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패널업체의 LCD 독식, 삼성·LG TV사업 위험하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인터뷰 "中정부, 패널업체 합병→가격·물량 조절 가능성" "LGD, CSOT와 中광저우 LCD 공장 매각 협상 중"

2023-04-11     이기종 기자
이충훈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중화권 패널 업체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독식해,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세트 업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대형 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란 말이 나오지만, 더 나아가 세트 업체의 패널 구매가격과 물량 확보 등에 악영향을 미쳐 국내 IT 산업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충훈 대표는 최근 《디일렉》 인터뷰에서 "요즘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세트 업체에 있다"며 "세트 업체가 무너지면 그 아래 산업은 다 무너진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사업에서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에서 LCD TV 패널을 만들고 있지만, 이미 생산능력을 절반으로 줄였고 결국 매각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업계를 3개 업체로 합병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고 최근 관련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HKC와 IVO를 합병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선 BOE의 OLED 부문을 비전옥스와 합병한 뒤 (BOE에서) 분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CSOT의 T4 공장을 티엔마에, 그리고 EDO의 상하이 공장을 티엔마에 넘겨서 자동차 OLED를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정부 주도로 합병을 마치면 가격 담합을 통한 패널 업체의 흑자구조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패널 업체 지분을 중앙정부와 시 정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강하다"며 "시장경제국가에선 불가능하지만 중국에선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경우 중국 업체의 패널 물량 조절에 따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TV 업체의 패널 확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패널 업체가 패널 물량을 조절하면 삼성전자 TV 출하량을 연 4000만대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LCD TV 패널을 3000만대씩 가져가면 삼성전자는 4000만대, LG전자는 2500만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TV 성능이 좋아졌고, 내수시장이 크다"며 "내수용 패널은 싸게, 수출용 패널은 비싸게 팔면 중국 TV 업체 경쟁력이 좋아지고, 해외 TV 업체 경쟁력은 나빠진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엔드 제품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매출이 중국 업체보다는 높겠지만 물량 면에선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과 관련해 여러 업체와 협상했지만, 현재는 CSOT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은 해봐야 알지만 CSOT가 지난해 LCD 판가 하락으로 적자가 많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협상 진전이 더딜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LG디스플레이 재무구조를 기준으로 볼 때 8세대 유리원판 투입기준 월 200K 규모 광저우 LCD 공장은 1차적으로 월 100K 규모 라인을 올해 말까지, 나머지 월 100K 규모 라인을 내년 말까지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OLED를 월 15K 규모로 신규 투자하려면 3조~4조원이 필요하다"며 "최소한의 재원은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적자 LCD 사업을 정리해야 하지만, 반드시 빨리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OLED 신규 라인 투자 재원 확보처럼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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