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삼성 스마트폰용 OLED DDI 공급망 뚫었다

올 하반기부터 40nm OLED DDI 양산해 삼성D 공급 예정 삼성LSI·LX세미콘에 이어 신규 벤더 진입…12인치 DDI 사업 본격 확장 DB하이텍, 관련 사업부 분사·황규철 CEO 내정 등 팹리스 강화에 매진

2023-03-20     장경윤 기자
DB하이텍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신규 벤더로 진입한다. 올 하반기부터 40nm 공정 기반의 DDI 제품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DB하이텍은 삼성LSI·LX세미콘과 함께 삼성 스마트폰용 OLED DDI 공급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그간 TV용 DDI만 했던 내부 팹리스 사업 경쟁력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폰용 40nm OLED DDI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한다. 이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스마트폰용 OLED DDI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사업 외에도 내부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DDI를 자체 설계 및 판매하는 팹리스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만 30여년을 재직한 황규철 전 삼성전자 전무를 브랜드사업부 CEO로 내정하고,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체제를 출범시키는 등 관련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이다.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팹리스 사업을 분사시킨다는 계획도 내놨다.  DDI는 디지털 신호를 빛 에너지로 변환해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픽셀이 특정 화면을 출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반도체다. 디스플레이 종류에 따라 LCD용, OLED용으로 나뉜다.  DB하이텍은 그간 LCD DDI를 주력으로 공급해왔는데, 지난해부터 OLED DDI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후 DB하이텍은 노트북, 태블릿, TV 등에 탑재되는 8인치 OLED DDI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잇달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삼성 공급망 진입으로 12인치 기반의 소형 OLED DDI도 조만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OLED DDI는 중·대형 대비 개발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DB하이텍은 해당 DDI를 지난해부터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와 일본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용으로 공급하면서 사업 기반을 닦은 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DDI 신규 벤더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이번 삼성 공급망 진입을 위해 DB하이텍은 올해 중순까지 40nm OLED DDI의 개발 및 테스트 과정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산은 대만 파운드리인 UMC를 활용한다. 구체적인 공급물량 및 활용처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스마트폰용 OLED DDI가 주로 28nm~45nm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걸 고려하면, DB하이텍 제품은 주로 중저가 제품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DB하이텍의 신규 벤더 진입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DDI 공급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DDI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로부터 대부분 수급하고, 매그나칩으로부터 일부 물량을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그러나 매그나칩이 지난 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추진하다가 불발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DDI 공급망에 변화를 추진해왔다.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게 이 무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X세미콘, 원익디투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기존 LG디스플레이에 OLED DDI를 공급해 온 LX세미콘과 협력하기로 했다. 원익디투아이는 원익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인수한 OLED DDI 전문 신생 팹리스로,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원익디투아이로부터 OLED DDI를 공급받기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익디투아이가 본격적인 양산을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적절한 시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DDI 벤더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스마트폰용 OLED DDI 공급망은 삼성LSI, LX세미콘, DB하이텍이 삼파전을 벌이고, 향후 원익디투아이나 다른 팹리스가 합류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삼성 공급망 진입은 DB하이텍의 팹리스 분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B하이텍은 최근 브랜드사업부를 'DB팹리스(가칭)'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안건을 이달 말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지금처럼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지속 병행하면 고객사와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물적분할의 이유다. 특히 DB하이텍은 물적분할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 설득을 위해 "브랜드사업부는 비주력 사업"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DB하이텍이 이번 삼성디스플레이향 스마트폰용 OLED DDI 신규 벤더 진입처럼 사업을 계속 확장하는 경우, 당초 '비주력 사업'이라는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팹리스 쪽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경우 '왜 물적분할을 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DB하이텍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1조6752억원에서 브랜드사업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00억원가량으로, 약 18%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관계자는 "(물적분할 발표 당시) 브랜드사업부를 비주력 사업이라고 표현했던 건 현 상황을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라며 "팹리스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건 회사의 오랜 목표"라고 설명했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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