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비상 걸린 국내기업

첨단재료 수출 허가신청 면제 국가서 한국 제외

2020-06-30     한주엽 기자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오자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대 한국 수출을 규제키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 보도 후 일본 최대 경제 매체인 니혼게이자이도 산케이 보도 내용을 인용, 기사화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보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등을 불러들여 수출 규제에 따르는 피해 상황 예측, 대책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당장 다음 달 4일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수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식각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간다. 산케이 보도에 따르면 첨단재료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재료 업계는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우호국으로 인정해 2004년 한국을 백색 국가로 지정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 지정돼있다. 일본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1일부터 새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식각가스 등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꼭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서는 7월부터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3개 품목은 다음 달 4일부터 계약별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신청과 심사에는 약 9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외 지역에서도 범용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용화에 성공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에서 대부분 물량이 생산된다.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큰 피해를 입는다. 식각가스 역시 문제다.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식각가스 대부분을 솔브레인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솔브레인은 일본 식각가스 회사인 스텔라케미파와 합작자 훽트를 설립하고 식각액을 공급하고 있다. 훽트가 스텔라케미파로부터 식각액 원재료를 조달하고, 솔브레인은 이 재료를 공급받아 합성 정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투명 커버 필름으로 쓰이는 재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에 따르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점유율을, 식각가스는 약 7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산케이는 “이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인 한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되면 일본 기업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