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의 '실적 미스터리'....전년동기비 영업이익 97% 급감 예고 왜?
심텍, 상반기 매출 5117억원·영업익 52억원 전망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21%...2021년엔 13%
"실적전망, 업황부진 외 다른 원인 있을 것" 관측
2023-03-14 이기종 기자
반도체 기판업체 심텍이 최근 밝힌 상반기 실적전망치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측이 제시한 올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 대비 97% 급감한 52억원. 영업이익률은 1%다. 메모리 반도체 관련 인쇄회로기판(PCB) 업황이 나빠졌지만, 이 정도면 '곤두박질' 수준이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이익 하락폭이 너무 크다. 업계에선 심텍의 상반기 실적 폭락 전망에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순 업황 부진으로 설명될 수 있는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14일 PCB 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지난 9일 올해 상반기 매출 5117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97% 급감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다.
심텍은 상반기 매출 전망치에 대해 "상반기 반도체 경기 둔화 지속과 불확실성 심화 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예상치에 대해서는 "1분기 전방시장 수요 둔화 지속 등으로 300억원 적자가 예상되나, 2분기에는 전방시장 수요 회복 시작과 시스템 반도체용 고부가품 매출 확대로 흑자전환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1분기 300억원 영업손실 기록 후, 2분기에 352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면 상반기 5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
심텍의 상반기 실적 전망이 곤두박질친 것에 대해 업계에선 "미스터리"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모두 안 좋긴 하지만, 심텍의 실적 전망은 너무나 뜻밖"이라며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 1월 불거진 심텍의 이른바 '포장갈이' 의혹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장갈이는 고객사에서 승인하지 않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마치 승인받은 공장에서 정상 생산한 것처럼 포장을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당시 심텍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러한 내용을 삼성전자 직원도 볼 수 있도록 태그를 걸고 게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의혹과 관련, 지난 2월 초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선 심텍 등 여러 PCB 협력사를 상대로 공장 검증(Audit)을 진행했다. 이미 고객사 승인을 받고 양산 중인 공장에 대해서도 연 1회 이상 정기 검증을 진행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정기 검증이 추가된다.
심텍 측에선 "포장갈이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2월 초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검증도 일상적 검증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복수의 PCB 업계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심텍 때문에 다른 PCB 업체도 검증을 진행했고, 다른 업체에선 관련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심텍은 '프로세스 체인지 노티스'(PCN·Process Change Notice) 위반 혐의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객사가 승인한 공정에서 사용하는 약품 등을 고객사에 미리 알리지 않고 제조사가 임의로 바꾸면 PCN 위반이 된다. 미승인약품은 원가절감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가 약품을 쓰면 고객사에 먼저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텍의 상반기 영업이익률 1% 전망에는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검증에 따른 일종의 '괘씸죄'가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1분기 심텍이 삼성전자 등에서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물량도 상당수가 다른 협력사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심텍 직원이 블라인드에 회사 관련 글을 작성한 것에 대해선 처우 불만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지난해 심텍은 매출(1조6974억원)이 전년비 24% 뛰고, 영업이익(3487억원)도 2배로 늘었지만 직원 1인당 평균 상여금은 200만~300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D씨는 "그 정도 실적이면 상여금은 1000만원 정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심텍 공장이 청주에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동종업계 이직이 쉽지 않다"며 "회사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PCB 업체는 안산과 인천 등에 몰려있다.
심텍은 지난해 매출 1조6974억원, 영업이익 3487억원을 올렸다. 전년비 매출은 24% 뛰었고, 영업이익은 2배로 늘었다. 심텍은 "전방시장 수요 증가와 고부가 mSAP(modified-Semi Additive Process) 기판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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