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판도변화...올해 사상 처음으로 파운드리 연매출, D램 추월하나?

올해 파운드리 예상 연매출은 약 200억~250억달러 D램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 180억달러 안팎 전망

2023-03-17     강승태 기자
재고부담 및 가격 하락으로 글로벌 D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각 사업부의 매출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파운드리 매출이 D램을 넘어설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산업은 D램 등 메모리와 달리 품목이 다양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칩을 생산하기 때문에 시황에 덜 민감하다. D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예상되는 변화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D램’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메모리에 편중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구조에 지각변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옴디아, 증권가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현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D램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나 증권가 등을 통한 추정만이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18억9100만 달러(1분기 53억2800만 달러, 2분기 55억8800만 달러, 3분기 55억8400만 달러, 4분기 53억91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파운드리 연간 매출은 218억9100만 달러였다. 반면 D램 매출은 같은 기간 345억2000만 달러(1분기 104억6000만 달러, 2분기 111억3000만 달러, 3분기 7400만 달러, 4분기 55억3000만 달러)였다.  올해 들어 파운드리 시장은 이전과 달리 가동률 하락 등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TSMC와 같은 최상위권 기업의 경우 올해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파운드리 산업 특성상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TSMC와 같은 상위권 기업은 올해 파운드리 매출 규모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이 지난해 대비 5% 증가하면 약 230억 달러, 10% 증가하면 24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여러 시장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도 비슷하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파운드리 매출이 약 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보수적으로 200억 달러에서 최대 250억 달러 수준을 형성할 전망이다.  반면 D램의 경우 전망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 최근 옴디아는 올해 D램 예상 시장 규모를 595억 달러에서 416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년 이상 D램 1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통상 40~45%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옴디아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삼성전자 올해 D램 예상 매출은 170~2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예상 역시 비슷하다. 각종 증권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D램 예상 매출은 170~180억 달러 수준이다. 최근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D램 예상 매출을 20조3880억원(현재 환율 기준 약 160억 달러)으로 제시했다.  결국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올해 파운드리 예상 매출은 200억 달러 이상, D램은 180억 달러 미만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퀄컴,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와 구글, 테슬라, 최근엔 인피니언 등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최첨단 공정은 물론 레거시 공정에서도 전력반도체 등 취급 품목이 늘었다. 반면 D램은 스마트폰 수요 감소는 물론 기대했던 서버용 시장마저 부진하면서 올해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물론 파운드리 매출이 급성장해 D램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D램 시장 침체 영향으로 파운드리 매출이 D램을 넘어선다면 그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품목별, 사업부별 매출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삼성전자 특성상 시장조사업체 및 증권가 자료에 기반한 분석이란 점은 한계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자료나 증권사 분석이 늘 정확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반기 D램 시장이 극적으로 회복되면 D램 예상 매출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가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파운드리 연간 매출이 D램을 능가한다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램은 그야말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상징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며 반도체 사업을 태동시켰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을 개발하며 1위로 올라선 후 숱한 치킨게임 속에서도 20년 넘게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초석을 다진 분야이자, 동시에 삼성전자 최고 캐시카우로서 인정 받는 분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D램’이란 공식이 통용될 정도로 삼성전자에서 D램 사업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며 “올해 D램 시장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파운드리 매출이 D램을 넘어선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역사상 올해는 매우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