臺·中 주도했던 낸드 컨트롤러 시장 지각변동, 국산화에 성공한 The-AIO
지난해 말 국내 메모리 업체 품질인증 통과 후 양산 시작
4월부터 The-AIO 컨트롤러 탑재된 낸드 시장에 등장
래퍼런스 확보 후 본격적인 매출 확대 기대
2023-02-24 강승태 기자
한국은 자타공인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0%.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이하 낸드) 역시 양 사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모든 관련 기술이 국산화 된 것은 아니다. 특히 낸드에 들어가는 컨트롤러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대만, 중국 등으로부터 전량 수입했다.
낸드 컨트롤러 국산화에 성공해 대량 납품을 앞둔 국내 팹리스 기업이 있다. 바로 디에이아이오(The-AIO)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The-AIO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 퀄리피케이션(품질인증)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24일 <디일렉>과 만난 권진형 The-AIO 대표는 “지금까지 서버용에 들어가는 낸드 컨트롤러는 주로 반도체 기업이 직접 개발했으며 에지용의 경우 자체 개발하거나 대만 등으로부터 수입했다”며 “The-AIO는 수입에 의존했던 에지용 낸드 컨트롤러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낸드 자체는 메모리 반도체다. 하지만 컨트롤러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부터 명령어를 받은 뒤 낸드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즉, 낸드와 CPU를 연결해주는 장치가 바로 컨트롤러다.
낸드가 책을 꽂아놓는 서재라면 컨트롤러는 어떤 책을 언제 어디에 넣고 끄집어낼지를 결정하는 사서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에러나 불량섹터를 파악해 제품 수명을 연장해주고 셀 간 간섭현상을 줄이는 신호처리 등을 맡는다. 낸드 경쟁력은 낸드 기술뿐만 아니라 컨트롤러 품질 또한 중요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 권진형·백상열 각자대표와 한승현 연구소장이 2011년 설립한 The-AIO는 설립부터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유일 에지용(개인이 사용하는 디바이스) 낸드 컨트롤러 개발에 성공했다.
권 대표는 “이전에는 CPU에 컨트롤러 기능이 포함됐지만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낸드 자체 컨트롤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는 컨트롤러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가 전무했다. 언젠가 이 기술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회고한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The-AIO였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일단 래퍼런스가 부족했고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렸다.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함께 평판을 얻는 것이 필요했다.
권 대표는 “한창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을 그만둘지 고민도 많이 했다”면서도 “메모리 강국 한국은 낸드 컨트롤러 업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술만 유지하고 있으면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고 회고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1~2위 낸드 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점은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언어나 기술 공유, 보안을 고려하면 메모리 업체들은 같은 기술이라면 국내 협력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기술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면 충분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손을 내밀 것이라 판단했다.
10년 넘게 낸드 컨트롤러 개발에만 매진하며 기술과 노하우를 쌓던 The-AIO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국내 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내놓은 낸드 스펙을 충족한 컨트롤러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말 품질인증 과정을 통과했다.
권 대표는 “컨트롤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과 품질, 호환성인데 The-AIO는 3가지 모두 높은 수준에 있다고 자부한다”며 “기술력만 놓고 보면 세계 1~2위 기업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석권하고 있는 낸드 시장과 달리 에지용 낸드 컨트롤러의 경우 외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The-AIO 성공스토리는 의미가 깊다. The-AIO 가세로 에지용 낸드 컨트롤러 시장은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낸드 컨트롤러는 제품 종류가 다양하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와 함께 서버용 스토리지 등이 있다.
아마존, 구글 등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업에 공급할 맞춤형 서버용 낸드 컨트롤러 개발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이터센터 안전성을 보장하고 고객사에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거대 메모리 업체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인력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The-AIO가 노리는 것은 바로 에지용 낸드 컨트롤러다. 이 시장은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휩쓸고 있다.
낸드 컨트롤러 양대 산맥인 대만 실리콘모션(SMI) 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미국 광대역 통신용 칩 제조업체 맥스리니어(MaxLinear)에 약 4조8000억원에 매각됐다. 또 다른 대만기업 파이슨 역시 매년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이스터(Yeestor)의 경우 기술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와 시장을 등에 업고 의미 있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낸드 컨트롤러는 그 특성상 신뢰성과 호환성이 중요해 일부 승자 독식 형태로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글로벌 낸드 컨트롤러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직접 개발하는 컨트롤러를 제외하더라도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하다. 이 중 대만 SMI와 파이슨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현재 The-AIO는 3~4가지 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만 TSMC 28나노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향후 개발 중인 신제품은 12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SD카드와 eMMC 컨트롤러에 집중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SSD카드와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00억원. The-AIO가 취급하는 제품 종류가 늘어날수록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약 500억원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The-AIO는 이 자금을 제품 양산을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올해 4월 The-AIO 컨트롤러가 탑재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래퍼런스를 확보하면서 고객사 다변화를 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연매출 2000억원 돌파가 예상되는 2025년 기업공개(IPO)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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