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솔루션, RGB 잉크젯 장비 사업 차질 불가피...카티바 장비 반송
HB솔루션, 3일 삼성D와 QD 색변환층 잉크젯 장비 공급계약 해지 공시
HB솔루션이 납품한 미국 카티바 잉크젯 장비, 삼성D 요구 성능에 미달
"삼성D QD-OLED 추가투자 가능성 낮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 관측도
2023-11-09 이기종 기자
HB솔루션이 추진해온 RGB 잉크젯 장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HB솔루션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했던 카티바 잉크젯 장비 성능이 요구조건에 못 미쳐 반송(ship back)됐기 때문이다. 카티바에 1350만달러(176억원)를 투자한 HB솔루션은 카티바 특허를 담보로 잡았는데, 카티바에 2166만달러(283억원)를 투자한 홍콩 시노신지유한공사도 동일한 카티바 특허에 담보를 설정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B솔루션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했던 미국 카티바 잉크젯 장비 성능이 삼성디스플레이 요구수준에 못 미쳐 지난달 '불합격'(Fail)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장비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서 QD 색변환층 형성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잉크젯 장비다. 기존 QD-OLED 라인의 QD 색변환층 잉크젯 장비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전량 공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메스 장비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던 지난 2021년 카티바 장비 조건부 구매를 결정한 바 있다. 일종의 보험 차원 구매로, 성능이 떨어지면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세메스 잉크젯 장비는 현재 무리없이 양산 대응 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는 QD 색변환층 잉크젯 장비 설치 등을 맡았던 카티바 인력에게 장비 성능이 기준에 못 미치면 반송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HB솔루션은 지난 3일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장비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HB솔루션은 "삼성디스플레이와 145억원 규모 조건부 구매(Conditional Purchase Order) 계약을 체결했다"며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수주금액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잉크젯 장비 가격이 일반적으로 200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당시 145억원은 헐값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카티바 장비 반송에 대해, 업계에서는 카티바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카티바 장비 반송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추가 투자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카티바 잉크젯 장비는 8K 해상도 제품 대응을 위해 반입된 바 있다. 현재 양산 중인 QD-OLED 제품은 모두 4K 해상도 패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티바 장비가 필요했다면 삼성디스플레이도 장비 성능 향상에 적극 나섰을 것"이라며 "당장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추가투자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카티바 장비를 굳이 반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HB솔루션은 기대했던 카티바 장비 성능이 삼성디스플레이 눈높이에 못 미치면서 QD 관련 적(R)녹(G)청(B) 잉크젯 장비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HB솔루션은 카티바에서 잉크젯 장비를 사온 뒤 일부 소프트웨어(SW) 작업을 추가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이후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잉크젯 장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HB솔루션은 지난 2021년부터 RGB 잉크젯 장비 공급 기대감을 강조했고, 최근 만든 기업 설명자료에서도 카티바와 협업하는 잉크젯 장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HB솔루션은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렌즈 주변 빛샘방지용 'ELB'(Edge Light Blocking) 등 잉크젯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 중이지만, RGB 잉크젯 장비는 또다른 사업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외에 RGB 잉크젯 장비 적용을 늘릴 경우 HB솔루션도 이 부문을 노릴 수 있었지만, 이번 카티바 장비 반송은 걸림돌이다.
HB솔루션은 카티바 장비 성능이 기대에 밑돌던 지난 10월, 카티바 한국 특허 119건에 대해 담보를 설정했다. 이보다 한달 앞선 지난 9월 홍콩 시노신지유한공사(芯驥有限制的品牌)도 동일한 카티바 한국 특허 119건에 대해 담보를 설정했다. 동일한 카티바 한국 특허에 대해 담보를 잡은 시점이 시노신지유한공사가 HB솔루션보다 한 달 빠르다.
앞서, 지난해 4월 HB솔루션은 카티바 한국 특허 68건과 미국 특허 275건에 대해 담보를 잡은 바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3월 HB솔루션은 카티바(카티바 케이맨 홀딩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onvertible Promissory Note)를 1350만달러에 취득하고, 다음달 해당 채권액에 대해 카티바의 한국 특허와 미국 특허 등에 담보를 설정했다.
시노신지유한공사는 동일한 카티바 미국 특허 275건에 대해, HB솔루션보다 한 달 빠른 지난해 3월 담보를 설정했다. 시노신지유한공사가 카티바에 투자한 금액은 2166만달러로, HB솔루션의 1350만달러보다 많다.
HB솔루션은 지난해 11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잉크젯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것도 2021년 말 납품을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1년여 늦었다. 카티바는 지난해 11월 블로그를 통해 "'QD-OLED 디스플레이 양산용 차세대 8.5세대 잉크젯 솔루션' 출하로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해당 내용은 며칠 뒤 삭제했다. 카티바는 당시 "(카티바) 잉크젯 장비는 8K TV와 고해상도 모니터에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8K 패널을 제작하려면 기존 4K 패널용 공정에서 백플레인(BP) 설계와 QD 색변환층 잉크젯 장비를 바꾸면 되지만 그간 잉크젯 장비가 걸림돌이었다. 같은 화면 크기에서 4K(3840x2160)보다 해상도가 높은 8K(7680x4320)를 구현하려면 QD 색변환층 잉크를 더욱 촘촘하면서도 정확하게 떨어뜨려야 한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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