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서밋] 퀄컴이 AP 대신 ‘PC+AI’ 강조한 까닭은?

퀄컴, 행사 전반 PC플랫폼 ‘스냅드래곤X엘리트+온디바이스AI’ 소개 할애 X엘리트, 인텔·AMD·애플 대비 성능·전력효율·AI 우위 강조 SW 및 드라이버 호환성 숙제 여전…첫 제품 등장 2024년 중반

2023-10-30     와일레아(미국)=윤상호 기자
퀄컴이 24일부터 26일까지(현지시각) 미국 와일레아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개최했다. 스냅드래곤 서밋은 퀄컴의 연례 신제품 발표 행사다. 올해 퀄컴이 신경을 쓴 점은 ‘PC’와 ‘인공지능(AI)’이다. 올해 행사만 봤다면 퀄컴을 PC 플랫폼과 AI 회사로 여길 정도로 무게를 실었다. ‘잡아 놓은 물고기’와 ‘잡아야 할 물고기’의 차이다. 모바일 AP는 퀄컴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퀄컴의 로드맵에 스마트폰 제조사 로드맵이 연동한다. 자동차 공략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계약이 끝났다. 과실을 기다리면 된다. PC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작년 기준 PC 플랫폼 점유율 집계에 퀄컴은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다. 퀄컴은 이번 행사에 앞서 PC용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 X’ 브랜드를 공개했다. 행사에서는 ‘스냅드래곤 X시리즈’ 첫 제품 ‘스냅드래곤 X엘리트’를 선보였다. X엘리트를 장착한 PC는 2024년 중반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레노버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샤오미 ▲아너 등 주요 PC 업체와 모바일 업체가 합류했다. 퀄컴의 PC 시장 공략은 이번이 2번째다. 퀄컴의 1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퀄컴은 2010년 ‘스마트북’을 선보였다. 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리눅스 운영체제(OS)를 넣었다. ‘넷북’과 경쟁을 노렸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소비자가 PC라는 기기에 기대하는 바를 맞추지 못했다. 윈도 OS와 윈도 OS용 소프트웨어(SW) 생태계에 익숙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했다. 2번째 시도는 2018년 시작했다. ‘싸고 가벼운 PC’ 대신 ‘비싸도 가벼운 PC’를 지향했다. 개인 대상 사업(B2C)보다 기업 대상 사업(B2B)에 전념했다.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1일 이상 배터리가 지속하는 PC’를 주창했다. MS와 손을 잡았다. 윈도 OS 호환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도전도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OS 장벽은 넘었지만 SW 생태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PC는 하루 이상 사용하는 것보다 성능이 우선인 기기다. x86 기반 인텔·AMD의 중앙처리장치(CPU)가 ARM 기반 퀄컴 SoC에 비해 성능이 높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퀄컴은 이번 행사에서 X엘리트 성능 홍보에 주력했다. 첫날 첫 기조연설부터 X엘리트와 ▲인텔 ▲AMD ▲애플 관련 제품을 직접 비교했다. 퀄컴은 2021년 14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누비아를 인수했다. 누비아는 애플 ARM기반 모바일용 AP A시리즈 개발자 등이 독립해 만든 회사다. X엘리트는 누비아와 협업한 첫 결과물 ‘오라이온’ CPU가 들어간 첫 SoC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경쟁사와 비교 결과를 소개할 정도로 퀄컴의 기대가 크다. 아몬 CEO는 “싱글스레드 CPU 성능은 오라이온 3227점 애플 ‘M2맥스’ 2841점”이라며 “최대 컴퓨팅 성능을 발휘할 때 전력 사용량은 오라이온이 M2맥스 대비 30% 적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텔 i9-13980HX의 싱글스레드 CPU 성능은 3192점으로 비슷하지만 전력 효율은 오라이온이 i9-13980HX에 비해 70% 낮다”라며 “성능과 전력 효율 모두 인텔 및 애플에 비해 우위”라고 역설했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컴퓨트·확장현실(XR) 본부장은 “인텔 i7-1360P와 i7-1355U에 비해 X엘리트는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속도는 최대 2배 빠르고 전력은 최대 68% 덜 사용한다”라며 “i7-13800H 대비로는 멀티스레드에서 속도는 최대 60% 높고 전력 사용량은 최대 65% 줄일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 이와 함께 “애플 M2에 비해서는 멀티스레드에서 50% 더 빠르다”라고 덧붙였다. 아드레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텔·AMD 비교도 빠뜨리지 않았다. 카투지안 본부장은 “GPU는 인텔 i7-13800H에 비해 2배 빠르고 74%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AMD 라이젠9-7940HS에 비해서는 성능은 80% 좋고 전력 사용량은 80% 적다”라고 설명했다. AI 강조도 같은 맥락이다. 헥사곤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은 x86 CPU에는 없는 X엘리트만의 차별점이다. x86 CPU는 AI를 위한 별도 엔진이 없다. AP는 퀄컴뿐 아니라 삼성전자 애플 미디어텍 등도 수년전부터 별도 NPU를 장착했다. 특히 퀄컴은 온디바이스 AI를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실행하는 AI다. X엘리트와 함께 내놓은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생성형 AI까지 구동한다. 창작이 가능한 AI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이다. 멀티모달(Multi Modal) 사용자환경(UI)을 지원한다. X엘리트와 8 3세대의 NPU가 새로운 점은 각각 130억개와 10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생성형 AI까지 온디바이스 AI로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생성형 AI는 퀄컴이 제공하는 것을 써도 되고 제조사가 선택해도 된다. 퀄컴이 제공하는 생셩형 AI는 메타의 ‘라마2’를 미세조정(파인튜닝)했다.
퀄컴이 2024년부터 PC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플랫폼 성능 경쟁력 확보가 퀄컴의 PC 시장 안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성능은 출발점이다. 관건은 SW다. B2C와 B2B 시장 각각 사용 빈도가 높은 SW를 구동할 수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 구매한 사람과 기업이 많아야 성능을 자랑할 기회가 생긴다. ARM 기반 PC 플랫폼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사례는 애플이 유일하다. 애플은 2020년 ‘M1’을 시작으로 2023년 ‘M2울트라’까지 6종의 PC용 M 시리즈를 통해 PC 플랫폼을 인텔에서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했다. 애플 PC는 애플 OS를 쓴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애플 OS+인텔 CPU’ 조합에 맞춰 설계한 SW를 ‘애플 OS+애플 실리콘’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반면 퀄컴은 자체 OS가 없다. MS OS를 활용한다. MS가 전면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애플처럼 속도감 있는 진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드라이버 등 하드웨어(HW) 생태계 호환성도 확보해야 한다. 애플은 이 역시 자체 관리한 경험이 있었다. 퀄컴은 그렇지 않다. HW 호환성은 인텔과 같은 x86 기반인 AMD도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한편 PC 및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퀄컴의 행보가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쪽이다. 인텔과 가격 협상 등에서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PC와 모바일 기기 제조사로 놓고 보면 모바일 기기 제조사가 더 적극적이다. 퀄컴의 대두는 ▲레노버 ▲HP ▲델 PC 3강 구도를 깰 수 있는 기회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퀄컴 HW 제조 경험이 이들 3사에 비해 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이들에 비해 점유율이 높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기기 생태계를 통해 잠금(Lock-in, 락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브랜드를 ‘갤럭시 북’으로 바꾼 것도 그래서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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