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업황, 3분기 살아날까
작년부터 누적된 재고물량 여전
미중 무역전쟁·화웨이 제재도 악재
2019-06-23 이기종 기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은 4분기나 돼야 살아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MLCC 업황은 3분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MLCC 공급 과잉 후 누적된 재고물량이 여전히 쌓여있고, 중국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 MLCC 대리점 관계자는 "고객사 MLCC 재고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면서 "(업황 개선은) 3분기도 어렵고 연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만 해도 업계에서는 5~6월 재고 수준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오포와 비보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MLCC 등 전자부품 주문을 늘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 관계자는 "작년 초에 MLCC 수요가 많아서 공급이 늘었는데, 미-중 무역갈등이 커지고 중국 업체의 수요가 줄어 재고물량이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로엔드와 하이엔드 MLCC 모두 당장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도 최근 업황 개선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하반기 MLCC 업황 개선을 기대해왔지만, 요즘에는 업황 개선 시점 질문에 대해선 분명히 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부진이 이어지고, 하반기 회복을 점쳤던 반도체는 내년에나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부터 고객사 신모델 출시와 보유 재고 소진으로 IT용에서 전반적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MLCC 업체도 전망이 어둡다. 일본 언론은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화웨이를 제재명단에 포함하면서 자국 업체가 화웨이에 전자부품을 다량 납품하던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지난 3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일본 업체에서 MLCC 등을 미리 사들였는데, 화웨이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일본 부품업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세계 1위 MLCC 기업 무라타제작소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 비중은 5% 내외다. 무라타제작소의 MLCC 수주잔고가 줄어들면 삼성전기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연초 MLCC 수주잔고가 줄어든 무라타제작소가 제품 가격을 내리자 삼성전기도 가격을 낮춘 바 있다.
로엔드 MLCC를 생산하는 대만 야교의 5월 매출은 32억6000만대만달러(약 1230억원)였다. 전월비 0.3% 상승에 그쳤고, 전년 동기보다 48.7% 작다. 야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최종 고객사 수요가 부진했고, 시장 불확실성이 미국·유럽 및 아시아 고객사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져서, 최종 수요 가시성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1~5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8.4% 감소한 179억300만대만달러(약 6740억원)다. 현대차증권의 노근창 연구원은 "대만 MLCC 업체의 가격 하락은 3분기에 멈출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화웨이 제재로 3분기까지 범용 MLCC 가격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MLCC용 필름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좋을 것"이라면서도 "7~8월 조금씩 개선돼 9월부터는 MLCC용 필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LCC 업황의 4분기 개선을 점치는 시각이다. 하반기에 MLCC 시황 개선을 도울 수 있는 요소로는 3분기 국내외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4분기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