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신소재 '산화갈륨' 뜬다지만…中·日이 특허 '싹쓸이'
산화갈륨, SiC·GaN 이을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
관련 특허, 中·日이 전체 50% 이상 차지
국내에서도 산화갈륨 얼라이언스 조성 등 기술력 확보에 박차
2023-03-24 장경윤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 SiC, GaN을 이을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산화갈륨(GA2O3)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 및 기관들도 산화갈륨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특허 확보 경쟁에서는 여전히 일본, 중국 등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판교 소재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사에서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로드맵 세미나'가 개최됐다.
산화갈륨은 SiC(실리콘카바이드), GaN(질화갈륨) 등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꼽히는 와이드밴드갭(WBG) 물질에 해당한다. 밴드갭은 전자가 모여있는 '전도대'와 전자가 비활성된 '가전자대' 영역 간의 에너지 폭이다. 밴드갭이 넓을수록 전자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져, 더 높은 전압과 온도, 주파수에서 동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산화갈륨은 밴드갭이 4.4~4.9로 SiC(3.3)와 GaN(3.4) 대비 더 높다. 동시에 제조비용이 다른 WBG 소재 대비 저렴하다. 이에 산화갈륨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시영 한국세라믹기술원 위원장은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산화갈륨 기판 시장 규모는 5년간 6배 성장해 2025년 22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낙관적이긴 하지만, 2030년까지 전세계 산화갈륨 시장의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화갈륨은 낮은 전기 전도도(전류가 잘 흐르는 정도) 등 물성적 한계도 존재한다. 또한 다른 WBG 소재 대비 관련 연구개발 단계가 낮아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때문에 전세계의 여러 반도체 관련 기관·기업이 산화갈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산화갈륨 시장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산화갈륨 단결정 기판 소재의 경우, 국내 기술력은 일본 NCT에 비해 25%에 불과하다. 웨이퍼소재 역시 국내 기술력이 일본 NCT에 비해 6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 보유 현황도 마찬가지다. AnA특허가 한국, 중국, 미국, 유럽, 일본, PCT(특허협력조약) 6개 분야에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자와 관련한 유효특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9월까지 공개된 특허 수는 총 1011건이다. 이 중 중국이 328건, 일본이 313건으로, 두 국가의 특허 수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57건에 불과하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추가된 460건의 특허도 대부분은 중국(240건)과 일본(87건)의 특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3건의 특허가 추가로 공개됐다.
AnA특허 홍승훈 변리사는 "단 1년 2개월만에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자 관련 특허 수가 50%가량 증가할 만큼 세계 각국의 특허 확보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라며 "특허만으로 실제 기술력을 논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일본이 특허를 엄청나게 출원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산화갈륨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공동 주최로 '산화갈륨 얼라이언스(K-GOAL)'가 출범됐다. 현재 K-GOAL은 한국반도체연구조합과 함께 산화갈륨 소재, 기판, 가공 등 전반적인 기술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추진과 사업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 퀀타머티리얼스, 넥서스비 등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파워큐브세미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산화갈륨 반도체 소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SiC와 GaN에 이어 산화갈륨이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러한 소재 기술력 확보를 위해, 총 44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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