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랜, 韓 통신장비 ‘엘도라도’일까 ‘신기루’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픈랜 활성화 추진방안 발표 오픈랜, 통신사 투자비 절감 통신 장비 과점 완화 목적 삼성전자-中企, 국내 시장 위험 노출 상쇄 신규 고객 창출 여부 ‘승부처’

2023-08-17     윤상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방형 무선 접속망(Open RAN: Open Radio Access Network, 오픈랜) 활성화 추진방안’을 16일 발표했다. 무선 접속망(RAN: Radio Access NW)은 통상 특정 공급사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등을 일괄 구축한다. 해당 공급사의 협력사 등 관련 생태계에서 벗어난 업체는 참여하기 어렵다. 통신 기술은 표준이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 규격은 제각각이어서다. 통신 장비 시장 경쟁은 이동통신 세대 전환을 앞두고 일어난다. 이동통신 세대 교체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새로 도입한 장비와 이전부터 쓰던 장비를 연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전 세대 시장을 확보한 업체가 다음 시장도 지키기 유리하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점유율은 ▲화웨이 28.7% ▲에릭슨 15.0% ▲노키아 14.9% ▲ZTE 10.5% ▲시스코 5.6% ▲삼성전자 3.1% 순이다. 전체 이동통신 장비 점유율도 유사한 수준이다. 오픈랜은 말 그대로 RAN을 서로 다른 제조사 HW와 SW로 RAN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각 장비사가 규격을 공개해야 가능하다. 검증도 해줘야 한다. 오픈랜 진영은 최종적으로는 통신 장비 규격 표준화까지 노리고 있다. 누구나 표준 인증을 획득하면 시장 진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오픈랜 확대는 ‘오랜(O-RAN) 얼라이언스’가 이끌고 있다. 2018년 출범했다. 현재 33개 통신사가 주도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참여했다. 이들 외에 286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기관이 회원이다. 통신사가 논의를 주도하는 이유는 ‘통신사=통신 장비 고객사’라는 점과 ‘NW 투자 비용 절감’이 오픈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시장 특성 탓에 통신사는 구매자지만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 애매하다. 유지보수도 마찬가지다. 오픈랜을 실현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가별 입장은 다르다. ▲미국 ▲영국 ▲일본은 적극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력 통신사와 ICT 업체는 존재하지만 통신 장비사는 없다. 통신 장비 시장 개방은 국내 통신 인프라 고도화와 ICT 산업 진흥을 촉진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관망이다. 에릭슨은 스웨덴 노키아는 핀란드가 본사다. 화웨이는 중국 업체다. 화웨이 장비 배제는 오픈랜과 큰 연관이 없다. 통신 장비 업체는 이해가 엇갈린다. 기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체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시장을 내주거나 수익이 줄 확률이 높아서다. 지지부진했던 시장에서는 기회가 생기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이 해당한다. 그렇다고 마냥 반대할 수는 없다. 결국 돈은 통신사가 쓴다. 재원은 한정적이다. 국내 통신사 28GHz 주파수 5G 투자 포기가 대표적이다. 통신사가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이들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후발 주자는 나쁘지 않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경쟁 환경이 달라진다. 더 큰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지만 국내 시장이 위험에 노출된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적지만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생존해 왔다. 무한경쟁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새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오픈랜 시장은 2021년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서 2026년 64억달러(약 8조56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성장률은 높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통신 3사가 유무선 통신에 투자한 금액이 7조3560억원이다. 통신사가 오픈랜을 주목하는 것은 맞지만 전면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아니다. ‘호환성 확보=신뢰성 확보’를 담보하지 않아서다. 비용 절감이 품질 저하나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경우 고객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서로 다른 HW와 SW 활용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 지연 가능성을 높인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서다. 통신 서비스는 삶의 일부분이다. 1시간만 중단해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통신사에 책임을 묻는 수위도 올라갔다.
통신사가 오픈랜 도입을 검토하는 영역은 프론트홀 쪽이다. 원격무선신호처리장치(RU)와 디지털데이터처리장치(DU)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단말기와 접속(RU)해 데이터 신호를 처리(DU)하는 역할이다. 주요 장비사가 협력사 생태계를 통해 사업을 하던 영역이다. 국내는 이미 중소기업 분야다. 또 5G 신규 구축 수요가 줄었다. 작년 기준 5G를 도입한 통신사는 145개를 돌파했다. 기존 통신망을 오픈랜으로 바꾸는 수요는 제한적이다. 통신사 쪽에서 오픈랜 수요가 본격화하는 시점은 6세대(6G) 이동통신 전환기다.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의 협력 강도도 변수다. 대신 5G 특화망 시장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는 ‘이음5G’로 부르고 있다. 기업 대상 5G 전용망이다. 통신사 외에 통신 장비를 구매할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5G 특화망은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 유선 네트워크 기반 장비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 무선랜(Wi-Fi, 와이파이)보다 이동통신이 보안 및 편의성을 강화하기 쉽다. 한편 과기정통부의 오픈랜 활성화 추진방안은 ▲테스트베드 확대 ▲국제인증체계(K-OTIC) 구축 ▲국제 검증 행사 유치 ▲글로벌 표준 제정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추진 등을 담았다. 지난 4월 출범한 민관협의체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가 구심점 역할을 한다. ORIA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에치에프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11곳이 의장단사를 맡았다. 첫 대표 의장은 SK텔레콤이다. ▲삼지전자 ▲쏠리드 ▲에프알텍 ▲기산텔레콤 ▲씨에스 ▲유캐스트 ▲이노와이어리스 ▲이루온 ▲코위버 ▲티맥스클라우드 ▲티제이이노베이션 ▲케이티엔에프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 ▲레드햇 ▲한국HP ▲델인터내셔널 ▲에릭슨LG ▲퀄컴코리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