오래된 배터리 플랫폼이다. 저변이 넓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 1865, 2170, 4680과 같이 일정한 규격의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 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서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와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후방산업계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shulee@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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