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vs 넷플릭스①] 통신망, 공공재인가 상품인가…양사 소송,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통신사, 데이터 트래픽 폭증 감당 한계 도달
OTT 성장, 사업 필수재 ‘통신망’ 비용 전가 덕분 비판 ‘봇물’
각국 정부, 통신망 고도화 비용 분담 인식 확산
美 FCC, 망중립성 폐기…OTT→통신사, 입장 선회
2023-04-04 윤상호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2심 소송이 재개했다. 양사는 망 이용대가를 두고 갈등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사용료를 달라는 쪽’, 넷플릭스는 ‘줄 필요가 없다는 쪽’이다.
이 문제는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재정 신청을 하며 수면 위에 드러났다. 넷플릭스는 소송으로 맞섰다.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일단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었다. 2021년 6월 1심 법원은 원고(넷플릭스) 패소 판결을 냈다. 넷플릭스는 항소했다. 2021년 9월 SK브로드밴드도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과 반소를 병합 2심을 진행 중이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8차례 변론이 이뤄졌다.
양사 소송은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통신사와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제공사(OTT: Over The Top)의 충돌은 세계적 현상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은 법원 판결이 나온 첫 사례다.
통신사의 불만은 지난 10여년 동안 누적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했다. 데이터 이용량은 증가했다. 특히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했다. 통신 기술은 ▲3세대(3G) 이동통신 ▲4세대(4G) 이동통신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진화했다. 무선 통신은 주파수가 필요하다. 통신사의 ▲주파수 확보 ▲세대 진화 ▲용량 증설 등 투자비가 급증했다. 무선 네트워크 투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확대한 무선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한 유선 통신망 투자도 수반했다.
통신사 매출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통신은 규제 산업이다. 주파수를 정부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통신을 사회 인프라 중 하나로 취급했다. ▲전기 ▲수도 ▲가스처럼 공공재로 다뤘다. 요금 인상 폭을 제한했다. 요금제도 종량제보다 정액제가 보편화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점유율 1위 SK텔레콤의 실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집계를 보면 이 상황은 여실히 드러난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전세계 통신사 실적과 데이터 트래픽은 비슷한 추세다.
2010년 가입비와 접속료를 제외한 SK텔레콤의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은 3만6204원이다. 2022년 기준 ARPU는 3만495원이다. 12년 전에 비해 5709원 감소했다.
과기정통부는 2012년부터 데이터 트래픽 집계를 발표했다. 4G 도입 시점이다. 2012년 1월 기준 무선 트래픽 총량은 2만9748테라바이트(TB)다. 2023년 1월 기준 무선 트래픽 총량은 97만3515TB다. 10여년 동안 32.7배 높아졌다.
SK텔레콤은 2010년 1조8450억원을 투자비(캐팩스)로 집행했다. 2022년 캐팩스는 3조350억원으로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많아졌다. 지난 1월 기준 기술 방식별 트래픽은 ▲5G 74만6281TB ▲4G 21만5303TB ▲무선랜(Wi-Fi, 와이파이) 1만1899TB ▲3G 33TB다. 5G 투자만 할 수도 없다.
그 사이 다양한 OTT 업체가 부상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콘텐츠사업자(CP)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망중립성’을 내세웠다. 통신사 등 인터넷사업자(ISP)가 특정 콘텐츠나 CP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색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쇼핑 ▲실시간콘텐츠서비스 등 대부분이 해당한다.
이들 사업에 네트워크는 상수다. OTT 성장은 통신사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OTT 고객 확대와 서비스 품질 유지비 일부를 통신사가 부담하는 상황이 지속했다. 콘텐츠는 텍스트(문자) 위주에서 멀티미디어(동영상)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동영상도 일반화질(SD)에서 고화질(HD)로 고화질에서 초고화질(4K)로 이동했다. 그만큼 트래픽(데이터양)은 커졌다. 통신사 부담도 커졌다.
OTT는 ▲자율주행 ▲메타버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으로 확장 중이다. 이들이 만들 트래픽은 그동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통신사는 지금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할 경우 생존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각국 정부도 위험을 인지했다. 네트워크가 붕괴는 ICT 산업 붕괴 및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정책 선회가 대표적이다. 당초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옹호했다. 2010년 열린 인터넷 정책을 공식화했다. ISP와 법적 다툼도 대신했다. 미국 OTT 기업은 세계 OTT 산업을 이끄는 위치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 통신 인프라는 세계 경쟁에서 뒤쳐졌다. 2017년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통신망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규정했다. 통신사 5G 투자가 활성화했다.
한편 지난 2월 열린 ‘MWC23’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읽혔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관한다. MWC23 기조연설에서 정부와 통신사는 CP의 투자비 분담을 요구했다. CP는 반대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의는 통신사와 빅테크만의 분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크리스텔 하이드만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사용으로 이익을 얻는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그레그 피터스 공동대표는 “통신사에 비용을 내면 콘텐츠 투자를 줄여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비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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