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제4이통도 ‘시큰둥’…28GHz 5G 표류는 누구 탓?
정부, 28GHz B2C 5G 서비스 고수
업계, 28GHz 기술 진화·비용 감소 속도 기대 못 미쳐
AR·VR·홀로그램·스마트시티, 5G 청사진 ‘공염불’로
2024-04-25 윤상호 기자
정부의 28GHz 주파수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기존 통신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활용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신규 통신사 유인도 지지부진하다. 4세대(4G) 이동통신 대비 20배 빠른 5G도 이를 통한 정보통신산업(ICT)과 이종 산업 융합도 허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8GHz 기지국 구축을 중단한 상태다. SK텔레콤은 5월까지 5G 28GHz 기지국 1만5000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SK텔레콤의 28GHz 할당 조건 미달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미 지난 3월28일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 직후 유영상 대표가 “28GHz 투자는 목표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8년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주파수로 3.5GHz와 28GHz를 공급했다. 28GHz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800MHz 폭을 2018년 12월1일부터 2072억원에 5년 동안 사용하기로 했다. 3년 안에 1만5000개 기지국 투자 조건이 붙었다.
통신 3사는 2021년 11월30일까지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 12월23일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은 사용기한 10%(6개월) 단축 및 2023년 5월31일까지 기지국 1만5000개 완료 조건부 28GHz 주파수 사용 연장을 KT LG유플러스는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를 확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8GHz 주파수를 지하철 5G 서비스 백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통신사가 28GHz 5G 서비스를 포기한 이유는 투자 대비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파수는 고주파로 갈수록 직진성이 강하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투과하는 성질은 약해진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고층 건물이 많은 경우 같은 서비스 영역(커버리지)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주파에 비해 고주파가 투자비가 많이 든다. 이 문제는 28GHz 할당 때부터 나온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28GHz 상용화를 추진했던 것은 기술 진화에 따른 비용 절감을 기대해서다. 미국 등 해외에서 28GHz 5G 서비스를 추진한 것도 긍정적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크기가 커지면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장비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에서 회수한 28GHz 주파수로 제4 이동통신사를 유치하려 하고 있지만 업계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도 그래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새로운 통신사는 일부 관심을 표명한 기업도 있지만 아직 하겠다는 정도로 성숙하진 않았다”라며 “큰 투자이기 때문에 기업도 신중하게 고민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한편 28GHz 5G 서비스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라는 5G에 대한 기대값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졌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업계는 "5G는 LTE보다 ▲20배 빠르고 ▲100배 많은 기기가 동시 접속할 수 있고 ▲지연시간은 10배 단축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28GHz 상용화를 전제로 나온 예측이다. 작년 기준 5G 속도는 LTE 대비 6배 높은 수준이다. 동시 접속과 지연시간도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도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스마트시티 등이 활성화하기에는 미흡한 상태다.
관련 사업을 선점하려는 시도는 회사의 생존 위협으로 돌아왔다. 메타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바꾸고 VR에 올인했지만 실적 악화로 주주의 지탄을 받고 있다. 통신사도 유탄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제재할 방침이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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