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규제안이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닌 이유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 또 강력한 규제
중국 게임회사의 한국 직접진출 시발점
국내 시장 수요를 중국게임이 채워
중국 진출 준비한 한국업체들 '난감'
2025-01-11 김성진 기자
지난해 12월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에서 강력한 게임규제안이 발표됐다. 당장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텐센트와 넷이즈의 주가는 각각 13.5%, 26.8% 급락하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
공개한 내용을 보면 ‘출석 등록’ 등 이벤트를 통한 장려책(마케팅) 불가, 아이템을 높은 가격에 매매하거나 경매하는 행위 불가, 게임머니 충전 한도를 설정하고 비이성적인 소비행위에 대한 경고를 의무화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초강력 대책이었다.
중국의 게임규제는 지난 2019년, 2021년에도 있었고 역시 강력했다.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을 금요일과 주말, 휴일에 1시간으로 제한하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아예 접속을 금지했다. 또 실명 인증을 통과한 이용자만 게임에 접속하도록 하고 개인방송 분야에서 16세 미만의 계정 등록을 금지하는 등 큰 파장을 불러 왔다.
2021년과 2023년 규제안을 종합하면 중국 게임회사들에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지 말고 성인을 대상으로 적당히 벌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특히 최근 규제안은 매출과 직결되는 각종 이벤트를 금지하고 게임머니 충전 한도 제한, 아이템 거래 금지, 확률성 아이템 금지 등 게임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차단한 점은 마치 앙꼬 없는 찐빵을 판매하라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게임시장은 2022년에 1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중국정부발표). 2023년에는 다시 14% 증가한 3029억위안(약 55조원)으로 발표됐으나 이번 규제안으로 중국게임시장의 전망은 매우 부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활로를 모색한 중국 게임회사들의 선택지는 한국이다. 한국의 게임 문화는 중국과 흡사하며 게임 내 비즈니스 모델 또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배틀패스, VIP 혜택 등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부분유료화 모델은 대부분 중국에서 시작됐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게임플레이 방식이나 그래픽 등 문화적 측면 역시 중국과 한국의 이용자들 성향에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중국 게임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게임시장으로 진출할 토대는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게임회사들은 해외 진출이나 해외 서비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국 내 게임 이용자는 7억4219만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콘텐츠진흥원). 내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적 자원을 소모하며 타 국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는 한국 게임시장 직접 진출이라는 강수를 두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국내 MZ세대들은 대체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있고 중국 회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직접 진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선택의 결과는 예상치보다 훨씬 높았다. 캐주얼게임 ‘픽셀 히어로’와 ‘버섯커 키우기’ 등은 매출 1위를 기록하며 깜짝 성적표로 나타났다.
중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회사가 한국에서 큰 재미(매출)를 봤다”며 “서비스할 게임은 차고 넘치고 자금력까지 되기 때문에 마케팅 규모가 크다”고 말하며 “굉장히 치열한 중국의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아 경쟁력을 갖춘 중국 회사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MMORPG가 아니면 안된다는 국내 업체들의 방향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게임회사들이 대형 게임과 특정 장르에 집착하는 동안 구멍이 생긴 이용자 수요의 다양성을 중국 회사가 채웠다는 의미이다.
또 중국 내 서비스 허가라고 할 수 있는 ‘판호’ 발급만 기다리던 한국 게임회사들은 중국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기대 매출을 대폭 하향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한국 게임회사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결코 남의 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닌 것이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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