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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용 스냅드래곤’, 첫 선…삼성전자·퀄컴, 속내는?

퀄컴, 첫 특정 고객사용 AP 제공…삼성전자 프리미엄폰 의존도 심화 삼성전자, 프리미엄폰 차별화·파운드리 방어…엑시노스 부활 시간 벌기

2023-07-31     윤상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6일 접는(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플립5·폴드5’와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 탭S9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퀄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장착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스냅드래곤8 2세대 AP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맞춰 최적화했다.

퀄컴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특정사를 위한 AP를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월 '갤럭시 S23 시리즈'부터 적용했다. 퀄컴에게 삼성전자는 파트너이자 경쟁자다.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는 달갑지 않은 선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프리미엄폰 공략 지연과 미디어텍의 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삼성전자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용 AP 제공으로 다른 제조사의 같은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 아이오에스(iOS) 양분 체제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진영이다. 안드로이드 진영 AP는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등이 공급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차 점유율은 ▲퀄컴 28% ▲미디어텍 33% ▲삼성전자 8%다.

퀄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다. 생산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이 최대 고객사다. 퀄컴은 작년 처음으로 삼성전자 5대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를 오가며 비용 절감을 극대화했다.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는 퀄컴의 중요 수요처다. AP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기준 스마트폰 원재료에서 AP 매입액을 9조3138억원으로 집계했다. 전체의 12.8%다. AP 가격은 전년대비 77%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폴더블폰 AP 전량을 퀄컴에서 수급했다. 올해는 갤럭시 S23 시리즈도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투입했다. 스냅드래곤8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안드로이드 프리미엄폰 AP 주류다. 하지만 퀄컴 지배력이 커진만큼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MS) OS가 보편화한 PC처럼 스마트폰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 퀄컴 로드맵과 출고량이 프리미엄폰 기능과 생산량을 좌우했다.

문제는 퀄컴이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타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 퀄컴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우선 삼성전자 외 프리미엄폰 경쟁력을 지속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가 없다. 퀄컴이 아무리 AP를 잘 만들어도 스마트폰이 안 팔리면 소용없다.

프리미엄폰은 애플이 강세다. 애플은 퀄컴 AP를 쓰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현상 유지가 힘겹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했다. 소니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 낙마에도 불구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21.7% ▲샤오미 12.7% ▲오포 8.6% ▲비보 8.4%다. 화웨이가 마지막으로 10%대 점유율을 기록한 2020년에 비해 삼성전자와 샤오미 점유율은 각각 2.1%포인트와 1.5%포인트 올랐지만 오포와 비보는 각각 0.2%포인트씩 빠졌다. 샤오미의 경우 2021년 점유율 14.0% 정점으로 하락세다.

삼성전자 의존도 상승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목의 가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AMD ▲삼성전자 MX사업부와 함께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엑시노스를 개발 중이다. 빠르면 2024년부터 프리미엄폰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한다면 퀄컴의 생산 판매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프리미엄폰 최대 고객사 이탈 ▲가격 협상력 저하 ▲생산 원가 상승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엑시노스를 채용한만큼 스냅드래곤 수요는 줄어든다. 엑시노스를 지렛대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엑시노스 경쟁력 회복은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퀄컴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현재 스냅드래곤에 필요한 미세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TSMC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스냅드래곤을 만들든 엑시노스를 만들든 공장만 돌아가면 아쉬울 것이 없다. TSMC의 경우 모바일은 애플 AP가 우선이다. 인텔이 미세공정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안 역할이 될지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

AP 시장 경쟁도 심화한다. 벌써 미디어텍의 도전이 거세다. 미디어텍은 작년 4nm 공정 AP ‘디멘시티9200’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공략을 강화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중저가폰에 이어 프리미엄폰 AP 대안이 생겼다. 평균판매가격(ASP) 하방 불안 요소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로 현재 시점에서 누릴 수 있는 이득을 극대화했다. MX사업본부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 탑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기존 스냅드래곤8 2세대 채용 다른 제조사 프리미엄 제품과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획득했다. 파운드리사업본부는 가동률 하락을 최소화했다. 엑시노스 부활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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