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D, OLED TV 패널 공급협상 재개
초도물량 20만~30만대...연간 물량 200만대 이하 추정
'LCD 장악' 中패널업체, 삼성전자에 비우호적으로 변화
LG디스플레이, 작년 2조원 영업손실 등 재무상황 악화
업계 "2021~2022년보다 납품 성사 가능성 높다" 관측
2023-04-12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W-OLED TV 패널 공급협상을 재개했다. LCD 시장을 장악한 중화권 패널 업체들이 더 이상 삼성전자에 우호적이지 않고, LG디스플레이의 재무상황이 나빠져서 지난 2021년이나 2022년보다 납품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화이트(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20만~30만대 수준 W-OLED 초도물량 납품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를 조달하면 내년 초부터 LG디스플레이 W-OLED를 채용한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W-OLED 공급협상을 재개한 것은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와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의 그룹 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를 끝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에서 LCD TV 패널을 만들고 있지만 생산능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국 패널 업체에 대한 LCD TV 패널 의존도가 커졌다.
국내 패널 업체의 LCD TV 패널 생산량이 급감하자, 전세계 LCD 시장을 장악한 BOE 등 중화권 패널 업체가 더 이상 삼성전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연평균 TV 출하량 약 4000만대 중 LCD TV 비중은 2021년 100%, 2022년 99%였다. 올해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퀀텀닷(QD)-OLED를 채용한 OLED TV를 120만대 이상 출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에도 LCD 제품 비중이 97% 내외로 여전히 절대적이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W-OLED를 공급받게 되면 하이엔드 또는 미드엔드 이상 TV 제품군을 다양화할 수 있다. 또한, 중화권 패널 업체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상대방(중화권 업체)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W-OLED 공급협상을 진행 중이란 사실만 알려져도 패널 업체를 상대로 한 협상력이 커진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W-OLED를 공급받으면 '삼성 OLED TV'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 시장에서 유의미한 세그먼트로 분류되려면 특정 TV 제품군이 300만대는 출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QD-OLED TV 패널 물량이 연간 100만대 초반이 상한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나머지 100만대 후반에서 200만대에 이르는 W-OLED를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으면 삼성 OLED TV의 연간 300만대 출하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추가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라인이 양산 가동에 들어가려면 3년여가 필요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W-OLED를 조달한다면 연평균 100만대 후반에서 200만대 내외 물량을 공급받는 다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 재무상황 악화도 최종계약 체결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조원을 웃돌았고, 올 1분기에도 1조원 수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2021년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논의했던 것보다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번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W-OLED를 조달하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LCD 제품인 '네오 QLED' 8K, 그리고 QD-OLED(4K)보다 낮은 라인업에 W-OLED를 놓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LCD TV 패널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 2021년 W-OLED 공급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계약 체결에 이르진 못했다. 지난해 5월께 다시 한번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이때도 무산됐다. 이후에도 양측의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었지만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다가 최근 다시 바뀌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