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투자한 필에너지, '테슬라표 배터리' 장비 노린다
원통형 배터리 핵심장비 '와인더' 준비
레이저 노칭 재도입 움직임
2023-05-15 이수환 기자
필옵틱스의 배터리 장비 자회사 필에너지가 원통형 배터리 장비 사업을 준비한다. 4680 규격(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가 대상이다. 이 규격의 배터리는 테슬라를 비롯해 BMW, 볼보, 스텔란티스 등 여러 완성차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9월 삼성SDI가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투자한 기업이다. 최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통과했다. 내달 상장 계획이다. 그간 각형 배터리 중심의 장비를 주로 개발해 공급해왔다.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차별화와 기업가치 극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4680 원통형 배터리 장비 사업을 준비 중이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Jelly roll)을 일정한 힘으로 말면서 어긋나지 않게 만드는 와인더(권취기)가 대상이다.
현재 이 장비는 국내 기업인 코엠(KOEM)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테슬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원통형 배터리 기업들이 사용 중이다. 중국 잉허커지, 선도지능이 일부 장비를 공급한 전력이 있으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 장비도 새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칭(Notching)은 배터리 소재를 적절한 모양으로 잘라 양극과 음극 탭(Tab)을 만드는 공정이다. 칼날 모양의 금형을 쓰면 프레스, 레이저를 적용하면 레이저 노칭이다. 레이저 노칭은 프레스 노칭과 달리 일정 시간 이후 금형을 바꿀 필요가 없다. 소모품이 들지 않아 유지비가 적다.
다만 활물질이 발라진 코팅부(합제부), 금속 그대로 노출된 무지부를 한 번에 레이저로 잘라내기 때문에 이때 발생하는 미세한 가스 미립자인 '흄(Fume)' 관리가 필수다. 탭 절단면의 오차와 품질을 유지하는 건 고난도 작업이다.
향후 필에너지는 지름 46㎜, 높이 80㎜(4680)를 기본으로 지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95㎜, 120㎜ 높이를 가진 원통형 배터리 장비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노칭-스태킹 인-라인(In-Line) 장비를 포함해 매출 퀀텀 점프(비약적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 등 해외 신규 고객사도 발굴해 매출처 다변화도 꾀한 상태다.
모로우는 노르웨이 최대 전력기업인 스태트크래프트(Statkraft)의 자회사인 아그델에너지벤처(Agdel Energy Venture), 덴마크 연기금 피케이에이(PKA)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고성능 전기차 약 7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산 4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편, 필에너지는 오산 본사 옆에 신공장을 추가로 마련 중이다. 오산 본사는 2021년 수원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3개 공장을 한 곳에 통합해 구축됐다. 이번 증설은 배터리 장비를 비롯해 반도체 패키징과 같은 신규 사업을 대비한 것이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shulee@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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