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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마트홈 표준 기술로 자리잡는 '매터(Matter)'

글 : 스티븐 키핑(Steven Keeping) 제공 : 마우저 일렉트로닉스(Mouser Electronics)

2023-02-06     이도윤
매터(Matter)의

사람이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자동화된 기술들로 채워진 집은 우리가 상상해 온 스마트홈의 모습이다. 스마트홈의 잠재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상호운용 가능한 커넥티드 홈 제품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게 들린다.

로봇이 집안일을 돕고 집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워도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집을 관리하는 장면은 100년 전의 공상 과학 소설에서도 등장했지만, 실질적으로 광범위한 자동화를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미국인 짐 서덜랜드(Jim Sutherland)라고 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 발전소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서덜랜드는 1966년 여가시간에 ECHO IV(Electronic Computing Home Operator)를 설계했다. 이 기기는 서덜랜드 가족의 가계부, 캘린더, 에어컨, TV 안테나 등을 관리했다. 미국 주택건설협회(AAHB)에서 만든 ‘스마트홈’이라는 용어는 1984년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에코 IV보다 조금 더 최근에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스마트홈은 아직까지도 주류 기술로 자리잡지 못한 모습이다.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조명, 스마트 온도 조절 기기 같은  커넥티드 홈 기기의 출하량은 수십억 대에 이르지만, 대개는 얼리어댑터들에 의해 구입되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세계 가정의 14.2%만이 스마트홈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홈 기술 보급이 이처럼 더딘 이유는 기술의 복잡성 때문이다. 오늘날, 매장을 방문해 서로 원활하게 호환되는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기술에 정통한 소비자들조차도 스마트홈 제품을 작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예를 들어, 어떤 얼리어댑터가 한 제조사의 디지털 음성 비서를 통해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 조명이나 에어컨 시스템을 설정 또는 제어하려고 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보에 입각한 기술 채택이나 애플(Apple),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등이 구축한 스마트홈 생태계가 없었더라면 소비자들은 복잡한 장비들을 연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헤맸을 것이다. 하물며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완전히 통합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마트 홈을 위한 통합 기술
서로 다른 14가지 연결 표준이 스마트홈 부문의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블루투스 저에너지(BLE, Bluetooth LE), 와이파이(Wi-Fi), 스레드(Thread)가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류 RF 프로토콜 역시 상호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단일 무선 연결 표준이 이대로는 결코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조화로운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찾기 위해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400개 이상의 기업들이 결성해 탄생하게 된 그룹이 바로 글로벌표준연합, 즉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이다. 2022년 10월, CSA는 오늘날 복잡하게 얽힌 무선 연결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홈 프로토콜인 매터(Matter) 1.0 버전 출시를 발표했다.

매터는 기존의 다른 표준들과 경쟁할 새로운 표준을 도입하는 대신에, 기존의 스마트홈 기술인 스레드(Thread)와 와이파이(이더넷 유선 프로토콜 포함)를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레드는 온도 조절 기기나 스마트 조명과 같은 기기에 적합한 저전력 프로토콜인 반면, 와이파이는 보급형 카메라 같은 고대역폭 제품을 지원한다. 블루투스 저에너지(BLE)의 경우에는 주로 스마트폰과의 상호 운용성, 즉 소비자가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스마트 홈 기기를 주문하고 구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원된다. 기술적인 면에서 매터는 와이파이, 스레드, BLE 프로토콜 스택에 통합 애플리케이션 계층을 추가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제품에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터가 소비자들에게 '단순함'을 제공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도 조절기가 애플 제품과 호환되는지, 구글 스마트 스피커가 예일(Yale) 스마트 잠금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대신,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는 매터 인증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요 스마트 홈 에코시스템이 모두 원활히 작동한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도 모든 제품에 단일 표준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더 쉬워진다.

우여곡절 끝에 공표된 매터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 등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 홈의 복잡성 악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수년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일각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실제로 매터 1.0 표준이 채택되기까지 수차례 지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오랫동안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2019년에 ‘프로젝트 CHIP(Project Connected Home over IP)’이라는 이름으로 성대하게 발표되었고, 이 표준은 2020년 말에 공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초로 공표 시기가 연기되었다가, 이후 2021년 8월에는 '매터(Matter)'로 리브랜딩된 후 2022년 중반으로 한번 더 발표가 연기되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매터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문제로 인해 한 번 더 연기되었으며, 천신만고 끝에 2022년 말 마침내 공표되었다.

다행인 것은 이처럼 출시가 지연되는 동안에도 칩 제조사들과 최종 제품 제조사들이 공식 발표를 앞두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공을 들이는 등 이면에서 지속적으로 협업을 해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노고에 힘입어 해당 표준이 채택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도 여러 반도체 공급기업들로부터 매터 칩을 구할 수 있었다. 또한 각종 인증 랩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고 SDK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이제 기업들은 스마트 홈 기기의 매터 인증을 받으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매터가 정식으로 출시됨에 따라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이 다른 제품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패치 작업에 드는 수고를 크게 줄이는 대신 혁신, 보안, 품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 홈은 10년 이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편화될 것이며, 목소리로 조명을 조절하거나 스마트 온도 조절기가 난방을 조절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인공 지능(AI)과 머신 러닝(ML)이 자동화 시스템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전기 자동차(EV)는 다음날 예정 주행거리에 필요한 만큼만 충전되며, 미디어 룸의 조명이 극장 모드에 맞춰 설정되고,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가 추위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해열 진통제를 주문하면 집에서 손쉽게 택배를 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저자 소개

스티븐 키핑(Steven Keeping)은 영국 브라이튼 대학 공학학사 출신으로, Eurotherm과 BOC 전자부서에서 7년간 재직했다. 이후 전자제조 잡지 분야로 옮겨서 13년 간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Trinity Mirror, CMP, RBI에서 전자제조, 테스트, 설계 잡지 편집자 및 발행인을 맡았다. 2006년부터 전자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