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감산은 없다’...삼성전자의 이유 있는 3가지 자신감

영업이익 97% 급감에도 “메모리반도체 감산은 없다” 재확인 경쟁사 설비투자 30~50% 감축했지만 삼성은 지난해 수준 유지 압도적 원가경쟁력,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 등이 투자 유지 배경

2024-01-31     강승태 기자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 칩 생산량을 줄이는 소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지금껏 없었던 수요 절벽, 막대한 재고 물량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미래 수요 확신,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원가경쟁력, 당장 반도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도 다른 사업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비투자(CAPEX) 역시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컨콜)에서 ‘메모리 감산’ 실행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컨콜 질의응답 시간에는 총 10가지 질문 중 4가지가 메모리와 관계될 만큼 시장 관심이 높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기 침체와 함께 극심한 재고 물량으로 인해 경쟁사들은 줄줄이 감산과 투자 축소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전자 역시 예상보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감산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감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카펙스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설비투자 전년과 유사…인위적 감산 없다는 뜻 

삼성전자의 발표에 대해 관련 업계는 ”사실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물론 카펙스 규모만 놓고 일률적으로 감산 여부를 따지긴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은 30~50% 이상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0조원 후반대였던 지난해 투자 규모를 올해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올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20% 줄이고 설비투자는 3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인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자연적 감산, 기술적 감산은 어느 정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인 유지 보수나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진행되는 라인 운영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라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일정 부분 생산량 감소는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업계는 3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원가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2위 기업과 좁혀졌다고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마이크론이 7년 만에 적자 전환하고 SK하이닉스 역시 10년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 투자 규모, 생산 능력 등 모든 부문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 삼성전자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다른 경쟁사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거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6개월 내지, 1년 남짓 적자로 돌아서도 언제든지 원가경쟁력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제품 포트폴리오나 사업군이 다양하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비메모리 영업이익이 메모리 영업이익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 일시적으로 부진해도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다른 반도체 사업을 통해 실적을 만회할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폰, TV, 네트워크 사업 등도 뒷받침해 준다. 반면 다른 경쟁사의 경우 메모리 사업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면 이를 만회할 방법이 마땅찮다. 이는 투자 축소 및 R&D 비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더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 역시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줄이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메모리 한파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6년까지 메모리반도체 부문 성장률이 비메모리 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옴디아는 2021∼2026년 메모리반도체 연평균 성장률이 6.9%로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5.9%)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 되면 업계에서 유일하게 인위적 감산 조치를 하지 않은 삼성전자는 더욱 더 확실한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 P4 라인과 새로운 반도체 전용 R&D(연구개발) 라인, 차세대 공정 개발을 위한 R&D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미래 수요 대비와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한 인프라 설비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시장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실행 속도를 높여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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