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청주 기판 사업장 10월 폐쇄 추진"
청주 기판 사업장, 구미 사업장에 통폐합 계획
협력사에 불분명한 태도..."10월이면 코앞" 비판도
2020-07-29 이기종 기자
LG이노텍이 스마트폰 주기판(HDI)을 생산하는 청주 사업장을 10월 폐쇄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오는 10월 청주에 있는 HDI 기판 사업장 폐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청주 사업장 라인이 이미 가동 중단됐고, LG이노텍이 여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에 물량을 나눠줬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LG이노텍이 올해 청주 사업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면서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은 포기하고,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 등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RFPCB는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대표 PCB로, 청주 사업장에서 제작하는 부품이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구미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청주 사업장 폐쇄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화학약품 업체 한 곳은 "LG이노텍 청주 공장에 들어가던 약품 물량이 지난해 하반기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약품은 조금씩 들어가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라인을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 사업장 연간 HDI 생산능력은 15만6000시트로, 지난해(50만4000시트)보다 70% 줄었다. 지난해 오산 사업장을 닫고, 청주 사업장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생산능력이 70% 급감한 것이다. 청주와 오산 사업장에서 함께 생산해오던 HDI 기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청주에서만 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 생산능력이 1만 시트 내외라면 라인 하나 돌리는 정도에 그친다"면서 "(청주) 사업장 폐쇄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청주 사업장은 구미 사업장으로 통폐합될 것"이라면서 "이 얘기는 너무 잘 알려져서 PCB 업계에서 더 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LG이노텍 청주 사업장 폐쇄 시점을 10월로 보고 있다. 물량도 여타 PCB 업체에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주 사업장 라인은 이미 드롭(가동 중단)됐다"면서 "사업장 폐쇄 시점은 10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 사업장 라인 매각을 진행하고 있고, LG이노텍은 국내 D사, D사, 중국 협력사 등에 물량을 넘겼다"는 구체 내용도 언급했다.
협력사 사이에선 LG이노텍의 애매한 태도가 문제로 떠올랐다. 청주 사업장 폐쇄 계획이 업계에 확산한지 1년 가까이 지나도록 LG이노텍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청주 사업장을 폐쇄할 계획이면 관련 사실을 협력사에 명확히 알려야 이들 업체가 새 고객사를 찾는 등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협력사 사이에선 청주 사업장 폐쇄 문제로 점점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협력사는 LG이노텍에 이달 말까지 분명한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HDI 기판 사업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3~2016년 56만4000시트였던 연간 생산능력은 2017년부터 50만4000시트로 줄었다.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예년 80%에 크게 못 미치는 51%로 뚝 떨어졌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청주 사업장 폐쇄 여부에 대해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