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중국과 한 단계 더 밀착했다. 샤오미가 세계 최초 ‘스냅드래곤8 3세대’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레노버는 ‘스냅드래곤 X엘리트’ PC 안착을 돕는다. 아너는 스냅드래곤 스마트폰과 PC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25일(현지시각) 퀄컴은 미국 와일레아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진행했다. 스냅드래곤 서밋은 퀄컴의 연례 신제품 발표회다. 올해는 24일부터 26일까지(현지시각)다.
이번 행사에 퀄컴은 400여명의 세계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했다. 중국 참여자가 가장 많다. 전체의 15%가 중국 언론과 인플루언서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1년에는 중국 시각에 맞춰 행사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퀄컴이 중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이 퀄컴의 최대 시장이기 때문.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1억9820만대다. 중국은 2억7790만대를 소화했다. 10대 중 2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작년 세계 시장에서 1%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스마트폰 회사는 모두 15곳. 이중 12곳이 중국 회사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와 세계 스마트폰 2위 애플은 각각 자체 AP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AP 사용량을 늘리려는 시도를 지속 중이다. 애플은 애플만의 세계다. 퀄컴이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 업체 성장이 필요하다.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스마트폰·노트북·확장현실(XR)·자동차 등 스냅드래곤이 들어간 기기는 30억대 이상”이라며 “스냅드래곤 전체 인지도는 중국에서만 85% 이상”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중국 사랑은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시리즈’에도 담겨있다. 8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다. 세대로 제품을 구분하기 전 마지막 제품은 기존 순번을 깨고 ‘스냅드래곤888’로 정하기도 했다.
퀄컴은 이번 행사에서 모바일 AP 신제품 ‘스냅드래곤8 3세대’와 PC용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 X엘리트’를 발표했다. ▲샤오미 ▲아너 ▲레노버가 퀄컴의 조력자로 나섰다.
샤오미는 26일(현지시각) 스마트폰 ‘샤오미 14시리즈’를 발표한다. 8 3세대를 넣은 첫 스마트폰이다. 스냅드래곤 서밋 기간 스마트폰 제조사가 퀄컴 신제품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윌리엄 루 샤오미 사장이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 나와 샤오미 14를 직접 소개했다.
아너는 화웨이에서 독립한 회사다. 8 3세대 기능 중 하나인 시선 추적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스마트폰 ‘매직6’를 준비 중이다. 연내 판매 예정이다. 조지 자우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2일차에 등장했다. X엘리트를 탑재한 PC도 2024년 중반 출시한다. 전성기 화웨이의 전략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자체 AP 대신 퀄컴의 손을 잡은 것이다.
레노버 양 위안칭 CEO는 행사 1일차 영상으로 출연했다. 레노버는 X엘리트와 8 3세대 고객사다. 레노버는 세계 PC 1위다. 모토로라 브랜드로 스마트폰 사업도 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닌 유일한 중국 업체 브랜드다. SA에 따르면 작년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퀄컴은 이번 행사에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강조했다.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동작하는 AI다. 8 3세대와 X엘리트는 생성형 AI를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는 퀄컴이 메타와 협력한 ‘라마2’ 기반 생성형 AI를 써도 되고 자체 생성형 AI를 선택해도 된다. 지원 목록에는 바이두 등 중국 회사가 만든 AI를 다수 포함했다. 샤오미와 아너는 자체 AI를 골랐다. 자체 생성형 AI 시연은 중국 바이추안AI가 맡았다.
한편 퀄컴과 중국 공략 변수는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갈등이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중국 첨단 기술 확보와 기업 성장을 막고 있다. 반도체와 화웨이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이용자 정보 수집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관계가 나빠지면 퀄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변수는 퀄컴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퀄컴 수석 부사장 겸 모바일·컴퓨트·혼합현실(XR) 본부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은 적절치 않다”라며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모든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중국 고객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중국 업체도 이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제2의 화웨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글로벌 기업을 강조했다. 또 올해 행사 발표자는 모두 중국어 대신 영어를 썼다.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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