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기흥', '이건희의 화성·평택' 이어 이재용의 용인 시대 열린다

삼성, 용인 남사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기지 구축…20년간 300조 투입 정부, 비상경제민생회의서 발표, 시스템반도체팹 5개 및 팹리스 150개 유치 6대 첨단산업에 550조원 민간투자유치…용인 등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발표

2023-03-15     강승태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신규 반도체 라인 부지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이 낙점됐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5개의 시스템반도체 첨단 제조라인을 짓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였던 기흥(용인), 화성, 평택을 연결하는 ‘삼성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정부 역시 향후 20년 동안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해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경기도 용인 일대 215만평(710만㎡) 규모 국가산단 후보지에 첨단 반도체 제조라인 5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첨단산업 육성 전략 방안’을 통해 공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자리에서 ▲초격차 기술력 확보 ▲혁신인재 양성 ▲지역 특화형 클러스터 ▲튼튼한 생태계 구축 ▲투자특국 ▲통상역량 강화를 6대 국가 총력 지원과제로 선정했다. 먼저 2042년까지 300조원 신규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단일 단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도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삼성전자 외에도 국내외 우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을 포함해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조성된 신규 클러스터를 기흥·화성·평택·이천 지역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 밸리와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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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의 용인 시대 개막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시스템 반도체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에 조성한다.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Fab) 5개를 구축한다. 정부 역시 소부장·팹리스 기업을 최대 150개 유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공장 부지를 확정한 후 생산되는 제품은 향후 반도체 시황과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계획에 맞춰 삼성전자가 용인 남사읍을 신규 반도체 라인으로 선정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은 선대 회장이 반도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다. 반도체 라인과 연계해 선대 회장을 떠올리는 상징적인 지역도 있다. 이병철 창업 회장의 기흥, 이건희 선대 회장의 화성·평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가장 최근에 지은 평택캠퍼스를  건설한 후 회장에 취임했다. 이재용 회장과 연결지어 떠올릴 수 있는 반도체 라인이나 지역이 없었다. 삼성전자와 정부의 계획 대로 용인시 남사읍에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라인이 건설된다면 이곳은 이재용 회장이 주도한 첫 번째 반도체 라인이란 상징성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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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흥→화성→평택→용인 남사 잇는 메가 클러스터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과 테일러, 중국 시안 등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마더팹은 항상 국내에 있는 반도체 라인을 활용했다. 마더팹이란 최신 생산 기술이 우선 적용되는 공장을 의미한다. 마더팹에서 공정 전환이 성공하면 추후 다른 공장으로 최신 공정을 확산하는 것이 반도체 업계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모태가 됐던 곳이다. 1983년 처음 만들어진 이곳은 1984년 1라인을 시작으로 1988년 4, 5라인까지 지으며 삼성 반도체 시작을 알렸다. 지금은 6라인과 S1 라인을 주축으로 파운드리 팹이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짓고 있으며 2025년 가동 예정이다.  1990년 대 중반 조성되기 시작한 화성캠퍼스는 삼성전자를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로 만든 주역이다. 지금은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는 물론 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EUV 라인까지 구축됐다. 화성 12라인은 낸드플래시, 13, 15, 16, 17라인은 D램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10나노 급 공정을 통해 D램 생산이 이뤄진다. 화성캠퍼스에는 S3, S4 등 파운드리 라인도 있다.  삼성전자 최신 반도체 생산은 평택캠퍼스에서 이뤄지고 있다. 평택캠퍼스는 부지면적이 총 289만㎡로 반도체 생산라인을 최대 6개(P1~P6) 지을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인 P1, P2, P3 라인과 EUV 전용 라인인 V2다. P1은 첨단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으며 P2는 하이브리드 팹으로 EUV D램, 7~8세대 낸드플래시,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생산이 가능한 곳이다. P3는 가장 최근 가동하기 시작한 팹이며 P4는 내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P5와 P6는 건물을 짓기 위한 준비 단계 수준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 용인 남사읍에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신규 라인이 지어진다면 기흥→화성→평택에서 용인 남사읍으로 이어지는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될 전망이다. 

◆ 용인 남사, 국내 시스템 반도체 메카로 

정부와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부지로 선정된 용인 남사읍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산업부 측은 “메모리,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부장을 아우르는 반도체 전 분야 밸류체인과 우수 인재를 한 곳에 모아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 선도 모델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러스터 안에서 기업과 연구소, 대학 간 공동 기술 개발과 실증사업을 수행하는 한편 국내 팹리스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 생산을 지원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4나노 공정, 차량·가전 반도체용 공정 개방을 확대한다. 또 우수한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양산을 집중 지원해 매출 1조원 규모 팹리스 기업 1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또 2030년까지 3조2000억원 규모의 전력·차량용·AI 등 차세대 유망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세공정 한계 보완을 위해 첨단 패키징 분야에 24조원의 생산·연구거점 투자와 3600억원 규모 정부 기술개발 지원을 단행한다.

◆ 지방에도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삼성, 60조 투자

이날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용인시를 포함해 15곳을 추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발표했다. 총 1200만평(4076만㎡) 규모 부지에 산단을 조성해 전국에 첨단산업 생산거점을 고르게 확보하고 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 처리와, 기반시설 구축, 세액 공제 등 전방위적 혜택이 주어진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천안·청주·홍성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호남권에선 광주, 전남 고흥, 전북 익산, 전북 완주 4곳이 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 경남권에서는 창원(103만평)이 방위·원자력산업 수출 촉진을 위한 산단 후보지로 지정됐다. 대구·경북권 후보지는 대구, 안동, 경주, 울진 4곳이다. 강원권에서는 강릉(28만평)에 국가산단을 조성해 천연물 바이오산업을 키운다. 15개 산단 후보지는 사업시행자를 선정한 뒤 개발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국가산업단지로 정식 지정된다. 정부는 그린벨트 규제를 적극 완화해 산단 지정이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 역시 지방 국가산단 조성 계획에 맞춰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삼성은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가 향후 10년간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 첨단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 전고체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경상권에는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용 핵심 소재 내재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 투자해 부산을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구미를 QD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울산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활 물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연구와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거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호남권의 경우 삼성전자가 현재 광주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 제품 중심으로 확대·재편해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삼성은 이외에도 지역 기업을 위해 반도체 생태계 육성 프로그램, 기술·자금 지원, 지역 인재 양성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상생 프로그램에는 향후 10년간 총 3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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