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소재·약품 국산 침투율 늘어나나..."일본 규제가 전환점"
기술력 외에 적용기회 없는 것도 걸림돌
2019-07-23 이기종 기자
"일본 수출 규제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가시적 변화는 아직 없지만, 같은 품질이면 국산 PCB 화학약품 사용을 검토하는 시도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가, 국내 PCB 시장에서 국산품 침투율이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이달 초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에 적용한 수출 규제가 PCB 업계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없지만, 앞으로는 같은 품질이면 국산품 사용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프리미엄 제품용 극박동박이나 잉크처럼 일본과 기술력 격차가 분명한 분야가 아니고, 품질이 동등한 소재나 약품이라면 PCB 업체도 국산품 사용을 늘릴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나 SLP(Substrate Like PCB) 등 고부가가치 기판은 각각 2~3마이크로미터(㎛)의 일본산 극박동박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체가 어렵지만, 나머지 분야에선 국산품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품질이 비슷한 경우에도 국산품 사용이 적었던 것은 PCB 업체 입장에서 안정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완제품 가격에서 PCB 비중은 3%에 불과하다"면서 "PCB가 잘못되면 제품 모두를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기존 일본 제품 대신 국산품을 사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PCB 업체 엔지니어 입장에서 국산 화학약품을 사용했다가 불량이 나오면 커다란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급선 다변화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완성품 업체가 특정 일본 업체 약품 사용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때문에 국내 PCB 화학약품 업체는 이미 수년전 랩(실험실) 단계에서는 PCB 고객사에서 품질 승인을 받고도, 실제 필드(양산품) 테스트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례가 있다. 대표 PCB 화학약품 업체인 와이엠티와 오알켐은 약품을 고객사에 공급하면서, 자사 약품으로 고객사 PCB 도금 공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때문에 국산품에 대한 PCB 업체의 긍정 검토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고객사가 적극 검토하면 실제 공급까지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주요 PCB 고객사 한 곳에서 승인을 받으면 다른 업체에도 납품할 수 있다"면서 "고객사 의지에 따라 2~3년보다 짧은 기간에 공급 성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랩 단계와 달리 필드 테스트는 환경이 다양하다"면서 "낮은 수준 제품부터 분석하고, 테스트 횟수를 늘리면서 고객사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PCB 양품 생산률이 떨어지면 최종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품질을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PCB 시장 규모는 13조1690억원이다. 이 가운데 원자재와 부자재 시장은 각각 1조1420억원, 3190억원이다. 약품 시장은 485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