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전해액 첨가제 기술을 자체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전해액 첨가제는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성능을 좌우할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원조인 무라타(소니 배터리 사업 인수), 파나소닉(산요 인수)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원천특허를 대부분 이들이 장악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삼성SDI만 자체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자체 전해액 첨가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덕산테코피아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고, 올해 처음으로 수g 단위 수준으로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수십 kg까지 생산량이 늘어났다.
다만 양산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개런티(보장) 계약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덕산테코피아는 물량 확보를, SK이노베이션은 철저한 성능 검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년에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수 업체만 확보하고 있는 전해액 첨가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해액 첨가제는 음극 표면에 피막을 만들어 보호하는 역할이 기본이지만,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을 억제하고 과충전을 방지하는 등 거의 모든 성능에 관여하는 만능 소재다. 음극 표면의 피막의 성격을 형성하면서 배터리 성능과 특성을 결정짓는다. 첨가제만 바꿔도 세트 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음극이 바뀌면 시스템이 달라져 새로운 배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해액 첨가제는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원천특허는 일본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전해액 첨가제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덕분이다. 삼성SDI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나 특허를 방어하는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그 중요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사업성이 떨어진다. 배터리를 만들 때 불과 수십 g 정도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바이닐렌 카보네이트(VC), 프로판설톤(PS)과 같은 전해액 첨가제 가격은 1Kg에 3만원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전해액을 외부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특허를 확보하고 전기차 업체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켜 추가로 수주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 정도 성과를 올린 것은 배터리 업체 지위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