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초기출혈 감수하고 AR 시대 열겠다"...LGD "올레도스 기술 지켜야"

14일 '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 출범식서 나란히 발표 조성찬 삼성D 부사장 "산‧학‧연 협력해 AR 플랫폼 구축해야" 양준영 LGD 연구소장 "中올레도스 기술, 아직 못 따라왔다"

2023-06-15     이기종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초기 출혈을 감수하고 AR 시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한국이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기술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14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 출범식' 발표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상현실(VR)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고민할 때 인류 행복이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며 "시장환경은 불확실했지만 (VR 등은) 인류 행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성찬 부사장은 "VR과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기술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초기 출혈이 있더라도 미래 시장 개화에 기여하자고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가 중요해졌고,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의 첫번째 단계는 IT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트북과 태블릿 등 IT 제품이 더 중요한 시장이라고 판단하는 동시에, 휴대성 관점에서 디스플레이만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모든 것들이 들고 다니기 편한 상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프라 관점에서 한국은 전세계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국가"라며 "이런 환경을 십분 활용해서 디스플레이가 영상을 빠르고 정확하며 멋지게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G 환경이 되면 급변할 것"이란 예상도 덧붙였다. 조 부사장은 "디스플레이가 차량 내부뿐만 아니라 건물 표면, 벽면까지 모두 덮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오피스 시대, 인터넷 오피스 시대가 같이 열리면 좋겠다"며 "그 과정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때 실패했다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AR 기술은 저희가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 성숙 속도가 느리다"면서도 "AR 세트를 통해 (컴퓨팅 환경이) 구현되면 정말 좋은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최고 기술은 AR 기술이고, AR은 결국 컴퓨팅"이라며 "AR은 VR과 비슷한 기술과 플랫폼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먼저 VR로 시장 개화에 동참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AR 글래스 디스플레이는 VR과 달리 몰입 경험을 위해 반도체 수준에 육박하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광학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이 언급한 디스플레이 오피스 시대와 컴퓨팅 등은 지난주 애플이 MR 헤드셋 비전프로를 공개하며 공간 컴퓨팅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유사하다. 애플은 지난주 비전프로를 AR 플랫폼이라고 소개했지만, 제품 자체는 외부가 보이지 않는 VR 기기에 가깝다. 비전프로는 카메라 등을 활용해 사용자의 외부인식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AR 기기는 제품을 착용했을 때 바깥이 보이고, 외부 실재세계 위에 가상 이미지나 콘텐츠를 덧입히기 때문에 제품 기술사양이 더 높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올레도스 패널 2개에 2300만개(합계 기준) 픽셀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올레도스 패널 하나당 픽셀이 1150만개 형성됐다. 해당 올레도스는 일본 소니가 제작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올레도스 업체 이매진(eMagin)을 최근 인수했다. 양준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다른건 몰라도 AR·VR 올레도스 시장은 중국에 빼앗기면 안 된다"고 밝혔다. 양준영 소장은 "올레도스 기술에서는 (중국이) 확실하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올레도스 기술만큼은 좀 벌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성 기술이 아직 살아있다"며 "적어도 올레도스만큼은 한국이 지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찬 부사장은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경우 산‧학‧연과 민‧관이 한몸처럼 움직이지 못했을 때, 정부 지휘 아래 움직이는 어떤 나라(중국)에 (LCD 산업을) 빼앗겼다"며 "한국이 LCD 산업을 빼앗긴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인프라는 회사나 그룹 차원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해온 이유는 여기(OLED)만큼은 최소 저희 회사 힘으로라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AR 분야에서도 일반인은 잘 모르는 다양한 AR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하드웨어는 앞서가지만, 산‧학‧연이 손잡지 않으면 (AR 플랫폼 구축에서 뒤처지는) 흐름을 뒤집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계기(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를 통해 기업체가 쉽게 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를 출범했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디스플레이·반도체·이차전지 등 3대 주력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전략' 후속 조치다. 협의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다. 민‧관 협의체 출범식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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